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동성애 반대 프로그램 방영
"청소년들 타락" 등 발언…방통위 '주의'
法 "기독교 채널 특성 고려해야" 원고승
[서울=뉴시스]신귀혜 기자 = 방송 프로그램에서 특정 집단에 대한 차별적 표현이 등장했더라도 제재 과정에서 채널의 특성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면 부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박정대)는 CTS기독교TV가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낸 제재조치명령취소 소송에서 지난달 3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CTS는 차별금지법과 동성애를 주제로 한 프로그램을 편성해 지난 2020년 7월1일부터 3차례에 걸쳐 방영했다.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감수성이 예민한 그 청소년들이 그런 법안 때문에 성적으로 타락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게 된다", "동성애 옹호교육이 강화됨으로써 동성애자들, 트랜스젠더들이 많아지게 된다" 등의 발언이 전파를 탔다.
이에 방통위는 해당 프로그램에서 사회적 쟁점 또는 이해관계가 첨예한 사안을 다루면서 출연자를 편향적으로 구성해 사실과 다른 주장이나 의견을 사실인 것처럼 방송했다며 같은 해 11월 CTS에 주의 조치를 내렸다.
CTS는 처분에 불복해 방통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냈다.
법원은 CTS의 손을 들어줬다. 방통위가 채널의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 프로그램은 종교전문 채널에서 동성애를 불허하는 특정 종교의 기본 입장을 바탕으로 차별금지법안의 법률적·사회적 문제점에 관한 주장을 전개한 것"이라며 "종교의 자유의 보호영역에도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프로그램에 대한 규제를 실행할 때에는 언론의 자유에 더해 종교의 자유를 침해할 위험성까지 아울러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방송내용 중 차별금지법이나 동성애에 대해 다소 과장되거나 부적절한 표현이 있었더라도, 주로 기독교인들을 상대로 주의와 경각심을 촉구하는 취지에서 제작된 것임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단순히 방송법상 형식적 공정의무 내지 객관의무에 부합하는지 여부에 관한 이분법적 판단으로 재단하는 것은 자칫 종교의 자유에 대한 본질적인 내용마저 침해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으므로 특히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며 방통위의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시했다.
방통위는 이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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