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 배우자 건보 자격 인정한 法…'이성 중심' 제도 변화 생길까

기사등록 2023/02/22 05:00:00

최종수정 2023/02/22 06:29:15

건보료 부과 처분 취소 소송…2심 원고 승소 판결

법원 "성적 지향 이유로 차별" 공단 측 "상고 예정"

보험·주거 등 '이성부부' 중심 제도 확대될까 기대

정의당 "사법이 행정 바로잡아"…생활동반자법 준비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결혼 5년차 동성부부 소성욱 씨와 김용민 씨가 지난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민건강보험공단 상대 보험료 부과 취소 처분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승소 후 입장을 말하고 있다. 서울고등법원은 소성욱 씨가 건보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의 항소심에서 1심을 뒤집고 동성부부의 건보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며 원고 승소를 판결했다. 2023.02.22.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결혼 5년차 동성부부 소성욱 씨와 김용민 씨가 지난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민건강보험공단 상대 보험료 부과 취소 처분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승소 후 입장을 말하고 있다. 서울고등법원은 소성욱 씨가 건보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의 항소심에서 1심을 뒤집고 동성부부의 건보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며 원고 승소를 판결했다. 2023.02.2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권지원 기자 = 법원이 동성 배우자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는 판결이 나오자 이성 부부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의료, 보험, 주거, 세제 등의 제도가 동성 부부에 확대 적용될 수 있을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22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이 상고를 예고한 만큼 대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는 법적 다툼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법 행정1-3부(부장판사 이승한·심준보·김종호)는 전날 소성욱씨가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을 상대로 건강보험료 부과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낸 소송의 항소심에서 1심을 뒤집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동성 부부인 김용민씨와 소성욱씨는 법적 혼인 관계는 아니지만, 건보공단 측으로부터 피부양자 자격 적용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은 후 2020년 2월 피부양자 자격을 취득했다. 그러나 건보공단측은 이들을 부부로 인정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가면서 같은 해 10월 자격을 무효화했다.

국민건강보험법 제5조에 따르면 직장가입자의 부양을 받는 배우자, 직계 가족 등은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등록할 수 있다. 건보공단은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사실혼 관계 배우자에 대해서도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해왔다. 다만 건보공단측은 국내에서 동성혼이 법률상 인정되지 않아 동성 부부는 피부양자 자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이에 두 사람은 2021년 2월 건보공단을 상대로 보험료 부과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법원은 지난해 1월 1심 당시 사실혼은 남녀의 결합이므로 동성 간 결합까지 확장해 해석할 근거가 없고, 동성결혼의 인정 여부는 입법의 영역이라는 이유를 들어 이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나 항소심 공판에서는 1심을 뒤집고 "건보공단이 이성 관계인 사실혼 배우자 집단에 대해서만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고, 동성 관계인 동성 결합 상대방 집단에 대해선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성적 지향을 이유로 본질적으로 동일한 집단에 대해 한 차별대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동성 결합은 사실혼 관계가 아니다"라며 '동성 결합'과 '동성 부부'를 사실상 구분하면서도 건보공단 측이 사실혼을 인정했다면 동성 부부에도 법률상 평등의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건보공단은 상고해 대법원 판단을 받겠다는 의지를 밝힌 상태여서 확정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는 비슷한 상황의 동성부부들이 제도 혜택을 받지는 못할 전망이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일단은 상소해 대법원판결까지 다퉈볼 예정"이라며 "판결문을 검토하고 어떤 방향으로 할지 (판결문을) 보고 정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건강보험 정책을 총괄하는 보건복지부 관계자도 "국민건강보험법에는 통상적인 규정만 있다"면서 "규정에 대해서 (복지부가) 판단할 상황에 있지는 않다"고 말을 아꼈다.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로 혼인 관계를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한 동성 부부들이 주거, 의료 등 사회안전망 혜택을 받을 기회가 확대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소씨를 대리한 박한희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동성 배우자를 법적으로 보호하지 않는 것은 헌법이 용납하지 않는 차별'이라는 주장을 법원이 받아들인 것 같다"며 "앞으로도 성별이분법, 정상가족 담론 등을 이유로 한 차별이 없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치권에서도 2심 판결을 환영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정의당은 동성 부부를 포함한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전통적 가족처럼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생활동반자법' 발의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류호정 정의당 원내대변인은 전날 기자회견을 통해 "사법이 행정을 바로잡았다"면서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최근 5년 동안 사실혼 배우자를 피부양자로 인정한 3562건 중 취소된 건 단 2건이고, 모두 '동성'을 '사실혼 배우자'로 등재한 것이 '착오'라는 이유로 한 취소였음을 밝혀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관련기사

button by close ad
button by close ad

동성 배우자 건보 자격 인정한 法…'이성 중심' 제도 변화 생길까

기사등록 2023/02/22 05:00:00 최초수정 2023/02/22 06:29:15

이시간 뉴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