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떨어진 학폭 실태조사…신고문항 활용 1.7% 그쳐

기사등록 2023/04/11 05:00:00

최종수정 2023/04/11 12:37:56

'KEDI 조사로 학폭 신고하겠다' 1.7%뿐

신고내용 확인 위해 전교생 설문…부담

"연중 2번, 4주 간 조사"…즉시성 문제도

[서울=뉴시스]한국교육개발원이 2013~2022년 진행한 학교폭력 실태조사의 피해 응답률 추이. (자료=한국교육개발원 제공). 2023.04.11.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한국교육개발원이 2013~2022년 진행한 학교폭력 실태조사의 피해 응답률 추이. (자료=한국교육개발원 제공). 2023.04.11.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김경록 기자 = 11년째 이어진 교육 당국의 학교폭력 실태조사 속 '신고 문항'의 활용도가 낮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1일 교육계에 따르면, 한국교육개발원(KEDI)은 정동철 연구위원이 작성한 '학교폭력 실태조사 개선을 위한 제언' 연구보고서를 지난 5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정 연구위원은 학교폭력 실태조사의 사업책임자다.

학교폭력 실태조사는 지난 2011년 지속적인 학교폭력 피해를 당하던 중학생의 극단적 선택이 알려진 뒤 교육부가 KEDI에 위탁해 지난 2012년부터 시행해왔다. 학생들의 학교폭력 피해 경험, 가해 경험, 목격 경험 등 실태를 사각지대 없이 조사하고 그 배경에 놓인 심리를 파악해 정책 근거로 활용하기 위함이다.

조사는 매년 2회 실시한다. 2018년부터 1회째는 초등학교 4학년~고등학교 3학년을 전수조사, 2회째는 초등학교 4학년~고등학교 2학년을 표본조사하고 있다. 코로나19로 한 차례 실시하지 못한 2020년을 제외하고 총 21회가 실시됐다.
[서울=뉴시스]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해 실시한 제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의 문항 개요 중 일부 갈무리. (자료=한국교육개발원 제공) 2023.04.11.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해 실시한 제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의 문항 개요 중 일부 갈무리. (자료=한국교육개발원 제공) 2023.04.11.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학폭 실태조사 11년 동안 빠지지 않고 들어간 문항 중 하나가 '신고 문항'이다. 학교폭력 피해, 혹은 목격 사례를 주관식으로 서술하는 문항으로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등을 기입해야 한다. 관련 법 14조에 따라 신고 문항에 적힌 내용은 명확하지 않더라도 반드시 사실 확인을 해야 한다.

다만 정 연구위원은 "신고 문항이 실태조사의 목적으로 제시된 첫 번째의 숨겨진 학교폭력의 신고 창구로서 역할이 효율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활용도가 낮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지목된다. KEDI가 2019년 실시한 '학교폭력 실태조사 성과 평가' 연구에 따르면, 신고 문항을 이용해 학폭을 신고하겠다는 학생은 1.7%에 불과했다. 보호자(47.1%), 교사(27.0%), 경찰서 혹은 신고함(14.5%)을 통해 하겠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정 연구위원은 신고 문항 활용도가 낮은 이유로 '익명성 보장의 어려움'을 꼽았다. 익명으로 진행되는 실태조사에서 신고한 사실을 조사하기 위해 다시 전교생에게 설문지를 돌리는 등의 조치가 학생들로 하여금 되레 신고를 꺼리게 한다는 것이다.

정 연구위원은 "후속조치를 취한다는 것은 오히려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고 있다고 학생들이 인식하게 돼 실태조사 응답에 더 소극적이 될 수 있다"며 "그럴 경우 실태조사 자체의 신뢰성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학생에 따라 "솔직하게 답을 해도 도움을 받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과 보복이 두려워서 등도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미 발생한 학교폭력이 실태조사 신고를 통해 바로 조치가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실태조사가 1년에 2번밖에 없는 데다 조사 기간도 4주나 되기 때문이다. 정 연구위원은 "즉시성의 문제가 크다"고 지적했다.

정 연구위원은 "학교폭력을 신고할 수 있는 다양한 채널이 운영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실태조사의 또 다른 목적들인 학교폭력의 실태 파악과 정책의 근거 제공에 중점을 두고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 같은 목적에 집중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로 전수조사가 아닌 표본조사의 활용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표본조사에서는 전수조사와 달리 학생들이 생각하는 학교 환경에 대한 인식, 가정환경에 대한 인식, 자신의 성향에 관한 문항 등 응답자들의 자세한 배경을 파악할 수 있는 문항을 조사하고 있다.

정 연구위원은 "숨겨진 학교폭력을 찾는 것보다 실태 파악과 정책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표본조사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며 "전수조사의 경우 문항을 최소화하다 보면 추가적인 정보를 더 획득하기 어려운데, 표본조사의 경우 기본적인 문항은 계속 유지하면서 시기별로 필요한 문항을 추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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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 떨어진 학폭 실태조사…신고문항 활용 1.7% 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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