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뉴시스] 김동영 기자 = 아파트와 빌라 등 주택 2700여채를 차명으로 보유하고, 100억원대 전세 보증금을 가로챈 혐의로 구속된 이른바 ‘건축왕’으로 불리는 건축업자에게 피해를 본 30대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유서를 통해 정부의 대책이 너무 실망스럽게 이 문제가 꼭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2일 인천 미추홀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오후 5시40분께 인천 미추홀구 모 빌라에서 A(30대)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유서에 “전세사기피해대책위에서 많은 위로를 얻었지만 더는 못 버티겠다. 자신이 없어. 뭔가 나라는 제대로 된 대책도 없고… 이게 계기가 되서 더 좋은 빠른 대책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적었다.
경찰은 범죄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보고 A씨의 시신을 가족에게 인계했다.
경찰 관계자는 “외부의 침입 흔적이나 외상 등 범죄 혐의점은 발견하지 못했다”며 “유족들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피해대책위원회에 따르면 A씨는 미추홀구의 모 빌라에서 지난 2021년 10월부터 보증금 7000만원의 전세계약을 체결 후 홀로 거주하고 있었다. 그는 지난해 11월께 전세사기 사실을 인지한 이후 2022년 12월부터 대책위에서 활동해왔다.
A씨가 거주하고 있는 빌라는 전세계약 이전인 2011년부터 이미 근저당이 설정돼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최근 최우선 변제대상에서 제외돼 보증금 전체를 돌려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고, 대출연장도 은행으로부터 불가하다는 통보를 받아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크게 느끼고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대책위는 유가족 측과 장례절차, 추모를 위한 공론화 방식 등을 논의했으나 장례절차를 비공개로 진행하고 싶어 하는 유가족의 뜻에 따라 장례절차와 관련된 구체적인 내용은 비공개하기로 결정했다.
대책위는 오는 6일 오후 7시 주안역 남광장 택시 승강장 앞에서 고인의 뜻을 기리는 추모제와 정부와 인천시에 시급하게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할 예정이다.
한편 이른바 건축왕으로 불리는 B(62)씨는 지난해 1∼7월 인천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와 빌라 등 공동주택 163채의 세입자로부터 전세 보증금 126억원을 가로챈 혐의 등을 받아 최근 경찰에 구속됐다.
그는 인천 미추홀구 일대에 다수의 주택을 보유하면서 자금 경색 등으로 임의경매가 우려되는 상황에서도 공인중개사 등 공범들에게 전세 계약을 체결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B씨는 인천을 중심으로 2700여세대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주택의 상당수는 직접 시공한 공공주택으로 확인됐다.
조사결과 A씨는 공인중개사, 중개보조원, 임대업자 등으로 구성된 일당을 이용해 이미 근저당이 잡혀있는 탓에 계약을 걱정하는 세입자들을 상대로 아무런 법적 구속력이 없는 '이행보증각서'를 써주면서 계약을 성사시킨 것으로 파악됐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앱,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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