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습 참배' '5·18 왜곡'…상처 덧낸 특전사 초청 행사(종합)

기사등록 2023/02/19 19:20:27

최종수정 2023/02/19 21:38:24

5·18부상자회 등 주최한 대국민 선언식 강행

선언문 통해 "계엄군은 피해자로 봐야" 확언

지역 사회 반대 여론 절정…몸싸움·규탄대회

기습 참배, 5·18 왜곡 발언…"5월 정신 '훼손"

[광주=뉴시스] 김혜인 기자 = 19일 오전 광주 서구 치평동 5·18기념문화센터대동홀에서 5·18민주화운동 포용과 화해와 감사 대국민 공동선언식이 열리고있다. 2023.02.19. hyein0342@newsis.com
[광주=뉴시스] 김혜인 기자 = 19일 오전 광주 서구 치평동 5·18기념문화센터대동홀에서 5·18민주화운동 포용과 화해와 감사 대국민 공동선언식이 열리고있다. 2023.02.19. [email protected]
[광주=뉴시스]이영주 기자 = 5·18민주화운동 일부 공법단체(부상자회·공로자회)가 광주 지역 사회의 거센 반발 여론 속에 (사)대한민국 특전사 동지회(특전사회) 초청 행사를 강행했다.

애초 일정과 달리 국립5·18민주묘지를 기습 참배했고, 최익봉 특전사회 총재는 행사 중 5·18 왜곡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광주 시민사회 단체 113곳은 '화합·용서의 선결 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졸속 행사'라며 격분, 후속 대책 마련에 나섰다.

[광주=뉴시스] 김혜인 기자 = '5·18민주화운동 포용과 화해와 감사 대국민 공동선언식'이 열린 19일 오전 광주 서구 치평동 5·18기념문화센터 대동홀에서 선언 조인식이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최익봉 특전사동지회 총재, 황일봉 부상자회장, 정성국 공로자회장, 전상부 특전사동지회장. 2023.02.19. hyein0342@newsis.com
[광주=뉴시스] 김혜인 기자 = '5·18민주화운동 포용과 화해와 감사 대국민 공동선언식'이 열린 19일 오전 광주 서구 치평동 5·18기념문화센터 대동홀에서 선언 조인식이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최익봉 특전사동지회 총재, 황일봉 부상자회장, 정성국 공로자회장, 전상부 특전사동지회장. 2023.02.19. [email protected]


◇ 행사 강행…국민 대통합 주제 '대국민 선언' 발표

5·18 부상자회·공로자회, 특전사회는 19일 오전 광주 서구 5·18기념문화센터에서 '포용과 화해와 용서 대국민 선언식' 행사를 열었다.

주최 측은 5·18 진상 규명을 위한 포용과 오월 영령에게 감사한다는 의미로 행사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황일봉 부상자회장, 정성국 공로자회장, 최익봉 동지회 총재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단체장들은 상호 화해와 용서를 명목으로 대국민 선언문을 낭독하고 조인식을 가졌다.

이들은 선언문을 통해 5·18 당시 투입된 계엄군이 저지른 학살 만행을 '군인으로서 명령에 의한 공적 직무를 수행한 과정이었다'고 주장했다.

계엄군에 대해서는 '민주 시민의 정의로운 항거를 억압한 가해자가 아니다'며 '그 다수가 오늘날까지 정신·육체적 아픔을 겪어 피해자로 봐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5·18민주화운동 부상자회와 공로자회, (사)대한민국 특전사 동지회 일부 회원이 19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하고 있다. (사진 = 국립5·18민주묘지 제공) 2023.02.19. photo@newsis.com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5·18민주화운동 부상자회와 공로자회, (사)대한민국 특전사 동지회 일부 회원이 19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하고 있다. (사진 = 국립5·18민주묘지 제공) 2023.02.19. [email protected]


◇행사 앞서 기습 참배, 행사 도중 5·18 왜곡 등 논란도

이들 단체는 선언식 행사 직전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를 기습 참배했다. 황일봉 부상자회장과 정성국 공로자회장, 특전사회원 20여 명은 이날 오전 9시 55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았다.

이들은 추념탑 참배만 마친 뒤 5분 만에 떠났다. 열사들의 묘소를 찾지는 않았다. 특전사 예비역들은 참배 전 베레모를 벗어달라는 민주묘지 측 제안을 받아들였다.

특전사 단체가 5·18을 바라보는 왜곡된 시각도 드러났다. 최익봉 특전사회 총재는 선언식 인사말에서 "5·18 당시 광주로 온 계엄군이 '질서 유지' 차원에서 투입됐다"고 왜곡 발언을 했다.

