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 중요성 크지 않지만
우크라에 "바흐무트 사수"는
정면 대결해 러군 물리치는
상징성 큰 전선으로 탈바꿈
젤렌스키 이곳 병사들 사인 담긴
우크라 국기 미 하원의장에 선물
![[바흐무트=AP/뉴시스] 맥사 테크놀로지스가 제공한 위성 사진에 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바흐무트 남부 지역에 파괴된 아파트 건물과 포탄 자국이 보인다. 2023.01.06.](https://img1.newsis.com/2023/01/06/NISI20230106_0019648484_web.jpg?rnd=20230106082035)
[바흐무트=AP/뉴시스] 맥사 테크놀로지스가 제공한 위성 사진에 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바흐무트 남부 지역에 파괴된 아파트 건물과 포탄 자국이 보인다. 2023.01.06.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우크라이나 여러 전선 가운데 6개월째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동부 바흐무트 전투가 우크라이나군에게는 정면 대결을 통해 러시아군을 무찌른다는 상징성이 크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6일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영상에 바흐무트에 은밀히 접근하는 러시아군 병력들이 포착됐다. 드론 조종사가 이 영상을 위성 통신으로 포병에 전송하자 몇 분 만에 러시아군이 숨어든 주택을 포격했고 주택이 파괴되는 장면이 드론 영상에 잡혔다.
이날 오후엔 우크라이나군 장갑차가 부상 병력을 후방으로 이송했다. 우크라이나군도 러시아군의 공격을 받아 피해를 입은 것이다.
이처럼 바흐무트 지역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래 가장 치열한 전투가 여섯 달 째 벌어지는 곳이다.
우크라이나군은 다른 전선에서 앞선 기동성과 기만전술, 서방 지원 장거리 무기로 러시아군을 공격해 패배를 안겼지만 바흐무트에서는 정면 대결을 불사하는 방식으로 전투를 이어가고 있다.
우크라이나 지도부는 전쟁 초기 러시아군과의 정면 대결을 가급적 피해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해 여름 이미 초토화된 세베로도네츠크와 리시찬스크를 사수하느라 하루 100명씩 사상자가 발생하는 것에 대해 공개적으로 회의적 입장을 밝히고 이곳에서 병력을 철수했다.
그러나 사후 평가 결과 세베로도네츠크와 리시찬스크 전투에서 러시아군에 큰 피해를 안긴 덕분에 우크라이나군이 지난해 9월 이후 러시아군을 크게 패퇴시킬 수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바흐무트의 전투가 같은 효과를 낼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러시아군이 지난해 가을 징집한 병력을 얼마나 많이 투입할 수 있는 지 등 여러 변수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9일에도 바흐무트에서 북동쪽 솔레다르로 이어지는 전선에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고 러시아는 솔레다르 인근 마을을 점령했다고 주장했으나 우크라이나군은 솔레다르를 공격하는 러시아군을 물리쳤다고 밝혔다.
한나 말리아르 우크라이나 국방 차관은 텔레그램에 올린 글에서 러시아군이 솔레다르 점령에 실패하고 후퇴한 뒤 재편성해 “강력하게 공격해왔다”면서 “우크라이나군이 용감하게 싸워 단 한 치의 땅도 내주지 않았다”고 썼다.
바흐무트의 전략적 가치는 논란의 여지가 있으나 양측 모두에 상징적 의미가 크다. 러시아군으로선 바흐무트를 점령하면 몇 달 만에 처음 의미 있는 승리를 거둘 수 있게 된다. 우크라이나에게 치열한 장기전투가 벌어진 바흐무트 사수가 국가적 자존심을 지키는 일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달 미국 방문을 앞두고 바흐무트를 방문했고 현지 병사들이 서명한 우크라이나 국기를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에게 선물했었다.
군사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의 이 같은 “바흐무트 사수” 의지 때문에 필요할 경우 후퇴할 가능성을 미리 차단하는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드론 영상에 나타나는 바흐무트는 완전히 초토화된 상태며 곳곳에 러시아군 시신이 널려 있는 처참한 모습이다. 우크라이나군 병사 올렉시 콘다코우는 “완전한 아포칼립스(종말)처럼 보인다”고 묘사했다.
바흐무트 시내에는 비교적 파괴가 덜된 서쪽 지역에만 소수의 주민이 남아 있다. 시내를 가로지르는 개천 건너 동쪽 지역은 거의 모든 건물이 무너지고 불탔다.
제정 러시아 시대 바후무트는 우크라이나 동부의 교역중심지로 소금광산이 있던 곳이다. 러시아가 침공하기 전까지도 이곳에는 붉은 벽돌로 지은 상점 건물과 대학교가 있었다. 현재 10만 명이던 주민이 7000명으로 줄어든 상태다.
바흐무트 전투는 2단계로 진행돼 왔다. 초기 100일 가량은 러시아 정규군이 전투를 벌였고 이후 와그너 용병그룹이 죄수들을 대거 투입했다. 와그너용병그룹을 이끄는 푸틴 측근 예프게니 프리고진이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이곳에서 인해전술을 펴고 있다.
미 고위 군당국자는 “와그너그룹 죄수 병사들이 우크라이나군 공격 피해를 온전히 당하도록 한 뒤 보다 잘 훈련된 병력을 투입해 점령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6일의 러시아군 공격이 대표적이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군 드론이 상공에서 감시하는데도 장갑차도 없이 숲에서 마을로 도보로 진격했다. 우크라이나군 드론 조종사는 러시아군 병력이 800m 가량 이어져 있다고 설명했다.
드론이 이들을 포착한 뒤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이 숨어 있는 폐가를 일일이 포격했다. 인근 지역에서는 치열한 시가전이 벌어지면서 기관총 소리가 연신 울렸다.
드론 조종사인 사병 안드리 판체코는 우크라이나군은 “자유를 위해 싸울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초토화된 바흐무트 동쪽 지역을 반드시 사수해야 하는지는 모르겠다면서도 “이 곳은 우리 땅이다. 나는 이곳을 사수하라고 명령을 받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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