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人터뷰]김언호 한길사 대표 "책은 인간의 온갖 정성 담긴 예술작품"

기사등록 2023/03/28 15:09:52

최종수정 2023/03/29 06:51:15

47년 출판 인생...책 사진집 '지혜의 숲으로' 출간

[서울=뉴시스] 김언호 한길사 대표가 28일 서울 중구 순화동천에서 책 사진집 '지혜의 숲으로' 출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한길사 제공) 2023.03.2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김언호 한길사 대표가 28일 서울 중구 순화동천에서 책 사진집 '지혜의 숲으로' 출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한길사 제공) 2023.03.2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신재우 기자 = "책 여러 권이 한꺼번에 모여있으면 숲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합창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김언호(78) 한길사 대표가 책 사진만을 모아 '지혜의 숲으로'를 펴냈다.

28일 기자들과 만난 그는 "80년대 후반부터 책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며 "이번 사진집은 단순히 아날로그 책에 대한 향수뿐만 아니라 우리가 존재하는 배경에 책이 있다는 걸, 그 모습을 사진으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책은 아름다움과 더불어 콘텐츠도 갖고 있어 그 자체로 존엄하게 보입니다. 책이 존재하는 모습만 보면 카메라를 갖다댔지요."

1968년부터 7년간 동아일보 기자로 일하다 출판사업에 뛰어들었다. 1976년 한길사를 창립한 후 47년 간 출판인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쳐왔다. 1980년대 후반 파주출판도시 건설과 1990년대 중반 예술인마을 헤이리를 구상하고 건설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과 함께 1998년 한국출판인회의를 창설하고 독서 문화를 위해 대내외적으로 알리는데 힘썼다.

[서울=뉴시스] '지혜의 숲으로' 본문 사진 중 (사진=한길사 제공) 2023.03.2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지혜의 숲으로' 본문 사진 중 (사진=한길사 제공) 2023.03.2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이번에 낸 사진집도 책의 아름다움을 널리 전하고 싶은 마음에서다.

사진집은 150여점의 책 사진으로 가득하다.

"전 세계를 다녀보면 인간이 책을 위해 기울이는 정성이 대단하다는 것을 느낍니다. 책은 그냥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아름답게 만들기 위한 인간의 온갖 정성이 담겨 있는 하나의 예술작품입니다."

그는 "이런 아름다움을 독자들과 나누고 싶고 또 책이 왜 존재하는지, 어떻게 존재하는지 스스로 묻고 토론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유럽의 프랑스, 영국, 독일, 벨기에와 아시아의 한국, 중국, 일본의 책방과 도서관 사진을 모았다"고 했다.

네 번의 책 사진전을 열고 사진집까지 출간했지만 김 대표는 '사진작가'라는 호칭은 한사코 거부한다.

"제가 찍은 사진은 예술 사진이 아니에요.  카메라를 잘 다루지도 못하고 정직하게 찍을 뿐입니다." 그저 "실존하는 책을 모습을 찍고 싶어 40년 가까이 사진을 찍고 있는 것 뿐"이라고 했다.

사진집에는 영국 런던과 독일 프랑크푸르트를 비롯해 웨일스의 헤이온와이 등 세계 속 책의 도시들이 그대로 담겼다.

 김 대표는 "미술관과 도서관, 책방이 있어야 그 도시가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다"며 "유럽의 뒷골목에 가보면 책이 주제별로 다양한 책이 펼쳐져 있다. 운집한 책들의 모습을 보면 정말 책들의 숲이라는 표현이 나온다"고 했다. "국립중앙도서관도 처음 서초에 만들어진다고 했을 때 서울의 중심인 광화문이나 종각에 자리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거기에 세워졌다. 건물도 구청 건물같이 투박하게 만들어지니 도서관으로서 매력이 떨어지는 것 같아요."

수록된 사진 가운데 김 대표가 가장 아끼는 사진은 책의 처음을 장식하는 네팔의 '책 읽는 아이들' 사진이다. 1987년  네팔의 히말라야를 출판계 인사들과 트래킹하며 찍은 사진에 대해 그는 "아이들이 책 읽는 모습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기도 하다"며 "책의 존엄함과 귀중함을 우리 젊은이들에게 이야기해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김언호 한길사 대표가 28일 서울 중구 순화동천에서 책 사진집 '지혜의 숲으로' 출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한길사 제공) 2023.03.2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김언호 한길사 대표가 28일 서울 중구 순화동천에서 책 사진집 '지혜의 숲으로' 출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한길사 제공) 2023.03.2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출판계 원로로서 출판계에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우리는 한글이라는 우리만의 문자가 있기 때문에 규모가 큰 나라는 아니지만 당당하게 출판의 나라이자 책의 나라라고 할 수 있어요."

그는 "책 한권이 그냥 나온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여력만 있으면 만들고 싶은 책이 너무나도 많은데 그것을 실행할 수 없는 환경"이라며 "출판에 대한 지원이 부족한 것에 대해서는 늘 아쉽다"고 토로했다.

그래도 책에서 희망을 본다. "여전히 책들이 있는 곳에 가면 희망이 느껴지고 사람들이 책을 좀 더 읽으면 세상이 바뀌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아름다운 책의 세계를 담아낼 수 있어 기분이 너무 좋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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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人터뷰]김언호 한길사 대표 "책은 인간의 온갖 정성 담긴 예술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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