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악재로 가상자산 신뢰도 추락
'탈중앙화' 가치 기반 가상자산 사업 실상은 중앙화
웹 3.0 시대 핵심 가치인 '탈중앙화' 의구심 커져
전문가들 "웹 3.0 시대 도래는 피할 수 없는 흐름"
"이용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웹 3.0 서비스 구현해야"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 가상자산 업계 신뢰도가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 테라·루나 사태로 유동성 위기를 맞은 데 이어 세계 3위 가상자산 거래소인 FTX가 파산하면서 여러 거래소와 투자사가 파산하는 등 위험에 처했다.
이로 인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부상한 3세대 인터넷, 즉 웹3 생태계가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최근 코인 시장의 일련의 사태들로 인해 웹3 핵심 가치인 '탈중앙화' 신뢰도 흔들리고 있어서다.
가상자산 기업 뿐만 아니라 웹3 프로젝트를 잇따라 추진했던 IT·게임기업들의 블록체인 시스템도 안정성에 의문이 생겼다. 이로 인해 웹3을 과연 실현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루나·테라 사태-FTX 사태로 드러난 탈중앙화 민낯
하지만 최근 블록체인이 내걸은 ‘탈중앙화’의 민낯이 드러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가상자산 테라와 루나 발행사 테라폼랩스의 디파이 서비스 '앵커프로토콜'은 ‘테라-루나’ 사태를 키웠다. 앵커프로토콜은 루나를 스테이킹(예치)하고 테라 스테이블코인 UST를 대출하는 서비스로, 스테이킹한 자산에는 20% 가까운 이자를 지급했다.
하지만 약세장이 지속되면서 테라의 수요가 줄어들고 루나 가격은 하락하면서 결국 시세 폭락으로 이어졌다. 루나와 테라 폭락 사태는 수많은 투자자들의 피해를 키웠고 전 세계 가상자산 시장이 송두리째 흔들렸다.
문제는 ‘탈중앙’이라는 가치 아래 피해 투자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책임 주체나 안전장치도 없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탈중앙화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탈중앙화라는 단어와 달리 가상자산 업계가 실상은 소수로 중앙 집권화돼있다는 지적도 다수 제기됐다.
이어 FTX 파산 사태까지 발생하면서 탈중앙화 가치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FTX가 유동성 위기로 인해 결국 파산 신청을 했다. 미국 가상자산 전문매체 코인데스크가 FTX 자회사 알라메다리서치의 재무건전성을 지적한 뒤 바이낸스가 보유하고 있던 FTT(FTX 자체 발행 가상통화)를 전량 매각하겠다고 밝히면서다.
이어 투자자들이 뒤따라 코인을 매도하는 ‘코인런’ 사태가 발생했다. FTT 가격이 걷잡을 수 없이 폭락하자 결국 파산 신청을 했다. 당시 신청서에 따르면 파산법원에 신고한 부채 규모는 약 66조원에 달한다.
전통 금융 시장에서는 '예금자 보호 제도' 등을 통해 투자자 보호 장치가 마련돼있지만 가상자산 시장은 없다. FTX 거래소 투자자 중 상당수는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이같은 거래소 충격 시 탈중앙화를 지양하는 가상자산 업계가 투자자를 보호할 수 없다는 것이 탈중앙화의 허점으로 지적됐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11월 위메이드가 발행한 가상자산 위믹스가 국내 4대 거래소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에서 거래지원이 종료(상장폐지)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위메이드가 거래소에 제출한 유통량이 실제 유통량과 차이가 발생했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탈중앙화 가치 아래 관리·감독·규제를 지양했던 가상자산 업계 내부에서도 적절한 규제를 통해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기 시작했다. 현재 국내에는 가상자산 규제법으로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을 두고 있지만, 투자자를 보호하고 있지 않다.
가상자산 규제를 강화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국내에서는 정부와 국회가 가상자산 특화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으며, 미국 등 해외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 산하 빗썸경제연구소는 '2023년 가상자산 정책 전망' 보고서를 통해 2023년이 가상자산 규제의 초석을 다지는 원년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오유리 빗썸경제연구소 정책연구팀장은 "주요국 정부가 블록체인 생태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합리적 규제의 틀을 마련하면 2023년은 관련 업계가 투자자 신뢰를 회복하고 장기적 성장의 초석을 다지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웹3 시대는 필연적…"이용자들이 원하는 서비스 구현해야 신뢰 회복"
전문가들은 이처럼 가상자산과 탈중앙화 가치에 대한 신뢰가 큰 타격을 입었지만 웹3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고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웹3을 단순한 트렌드로 보기에는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실제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를 비롯해 다수의 기업들이 앞다퉈 웹3에 투자하고, 비즈니스 모델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메타버스와 NFT 등 블록체인 열풍이 더해지면서 기업과 플랫폼이 독점하고 있는 데이터를 사용자에게 돌려주는 웹3은 IT업계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디지털 경제에서 플랫폼 중심의 중앙집권적 정보와 자본 독점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서다. 새로운 인터넷 시대를 추구하는 대안으로 부상한 이유다.
하지만 웹3 생태계가 제대로 구축되려면 가야할 길이 멀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웹3 가치가 실현된 서비스가 없고, 웹 3에 대한 정의 역시 제각각이라는 게 한계로 지적된다.
웹3가 마케팅 용어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제기되는 등 실체에 대한 논란도 거세지고 있다. 트위터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지난해 자신의 트위터에 "웹3은 실체가 없고, 마케팅 용어일 뿐"이라고 비판을 하기도 했다.
트위터 창업자 잭 도시 역시 "당신이 웹3을 소유한 게 아니다. 벤처캐피털(VC)과 그들에게 돈을 대는 펀드출자자(LP)가 가지고 있을 뿐"이라며 "결코 그들의 이해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고 궁극적으로 이름표만 다르게 가지고 있는 중앙집권적 실체"라며 웹3 비판에 가세했다.
김형중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기업들이 공급자 위주가 아닌 소비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서비스가 무엇이고, 어떻게 이익을 공유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진정한 웹3 서비스가 나올 수 있고 신뢰도 얻을 수 있다"라며 "웹3이 꼭 가야할 길인 것은 모두 동의를 한 단계이지만, 막상 웹3로 어떻게 돈을 벌고, 어떤 서비스가 도움이 될지는 아직 정답을 알 수 없는 단계"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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