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30년 뒤 인공태양 뜬다"…韓 'KSTAR' 가보니

기사등록 2023/02/23 16:00:00

최종수정 2023/02/23 16:30:47

KSTAR, 2021년 1억도 플라즈마 운전 세계 최초 30초 기록

올해 50초, 3년 뒤 300초 운전 목표…24시간 안정 운전 실현 기대

장시간 운전 위해 '텅스텐'으로 개선…10월부터 플라즈마 재가동

미가동시 방사선률 자연 상태와 같아…"핵융합 고유 특성인 안정성"

"핵융합 에너지, 이젠 '꿈의 에너지' 아냐…골든타임 겨우 12년 남아'

[대전=뉴시스]한국의 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 'KSTAR(Korea Superconducting Tokamak Advanced Research)'. KSTAR는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도록 1억도 이상의 초고온 플라즈마를 만들고 강력한 자기장을 이용해 가둬두는 역할을 한다. (사진=윤현성 기자)
[대전=뉴시스]한국의 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 'KSTAR(Korea Superconducting Tokamak Advanced Research)'. KSTAR는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도록 1억도 이상의 초고온 플라즈마를 만들고 강력한 자기장을 이용해 가둬두는 역할을 한다. (사진=윤현성 기자)

[대전=뉴시스]윤현성 기자 = '인공태양'을 보러가기 위해 거친 첫 관문은 방사능 장비에 대한 경고와 안전모 착용이었다. 안전모를 쓰고, 좁고 높은 계단을 거치자 정반대로 운동장처럼 탁 트인 공간이 펼쳐졌다. 그 넓은 공간을 혼자 차지하고 있는 것은 마치 당장이라도 증기를 뿜어낼 것 같은, SF 영화에서나 나올 것 같은 거대한 은색 밥솥이었다. 한국의 인공태양으로 불리는 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 'KSTAR(Korea Superconducting Tokamak Advanced Research, 케이스타)'와의 첫 만남이다.

지난 22일 찾아간 대전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의 1개 동을 전부 차지하고 있는 KSTAR는 거대한 외형에서부터 눈을 떼기 어려웠다. '한국의 인공태양'이라는 별명답게 태극기와 함께 붙은 'KSTAR' 마크도 눈길을 끌었다. 이같은 KSTAR를 발판 삼아 2050년께 우리나라의 에너지 자립을 위한 '인공태양'을 실현하는 것이 정부의 바람이다. 세계 최초로 1억도 이상 초고온 플라즈마 30초 연속운전을 기록했던 KSTAR는 올해 운전 유지시간을 50초로 끌어올리는 또 한 번의 도약을 준비 중이다.

KSTAR는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도록 1억도 이상의 초고온 플라즈마를 만들고, 이를 강력한 자기장을 이용해 가두는 자기밀폐형 핵융합 장치다. 도넛 모양의 '토카막' 장치'로 설계됐다. 1995년 국내 기술로 개발을 시작해 12년 만인 2007년 완공됐고, 2008년 처음으로 플라즈마를 발생시키며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KSTAR는 현재도 전세계 토카막 장치 중 가장 진보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국제핵융합공동연구장치로 운영되며 매년 플라즈마 실험을 진행해 핵융합 상용화를 위한 연구를 수행 중이다. 지난 2021년에는 세계 최초로 이온온도 1억도의 초고온 플라즈마 운전을 30초 동안 유지하는 등 핵융합 상용화를 위한 주요 난제 해결에 기여하고 있다.
[대전=뉴시스]한국을 비롯한 7개국이 공조하고 있는 국제 핵융합 실험로 'ITER(이터)'의 건설 현장. (사진=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제공)
[대전=뉴시스]한국을 비롯한 7개국이 공조하고 있는 국제 핵융합 실험로 'ITER(이터)'의 건설 현장. (사진=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제공)
현재 핵융합 상용화를 위해 가장 핵심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국제 핵융합 실험로 'ITER(이터)'다. ITER는 1의 힘을 가진 연료를 넣었을 때 그 10배에 달하는 핵융합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핵융합연은 KSTAR, ITER를 통해 개발된 다양한 기술을 기반으로 최종적으로는 향후 한국형 핵융합 실증로 'DEMO(데모)'까지 만들어낼 계획이다.

