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동원피해자, 日기업 손배소 1심 패소…法 "소멸시효 지나"(종합)

기사등록 2023/02/14 16:37:13

1심 재판부 "유족 측 청구권 주장은 인정"

"파기환송 최초 판결 기준 소멸시효 끝나"

日기업 "협정으로 청구권 소멸" 주장 배척

하급심서 기산점 엇갈려…대법 판단 촉구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강제동원 추가소송 대리인단인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임재성(왼쪽 두번째 부터) 변호사와 민족문제연구소 김영환 대외협력실장이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일본 니시마츠 건설 상대 손배소 1심 선고와 관련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3.02.14. suncho21@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강제동원 추가소송 대리인단인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임재성(왼쪽 두번째 부터) 변호사와 민족문제연구소 김영환 대외협력실장이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일본 니시마츠 건설 상대 손배소 1심 선고와 관련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3.02.1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일제강점기 강제동원으로 노역하다 목숨을 잃은 피해자 유족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으나 1심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8부(부장판사 이기선)는 14일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들이 일본 니시마쓰건설 주식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1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니시마쓰건설)는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인해 원고들의 청구권이 소멸했다고 주장하지만, 대법원 판례에 비추어 보면 청구권은 여전히 살아있다"고 전제한 뒤 "여러 대법원판결 중 어떤 판결이 나온 때로부터 기산해야 하는지가 이 사건 쟁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파기환송 한 최초 판결 시를 소멸시효 기산점으로 봤다"며 "이를 기준으로 소멸시효 기간이 이미 지나 청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원고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이 사건 피해자 김모씨는 일제강점기 당시 함경북도 부령군 소재 군수사업체에서 근무하다 광복 전인 1944년 5월 숨졌다. 이후 2019년 6월 유족 측은 불법행위를 저지른 일본 기업에 대해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유족 측은 2018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근거로 이 시점 이후부터 손해배상 청구권 소멸시효를 따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8년 10월 이춘식씨 등 강제동원 피해자 4명이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위자료 청구권을 인정하는 판결을 냈다.

당시 대법원 합의체는 "미지급 임금이나 보상금을 구하는 것이 아닌 일본 정부의 한반도 불법 식민 지배와 침략 전쟁 수행 관련 일본 기업의 반인도적 불법행위에 대한 강제동원 위자료 청구권"이라며 "한일 협정에는 개인 청구권 소멸 관련 양국 정부의 의사 합치가 있었다고 볼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대법원은 2012년 5월 신일본제철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하며 하급심에서 판결 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는데, 이듬해 7월 서울고법 파기환송심은 원고인 유족 측에게 일본제철이 1억원을 지급하도록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신일본제철을 비롯한 일본 기업들은 1965년 한일 협정으로 손해배상 청구권은 소멸했고, 이를 행사할 수 있는 장애사유도 2012년 5월 대법원판결로 해소됐다며 맞섰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해자 측 손해배상 청구권 자체는 유지된다며 이들의 주장을 배척했다.

다만 소멸시효와 관련해서는 2012년 대법원판결을 기준으로 기산해 청구권 행사 기간이 지났다고 판단했다.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강제동원 추가소송 대리인단인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임재성(왼쪽 두번째 부터) 변호사와 민족문제연구소 김영환 대외협력실장이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일본 니시마츠 건설 상대 손배소 1심 선고와 관련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3.02.14. suncho21@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강제동원 추가소송 대리인단인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임재성(왼쪽 두번째 부터) 변호사와 민족문제연구소 김영환 대외협력실장이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일본 니시마츠 건설 상대 손배소 1심 선고와 관련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3.02.14. [email protected]

민법 제766조는 손해배상청구권 소멸시효와 관련해 피해자나 법정대리인이 손해를 인지한 날로부터 3년간,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간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않으면 이를 주장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번 소송은 2019년 6월 제기됐는데 유족 측 주장대로 2018년 10월 전합 판결을 기점으로 하면 3년의 소멸시효가 남아있지만 2012년 5월 대법원 판단을 기준으로는 이미 3년이 지났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원고 측 청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현재 강제동원 피해자 소송 관련 기산점에 대한 하급심 판결이 엇갈리면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2월 서울중앙지법은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같은 이유로 원고 패소로 판결했으나, 2018년 12월 광주고법은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2018년 대법원 확정판결일로부터 소멸시효를 적용해야 한다고 봤다.

선고 직후 유족 측 역시 엇갈린 판단이 내려지는 데 따른 혼란을 호소하며 신속한 대법원판결을 촉구했다.

유족 측 대리를 맡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임재성 변호사는 "법리적 판단으로 청구가 기각된 것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워 항소해 상급 법원의 판단을 받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며 "현재 소멸시효 기산 일에 대한 대법원 판단이 없는 것이 사실이기에 신속한 판단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니시마쓰건설은니시마츠건설은 2009년 중국인 강제노동 피해자들과 합의를 했는데, 국내 사법부가 피해자 권리를 인정하지 않았음에도 역사적 사실을 인정하고 피해복구 조치를 한 기업"이라며 "1심에서 피해자 권리가 인정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 문제에 전향적인 입장을 보이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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