최 총재는 "상관의 명에 따라 광주에 파견돼 질서 유지의 임무를 맡았던 군 선배들의 헌신에 경의를 표한다"며 "질서 회복의 임무를 수행한 특전사 선배들의 노고·희생은 왜곡·과소평가돼선 안된다"고 밝혔다.

상관의 명령을 어쩔 수 없이 따랐다는 취지였지만, 이는 5·18항쟁을 질서 유지가 필요했던 '폭동' 상황으로 왜곡하며 신군부 살상 행위를 두둔한 일부 극우 보수 단체의 시각과 크게 다르지 않다.

특전사회의 5·18 왜곡 시각은 자신들의 누리집에 방치되고 있는 왜곡 게시물에서도 엿볼 수 있다. 특전사회 누리집에는 지난해 8월 한 이용자가 5·18을 왜곡하는 내용을 담아 작성한 게시물이 방치돼있다.

게시물은 1980년 5월 24일 남구 송암동에서 있었던 전투교육사령부 교도대와 11공수여단 사이의 오인에서 비롯된 교전을 북한군과 11공수여단 사이에서 발생한 교전이라고 왜곡하고 있다.

이밖에 행사에 축사를 보낸 정무창 광주시의회의장 측은 오후께 '축사 취소 조치를 하지 못했다'는 내용의 해명 자료를 배포하고 사과했다.

[광주=뉴시스] 김혜인 기자 = '5·18민주화운동 포용과 화해와 감사 대국민 공동선언식'을 앞둔 19일 오전 광주 서구 치평동 5·18기념문화센터 인근에서 일부 시민들이 "진상규명이 먼저"라며 특전사들을 막아서고 있다. 2023.02.19. hyein0342@newsis.com
[광주=뉴시스] 김혜인 기자 = '5·18민주화운동 포용과 화해와 감사 대국민 공동선언식'을 앞둔 19일 오전 광주 서구 치평동 5·18기념문화센터 인근에서 일부 시민들이 "진상규명이 먼저"라며 특전사들을 막아서고 있다. 2023.02.19. [email protected]


◇ '격분' 지역 사회…무더기 '질타'

행사 개최 반대 여론은 이날 절정에 달했다. 일부 5·18 피해 당사자와 시민 단체는 행사장 주변에 모여 '피 묻은 군홧발로 5·18을 짓밟지 말라' '5·18민중항쟁 역사왜곡을 당장 중단하라' 등의 손팻말을 들고 막아서는 경찰과 몸싸움을 벌였다.

주최 단체들이 행사 직전인 5·18민주묘지를 기습 방문, 참배한 사실도 알려지면서 갈등은 극에 달했다.

행사 개최 반대 측 5·18 피해 당사자 10여 명은 참배를 마치고 돌아오는 단체 관계자들을 막아서며 행사장 입구 앞에 드러눕기도 했다.

이날 오후에는 113개 시민 사회단체 회원들이 5·18민주묘지 민주의 문 앞에 모여 부상자회·공로자회를 규탄했다.

박봉주 광주전남추모연대 공동대표는 "5·18 발포 명령자, 암매장 등을 밝히는 진상 규명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 강행된 행사로 치욕스러운 족적이 만들어졌다"고 비판했다.

김순 추모연대 집행위원장은 "부상자회 등은 이날 공동선언문을 발표하고 공적 임무를 받고 내려와 광주 시민들을 학살한 계엄군들을 피해자로 규정, 어떤 잘못도 없다고 했다"며 "'너도 잘하고 나도 잘했다'는 식의 양시론을 들며 가해 세력의 만행을 흐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민 단체들은 이 행사를 '야합과 정치적 쇼'로 규정하고 후속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오는 21일 오전 10시 30분 동구 YMCA 건물 무진관에서 비상대책회의를 열어 각 단체별로 세워온 대책을 공유·논의한다.

지역 사회는 이번 행사가 신군부에 대한 역사적 단죄와 사죄가 빠진 상태에서 화합이라는 미명 아래 열릴 것을 우려해왔다. 행사에 참여하는 특전사 예비역 중 1980년 5월 당시 투입된 계엄군 수도 불과 2~3명에 불과해 진정성도 의심됐다. 5·18민주유공자유족회와 5·18기념재단 이사장단도 행사 철회를 거듭 촉구한 바 있다.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광주 113개 시민 사회 단체가 19일 오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민주의 문 앞에서 '오월 정신 지키기 범시민대회'를 열고 있다. 2023.02.19. leeyj2578@newsis.com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광주 113개 시민 사회 단체가 19일 오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민주의 문 앞에서 '오월 정신 지키기 범시민대회'를 열고 있다. 2023.02.19.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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