윤시우 핵융합연 부원장은 "ITER에서 문제가 되는 노심 불안정(ELM)이라는 게 있는데 이걸 장시간 안정화시키는 게 중요하다"며 "KSTAR가 여러 기계 학습, 적응제어 알고리즘 등을 구축해서 이 불안정성을 세계 최장인 45초 이상으로 안정화시키는 데 성공하고 관련 제어기술까지 확보해냈다"고 강조했다.

KSTAR, 3년 뒤 1억도 플라즈마 운전 300초 목표…텅스텐 내벽으로 내구성 높인다

올해 KSTAR의 목표는 1억도 운전 유지 시간을 50초로 높이는 것이다. 2026년에는 이같은 초고온 운전을 300초까지 유지시킨다는 계획이다. 핵융합연에 따르면 300초 유지는 '가장 긴 물리적 현상'을 성공적으로 제어했다는 것으로, 300초를 넘긴다면 1억도 플라즈마 운전을 24시간 동안 정상적으로 진행할 수 있게 된다.

당장의 목표인 50초 운전 유지를 위해 KSTAR는 내벽 소재를 탄소에서 텅스텐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KSTAR 내벽은 1억도 이상으로 가열되는 플라즈마를 직접적으로 마주하게 된다. 결국 초고열을 버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대전=뉴시스]KSTAR 진공용기 내부 전경. (사진=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제공)
[대전=뉴시스]KSTAR 진공용기 내부 전경. (사진=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제공)
텅스텐의 경우 내벽온도 상승을 억제해 초고온 장시간 운전을 보다 효과적으로 버틸 수 있고, 핵융합의 주원료인 삼중수소를 흡수해버린다는 탄소 소재의 단점까지 해소할 수 있다.

핵융합연은 올해 7월 말까지 텅스텐 내벽 설치를 완료하고 10월부터 초고온 플라즈마 50도 운전을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이후 2025년에는 장시간 운전용 가열 및 전류구동 장치 구축, 플라즈마 안정성 연구 및 제어기술 향상이 추진되는 등 초고온 플라즈마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기술이 순차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KSTAR, 10년간 3만번 넘게 플라즈마 실험…1억도 운전 직접 촬영

이처럼 텅스텐 내벽 설치 작업이 진행 중인만큼 KSTAR의 토카막 내부까지 모두 살펴볼 수는 없었다. 다만 일종의 KSTAR 제어실에서 초고온 플라즈마 운전이 진행 중인 모습을 살펴볼 수 있었다.
[대전=뉴시스]KSTAR의 초고온 플라즈마 운전 모습. (사진=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대전=뉴시스]KSTAR의 초고온 플라즈마 운전 모습. (사진=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KSTAR가 초고온 플라즈마 운전을 진행하면 내부에 있는 카메라가 구동 장면을 촬영하게 된다. 촬영 영상만으로도 굉장히 강한 빛이 뿜어져나오고 있음이 한눈에 알 수 있을 정도였다.

놀라운 점은 밝은 빛이 뿜어져 나오는 곳의 온도가 되려 낮고, 어둡고 투명하게 보이는 부분의 온도가 훨씬 더 높다는 것이다. 1억도까지 온도가 올라가는 만큼 아주 온도가 높은 곳에서는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가시 광선 영역의 빛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제어실에서는 현재까지 KSTAR가 몇 번의 플라즈마 실험을 진행했는지까지 알 수 있었다. 플라즈마 실험 1회를 '1샷'으로 지칭하는데, 현재 내벽 업그레이드를 위해 가동이 중단돼있지만 '넥스트 샷'이 3만2769회로 설정돼있었다. 그간 KSTAR가 3만번을 넘는 실험을 진행해왔다는 것이다.

