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경위, 퇴사 후 삶 담은 '퇴사 브이로그'
"공감된다" "응원한다" 등 우호적 반응 많아
워라밸·성장성 등 중시하는 MZ세대 특성 담겨
【서울=뉴시스】강운지 인턴 기자 = 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 출생자를 가리키는 'MZ세대'는 이전 세대인 X세대와 구분되는 사고방식과 성향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직장 생활에 있어 소속감보다는 사생활을 중시하고, 직업 선택시 자신의 만족감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점은 대표적인 MZ세대의 특징이다. '퇴사 브이로그'는 이렇게 직장에 대한 인식이 점점 바뀌고 있는 요즘 상황을 잘 반영해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는 콘텐츠다.
대부분의 퇴사 브이로그는 회사에서 마지막으로 짐을 정리하는 장면, 사직서를 써 제출하는 장면, 퇴사 이유를 시청자에게 설명하는 장면 등으로 구성된다. 많은 퇴사 유튜버들이 자영업에 도전하는 등 자신이 지망하던 분야로 진입할 계획을 세운다.
2020년 7급 공무원을 퇴사한 유튜버 '덱시'는 지난 9월, 일을 그만두게 된 경위에 대해 "주변의 시선을 의식해 선택한 직업이었고, 정년까지 공무원으로 근무한 후 과거를 돌이켰을 때 인생이 너무 아까울 것 같았다" 등 이유를 밝혔다. 개인주의적 성향을 가진 그에게 공무원이라는 직업은 '맞지 않는 옷'이었다는 설명이다. 덱시는 이어 "마흔이 되기 전에 좋아하는 일을 찾아 안정적인 기반을 잡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퇴사는 잘한 일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퇴사 콘텐츠의 인기는 최근 국내 젊은 퇴사자가 증가하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사람인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1124개 기업 중 84.7%가 '1년 이내에 조기 퇴사한 직원이 있다'고 답변했다. 이는 2021년 조사 결과인 74.6%보다 10%포인트 이상 늘어난 수치다. 응답 기업의 약 50%은 '조기 퇴사자가 늘고 있다'고 답했고, 약 22%는 '일부 직원의 조기 퇴사를 고려해 더 많은 인원을 뽑기도 했다'고 전했다.
전체 신입사원 대비 조기 퇴사자 비율은 평균 28.7%였다. 10명이 입사하면 그중 3명이 1년 안에 회사를 그만두는 셈이다.
MZ세대 조기 퇴사는 일종의 사회적 흐름이다. 이들의 퇴사 브이로그를 살펴보면, 중소기업이나 5인 미만 사업장뿐만 아니라 대기업, 연봉 8000만원 이상인 회사, 7급 공무원 등 소위 '번듯한 직장'을 그만두는 사례도 많다. 퇴사 이유는 '인간관계가 힘들어서' '조직문화가 맞지 않아서' '근무 시간이 생산적으로 느껴지지 않아서' '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 등 다양하다.
아무리 좋은 직장이더라도 경영철학, 워라밸, 근무 환경 등이 자신의 가치관과 맞지 않으면 퇴사하는 MZ세대의 특징이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퇴사를 결정하게 된 마음가짐이 공감 된다" "앞으로의 행보를 응원한다" 등 댓글 반응도 대체로 우호적이다.
그러나 퇴사 이후 불안감에 시달린 모습을 고백하며 '성급한 퇴사는 금물'이라고 당부하는 브이로그도 있다.
유튜버 '반면교사 문까치'는 지난해 7월 ‘퇴사 후 2년 차에 느낀 퇴사하면 더 힘든 유형’ 영상에서 "직장 내 인간관계 때문에 퇴사를 결정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막상 퇴사해도 인간관계에 시달리는 것은 똑같다"며 "오히려 직장에는 나를 보호할 수 있는 절차가 많다. 소속감이 주는 편안함도 있다"고 짚었다.
한편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방역 조치가 완화됨에 따라 원격·재택근무가 종료되고 회식과 워크샵 등이 부활하자, MZ세대의 불만이 늘어난 점도 조기 퇴사의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된 지난해 4월 이후 '회식 갑질'과 관련된 제보가 급증했다고 전한 바 있다.
팬데믹 이후 MZ세대를 중심으로 '조용한 사직(quiet quitting)' 열풍이 일어나기도 했다. 조용한 사직은 젊은 미국 직장인들로부터 생겨난 용어로, '초과근무를 거부하고 월급 받은 만큼만 일하는' 업무 방식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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