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기사 살해 후 금품 빼앗고 택시에 불지른 범인 2명 검거
흰색번호판 차량 9만2000대 발췌, 의심차량 990여대로 압축
소유주 2400여명 탐문수사해 지난 1월 범인 검거, 공범 최근 구속
[인천=뉴시스] 김동영 기자 = 인천 제2경인고속도로 남동고가 밑 도로에서 택시기사를 흉기로 살해하고 도주한 일당이 16년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범죄관련성이 의심되는 차량을 990여대로 압축하고, 소유주 2400여명을 직접 찾아다니며 면담 수사를 진행해 범인들을 특정해 검거했다.
인천경찰청은 강도살인 혐의로 A씨 등 2명을 붙잡아 구속했다고 7일 밝혔다.
A씨 등은 지난 2007년 7월 1일 오전 3시께 인천 남동구 남촌동 제2경인 고속도로 남동고가 밑 도로변에서 택시기사 B씨를 상대로 금품을 빼앗은 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당시 금품을 빼앗는 과정에서 강하게 저항하던 B씨를 살해하고, 택시를 운전해 인천 미추홀구(옛 남구) 주택가로 이동시킨 뒤 방화했다.
경찰은 사건 발생후 곧바로 수사전담반을 편성하고 수도권에 등록된 범죄 용의차량 5968대에 대해 수사를 진행했다. 또 기지국 통신 수사 2만6300여건, 876세대 탐문수사 등 방대한 수사를 진행했으나, 범인을 특정할 단서는 발견하지 못했다.
2016년 사건을 인수한 인천경찰청 중요미제사건 전담수사팀은 수사 기록 및 현장 자료 등을 면밀히 재분석하는 동시에 통신수사, 지문감정, 관련자 조사, 프로파일링 등 광범위한 수사에 나섰다.
특히 범인들이 택시에 불을 지를 때 사용한 종이 불쏘시개를 눈여겨 본 경찰은 방화현장 인근 폐쇄(CC) TV영상 등을 통해 흰색 번호판 등을 확인하고, 수사 착안사항을 토대로 범행에 이용된 동종 차량 9만2000여대의 자료를 발췌했다.
이후 관련성이 의심되는 차량을 990여대로 압축해 해당 차량을 소유했거나, 소유 중인 2400여명을 직접 찾아다니며 면담 수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과학수사를 토대로 유력한 단서를 발견, A씨를 강도살인 피의자로 특정해 지난 1월 5일 체포했다.
경찰은 또 관련자 조사를 비롯한 통신 및 금융거래내역 분석, 프로파일링 등 다각적인 추가 수사를 진행해 공범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 지난달 28일 공범 C씨를 긴급체포해 구속했다.
조사과정에서 A씨는 “범행을 저지른 기억이 없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했으나, 경찰은 과학수사를 통해 확인한 증거를 토대로 A씨를 구속 송치했다.
반면 C씨는 경찰에서 “금품을 강취할 목적으로 A씨와 공모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범행을 자백했다.
경찰이 이번 미제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작성한 수사기록은 2만5000장에 이른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A씨는 구속된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며 “이번 미제사건의 범인 검거는 살인죄의 공소시효 폐지, 미제사건 수사팀 운영, DNA·지문 등 과학수사 기법의 발전과 함께 미제사건 수사팀의 끈질긴 집념이 어우려져 이룬 성과”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