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공백' KT, 그룹 전체 연쇄 파동…9개 계열사도 '운명의 날'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차기 대표 선임 절차가 완전 백지화되며 위기에 빠진 KT가 오늘(31일) 정기 주주총회를 여는 가운데 KT의 상장 계열사들도 같은 날 나란히 주총을 진행한다.

구현모 현 KT 대표와 차기 대표 후보였던 윤경림 KT그룹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의 사퇴로 경영 공백이 현실화되면서 주총에서 대표이사 재선임 안건을 다루는 계열사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그룹 전체의 불안정성이 커진 만큼 대표의 재선임 여부도 불안한 상황이고, 향후 차기 대표 선임 절차나 후보군 선정 등이 계열사 시스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KT의 49개 계열사 가운데 9개 상장사들은 모두 31일 주총을 진행한다. 대표 임기가 만료됨에도 별도 안건이 상정되지 않은 KT스카이라이프와 KT알파 외에는 모두 이날 주총에서 대표 재선임을 다룬다. 그룹 수장인 KT 대표직이 대행 체제에 들어가면서 업계에서는 각 계열사 대표들의 재선임 여부에도 주목하고 있다.

KT스카이라이프의 경우 당초 윤정식 전 OBS 경인 사장을 차기 대표로 내정하고 이번 주총에서 윤 전 사장의 대표 선임 안건을 처리할 것으로 예상된 바 있다. 하지만 윤 전 사장이 대표직 내정을 고사하고 중도 하차하면서 대표 선임 건 없이 주총을 치르게 됐다. KT스카이라이프는 이번 주총에서 양춘식 경영서비스본부장의 사내이사 신규 선임 건을 상정했는데, 양 본부장이 사내이사로 선임된 뒤 대표 대행을 맡을 전망이다.

KT알파 또한 대표직이 비게 되지만 스카이라이프와는 다른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KT알파도 스카이라이프와 같이 조성수 경영기획총괄(전무)의 사내이사 재선임을 안건으로 올렸는데, 대표 대행 체제는 가동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KT알파는 주총 이후 이사회에 대표이사 안건을 상정하고 기존과 같은 대표 선임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다. 다만 모회사의 경영 공백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한 만큼 구체적인 일정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2개사 외에 지니뮤직, KT서브마린, KT CS, KT is, 나스미디어, 플레이디, 이니텍 등 7개 상장계열사는 모두 현 대표의 재선임을 주총 안건으로 상정했다. 가장 우려되는 지점은 재선임을 앞둔 계열사 대표들 대부분이 구현모 대표 체제 하에서 발을 맞춰왔다는 것이다. KT가 지배구조 대개편 카드를 꺼내든 만큼 계열사 시스템에도 영향이 올 수 있다.

재선임 여부 자체도 확신할 수 없지만, 현 대표 체제가 이어지더라도 모회사의 움직임에 따라 또 한번 격랑에 휩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별개로 일부 KT 계열사 안팎에서는 차기 KT 대표 선임 절차가 시작점으로 돌아간 만큼 계열사 사장들에게도 재도전의 기회가 생길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도 나오고 있다. 아직 KT가 구체적인 대표 선임 절차를 발표하진 않았지만, 후보군 탐색 과정에서 기존 경영진과 다소 거리를 둬 온 계열사 사장들이 포착될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실제로 지난 2월 진행된 KT 대표 경선에서는 김철수 KT 스카이라이프 사장, 윤동식 kt클라우드 사장, 정기호 kt알파 사장, 최원석 BC카드 사장, 홍기섭 HCN 사장 등이 사내 후보로 나선 바 있다.

한편 KT는 비상경영위원회를 신설하고 위원회 산하 '성장지속 TF(태스크포스)'와 '뉴 거버넌스(지배구조) 구축 TF'를 중심으로 지배구조 전반을 개선하고 차기 경영진 구성에 나설 방침이다.

KT는 "대표이사 선임을 비롯한 모든 절차가 완료되기까지는 약 5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된다"며 "비상경영위원회를 중심으로 주요 경영 및 사업 현안들을 신속히 결정해 회사 경영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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