윤시우 부원장은 "우리가 한 달에 약 300번, 1년에 약 3000번 정도의 실험을 진행한다"며 "3만번이 넘어갔다는 건 벌써 10년 넘게 운영을 꾸준히 해왔다는 것"이라며 자부심을 표하기도 했다.
[대전=뉴시스]KSTAR 제어실. 우측 끝에  현재까지 KSTAR가 몇 샷의 플라즈마 실험을 진행했는지 파악할 수 있는 전광판이 설치되어 있다. (사진=윤현성 기자)
[대전=뉴시스]KSTAR 제어실. 우측 끝에  현재까지 KSTAR가 몇 샷의 플라즈마 실험을 진행했는지 파악할 수 있는 전광판이 설치되어 있다. (사진=윤현성 기자)

핵융합, 핵분열 원자로와 위험성 달라…미가동시엔 방사능 위험성  無

KSTAR와 같이 핵을 이용하는 장치와 관련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우려는 단연 '방사능'이다. KSTAR의 경우에도 토카막 장치 바로 옆에 방사선량률 현황을 보여주는 전광판이 설치돼있었다.

현장을 방문한 당시 KSTAR 외부면의 방사선량률은 0.2535μSv/h(마이크로시버트)였다. 자연 방사선량률이 0.3μSv/h라는 점을 고려하면 핵융합 실험 장비라는 무시무시한 용도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안정적인 셈이다. 방사선량률이 10μSv/h에 달하면 출입이 제한된다.
[대전=뉴시스]KSTAR 토카막 장비 바로 옆에 설치되어 있는 방사선량률 측정 전광판. (사진=윤현성 기자)
[대전=뉴시스]KSTAR 토카막 장비 바로 옆에 설치되어 있는 방사선량률 측정 전광판. (사진=윤현성 기자)

이같은 낮은 방사선량률이 바로 핵융합의 특징이자 장점이다. 현재 KSTAR는 내부 격벽 교체로 장기간 가동을 멈춘 상태인데, 미가동시에도 철저한 관리가 필요한 핵분열과 달리 핵융합은 가동을 멈추면 스스로 그 힘을 잃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윤시우 부원장은 "플라즈마 실험을 진행할 때는 방사선량률이 10, 100, 1000을 넘어 1만μSv/h까지도 올라가곤 한다"며 "실험할때는 높지만 어떤 이유로든 장치가 꺼지면 빠르게 안정화된다. 그게 핵융합의 고유 특성이자 원자력(핵분열)과의 차이"라고 강조했다.

또 KSTAR에는 최근 과학기술, ICT 분야의 핵심인 디지털 트윈과 첨단 시뮬레이션 기술까지 접목됐다. 이렇게 개발된 '버추얼 KSTAR'를 통해서는 KSTAR의 운전 상태를 3차원 가상 공간에서 보다 직관적이고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거나, 슈퍼컴퓨터를 활용해 KSTAR에서 실제로 하지 못했던 실험을 가상공간에서 대신해볼 수도 있다. 실제로 현재 진행 중인 KSTAR의 텅스텐 내벽 교체 효과 또한 버추얼 KSTAR을 통해 가상 공간에서 미리 분석할 수 있었다.
[대전=뉴시스]KSTAR 외경. (사진=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제공)
[대전=뉴시스]KSTAR 외경. (사진=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제공)

이미 전세계가 핵융합 발전을 위한 기술 개발에 뛰어들고 있고 우리나라 또한 2050년 상용 핵융합 발전소 운영을 목표로 힘을 쏟고 있다. 다만 그간 아예 존재하지 않았던 핵융합 시설부터 만들어야 만큼 설비 구축에만 최소 1조원 이상의 천문학적 예산이 투입될 전망이다. 정부의 발빠른 움직임 뿐만 아니라 미래를 위한 국민들의 적극적인 지지 또한 절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유석재 핵융합연 원장은 "이제 핵융합 에너지라는 것은 더는 꿈의 에너지라고 하긴 어렵고, 이미 우리 문턱 가까이 왔다고 볼 수 있다"며 "핵융합 에너지의 연쇄반응이 2035~2038년 사이로 계획되고 있는데, 그런 관점에서 우리에게 남은 골든타임이 겨우 12년 정도로 그리 길지 않다. 연쇄반응의 성공 이후 타국에 뒤쳐지지 않고 곧바로 실증 설계를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가장 중요한 첫번째 빅스텝이 올해 이뤄지는 '핵융합 전력생산 실증로 기본개념' 수립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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