위탁아동 프로농구 선수 키워낸 위명순씨 "입단 때 눈물났죠"[인터뷰]

기사등록 2023/05/20 11:00:00

최종수정 2023/05/20 11:05:33

시설 봉사활동 중 인연…위탁 거쳐 입양까지

가정 적응, 편견, 비용 문제 "도움 있어 가능"

"용기 내 아이 보듬으면 기쁨·보람으로 온다"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운동 자체가 너무 힘든 건데 다른 아이들과는 다르게 자랐잖아요. 그 힘든 과정들을 다 버티면서 프로에 입단하니, 입단할 땐 그 세월들이 떠올라 눈물이 났죠."

오는 22일 위탁가정의 날을 앞두고 아동권리보장원의 도움을 받아 위탁부모로 활동했던 위명순씨와 지난 18일 전화 인터뷰를 나눴다.

위씨는 위탁으로 한 아이를 만나 프로농구 선수로 키워냈고, 현재는 입양 절차까지 마쳤다.

위씨가 이 아이를 만난 건 8년 전이다. 운동선수 출신인 위씨는 아동보호시설로 봉사를 갔는데 그 곳에서 당시 초등학교 6학년이던 아이를 만났다.

위씨는 "아이가 중학교를 올라가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운동을 하고 싶어 했다"며 "그래서 간단하게 생각하고 내가 다녔던 모교로 데려가 테스트를 받아봤더니 운동을 시켜도 좋겠다는 답이 나왔다"고 말했다.

위씨는 시설 봉사를 하면서 이 아이의 운동을 지원하려고 했지만 시설 측에서 반대를 했다. 운동을 하려는 아이들이 과거에도 여럿 있었는데 비용이 많이 들다 보니 버티지 못하고 중간에 그만두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위씨는 "그렇게 그만두면 아이들도 상처를 받는다면서 시설에서 계속 반대를 했었다"며 "그런데 아이가 운동을 하고 싶다고 울고 있었다. 그 아이를 보고 내가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당시 위씨는 50대 초중반이었고 20대인 두 자녀도 있었다. 위씨가 위탁 의사를 밝히자 가족들이 처음에는 모두 반대했지만 위씨가 강력하게 밀어붙여 동의를 얻었다.

위씨는 "제가 그 당시에 좀 완강하게 나갔다"며 "지금은 (자녀) 세 명이 매우 잘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덕분에 올해 3월에는 입양을 결정했다.

위탁을 결정한 이후의 생활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시설에서 초등학교 6학년까지 지냈던 아이가 가정생활을 하면서 적응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위씨는 "가정마다 문화나 생활 방식이 있을 텐데 처음에는 모든 게 다 달랐다"며 "밥 먹는 예절부터 집안 교육 하나하나 서로 배우고 맞춰가야 했다"고 말했다.

혈연이 아닌 관계에 대한 사회적 편견도 고충 중 하나였다.

위씨는 "우리나라는 아직까지도 이런 부분에 편견이 너무 심하다"며 "자기 자식들이랑 안 섞이게 하려는 부모도 있었고 선생님들도 그런 선생님들이 있었다. 조금만 뭘 잘못해도 다른 눈으로 보고, 애들과 같이 싸워도 우리 아이만 혼이 났다. 나도, 아이도, 우리 가족 모두 힘들었던 부분"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위씨는 "이걸 이겨내게 하려고 아이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며 "그래도 모범적으로 학교생활도, 운동도 해서 나중에는 정말 주위에서 많이 챙겨줬다"고 덧붙였다.

운동 과정에서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찮은 과제였다.

위씨는 "저는 옛날에 운동했던 사람이라 돈이 그렇게 많이 들어가는 줄 몰랐는데, 지금 아이들은 운동에 돈이 정말 많이 들어가더라"며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아동권리보장원 외에 여러 곳에서 많이 도와주셨다. 이 아이를 키우는 게 우리 가족만으로 되는 게 아니더라. 다들 도움을 주셔서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아이는 학교에서 농구부 주장도 맡을 정도로 성실함과 실력을 인정받았고 지금은 어엿한 프로농구 선수로 활동 중이다.

위씨는 "처음에 운동을 시작할 때 많은 아이들이 있는데 그 중에서 우리 아이가 버텨내고 프로까지 간 것 아닌가. 다른 아이들과는 성장 과정도 약간 다르고 힘든 일들을 많이 거쳐서 갔다"며 "그런 일들을 같이 겪다보니 프로에 지명됐을 때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위씨는 위탁가정을 고려하고 있는 부모들에게 "조금만 용기를 내고 한 아이를 보듬어주면 그 아이가 변화하는 걸 체감할 수 있다"며 "물론 아이를 키우는 게 쉽지만은 않지만 아이가 변화하는 과정을 보면 기쁨과 보람으로 되돌아온다"고 강조했다.

또 개선이 필요한 사항으로는 "지금은 좀 나아진 것 같은데 초기에는 위탁부모가 법적 권한이 없어서 아이 주민등록등본도 뗄 수가 없었다"며 "행정적인 절차에서 아직은 위탁부모에게 접근 제한성이 있는 것 같은데 이 부분들이 완화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끝으로 위씨는 아이에게 "우리 아이 꿈이 국가대표인데 그 꿈을 꼭 이뤘으면 좋겠다"면서도 "운동이라는 게 너무 힘든 일이니 만약 은퇴를 하고 싶으면 은퇴를 하고, 하고 싶은 걸 다 하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지금까지 다른 사람들과 조금은 다른 삶을 살았으니 앞으로 행복한 길만 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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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탁아동 프로농구 선수 키워낸 위명순씨 "입단 때 눈물났죠"[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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