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극우 전광훈 황당한 행보에 손절책 '고심'

기사등록 2023/04/18 06:00:00

최종수정 2023/04/18 06:24:55

金 "그 입 당장 닫으라" 선 그었지만 전광훈 제재 전무

지도부 차원 김재원 징계·이중당적자 정리 목소리도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3.04.17.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3.04.1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지율 한은진 기자 = 국민의힘이 총선을 1년 앞두고 당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극우 성향'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의 행보에 대응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전 목사는 17일 전국민적 당원 가입 운동 등 국민의힘 내 영향력 확대를 선언했다.

김기현 대표는 수도권과 중도층 공략에 악재가 될 전 목사의 행보에 "그 입을 당장 닫으라"고 경고했지만 당원이 아닌 전 목사 개인에 대한 제재 수단은 사실상 전무해 당 지도부가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다.

당내에선 김 대표의 경고 시점이 너무 늦어지면서 전 목사의 당내 영향력이 실제보다 더 크게 대중에게 인식되고 있다는 불만이 제기된다. 김 대표가 좀 더 강경한 대응을 통해 전 목사와의 절연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당 일각에선 전 목사의 영향력을 걷어내기 위해 전 목사의 자유통일당과 이중당적자 정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앞서 전 목사는 전날 국민의힘과의 결별 선언을 예고한 기자회견에서 돌연 전국민 당원 가입 운동을 주장했다. 전 목사는 "(국민의힘의) 자세를 보고 창당하든지 안 하든지 버르장머리를 반드시 고쳐주겠다"며 "신당 창당은 몇 주 보류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공천권 폐지와 당원 중심의 후보 경선을 하라고 주장했다. 사실상 총선에서 본인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당원 가입을 막겠단 경고성 발언이었다.

이에 김 대표는 즉각 "그 입을 당장 닫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황당무계하기 짝이 없다"며 "도대체 지금 우리 당을 뭘로 알고 그렇게 얘기하는지 모르겠는데 어이가 없다"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우리 당 공천은 우리 당이 알아서 할 것"이라며 "제3자가 거기에 왈가왈부할 일 아니니까, 다른 당을 창당해서 대표라는 분이 남의 당 일에 왈가왈부하고 감놔라 배놔라 하는 건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상범 수석대변인도 논평에서 "국민의힘은 전 목사와의 관계 절연을 여러 차례 명시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그간 전 목사 일에 직접 대응할 필요가 없다며 무시 전략을 써왔다. 그러나 전 목사와의 절연을 주장한 홍준표 대구시장을 당 상임고문에서 해촉하며 잡음이 생기고 급기야 전 목사가 공천에 관여하는 발언을 하는 데 이르자 직접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김재원 최고위원 징계 여부와 홍 시장과의 내홍 등으로 당 지지율이 야당과 15%p까지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리얼미터)도 김 대표의 결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당내에선 김 대표가 조금 더 강경한 태도로 전 목사 관련 이슈를 끊어내야 한단 목소리가 나온다. 한 친윤 핵심 인사는 통화에서 "전 목사 논란이 시작된 게 김재원 최고위원 때문 아닌가"라며 "김 최고위원에 대한 제대로 된 대처가 없는 상황에서 전 목사를 절연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친윤계 의원도 "전 목사의 공천 관여 기자회견은 김 최고위원의 공천을 염두에 두고 한 발언으로 해석된다"며 "김 대표가 최고위원회 모두발언에서 전 목사를 강하게 비판하고 김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를 확실하게, 서둘러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17일 오전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공천권 폐지하고 후보자 경선을 하라'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04.17. kgb@newsis.com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17일 오전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공천권 폐지하고 후보자 경선을 하라'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04.17. [email protected]

당내에선 김 대표가 이번 전당대회에서 전 목사의 도움을 받아 강경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극우 보수 세력의 지지를 받는 전 목사와 굳이 대립하는 게 총선을 이끌 김 대표에게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겠냔 분석도 있었다. 이에 또 다른 친윤 핵심 인사는 "김 대표가 김 최고위원 문제에 잘못 대처하고 있다"며 "이런 식으로 가면 총선에서 망한다. 도로 황교안당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전 목사 때문에 당원 가입한 인원이 많지 않다. 1~2만 명도 안 되는 걸로 추산한다"고 했다. 
 
당 안팎에선 김 대표가 임명한 황정근 당 윤리위원장이 5월18일 전에 김 최고위원을 징계하면서 사태를 정리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대통령실에서도 김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윤리위원회 징계는 당연한 수순으로 여겨지지만 김 대표가 직접 결단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단 목소리가 나온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양극단을 쳐내지 않고 총선 승리는 어렵다"며 "5·18 전에 빨리 끊어내지 않으면 김 대표는 계속 이 사태에 빨려가게 된다"고 했다.
 
하태경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전 목사 개인은 우리 당원도 아니다. 전 목사 추천 이중당적자들이 있는데 이 사람들을 통해 전대에 개입하려는 것"이라며 "이중당적자는 정당법상 범죄고 불법이기 때문에 김 대표가 이중당적자 전수조사를 하고 최대한 이중당적자를 정리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다만 최고위원을 비롯한 당 지도부는 전 목사에 대해 더이상 대응할 가치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 국민의힘 지도부는 "전 목사의 마케팅에 놀아날 이유가 없다"며 "결국 김 최고위원에 때문인데 그게 아니라면 전 목사와는 더 맺고 끊고 할 게 없는 상황"이라고 선을 그었다. 또 다른 지도부 인사도 "일종의 노이즈마케팅에 말려서 우리가 계속 받아주면서 키워줄 생각은 없다"며 "당분간 민주당 돈봉투 의혹 관련해 지도부와 원내의 총력을 집중하겠다는 합의가 이뤄져 있다"고 전했다. 이 인사는 "이 이상 어떻게 손절을 더 하나"라며 "자꾸 언급해주는 게 이용당하는 거다. 저 사람이 뭐라 하든 국민과 언론도 관심을 좀 끊어야 하지 않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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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극우 전광훈 황당한 행보에 손절책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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