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국간 탄소 배출량에 맞춰 관세 부과…비가입국 추가 관세
中 등 겨냥 새 무역 정책 제안…단기적으로 한·일 반발 가능성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미국 정부가 7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에 탄소 저배출 철강 거래 촉진 국제 컨소시엄을 구성해 중국 등에서 생산되는 철강과 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과 작성한 제안서는 바이든 대통령 정부의 새 무역정책 기조가 구체적으로 드러난 첫 사례다.
‘전 세계 지속가능 철강 및 알루미늄 방식(Global Arrangement on Sustainable Steel and Aluminum)’이라는 이름을 가진 새 컨소시엄은 기후변화를 완화하는 동시에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국내 산업 보호를 강화하는 것이 목적이다.
컨소시엄 가입국들은 철강 및 알루미늄 생산에서 특정 배출 기준을 충족해야 하며 국제 철강 및 알루미늄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해 생산량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고 철강 생산의 보조금 지원 통로가 돼온 국영기업의 생산도 제한해야 한다. 미 정부의 제안서는 중국을 직접적으로 명시하고 있지 않으나 중국이 가입하지 못하도록 가입 요건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EU는 지난해부터 철강 및 알루미늄 산업의 기후 관련 무역대화를 진행해왔다.
미국의 제안은 아직 초기 단계로 유럽 지도자들과 미 산업계 및 정계가 지지할 지가 확실하지 않다.
미국 측 한 무역 당국자는 미국의 전기자동차 생산법을 둘러싼 미-유럽 사이의 분쟁이 철강 및 알루미늄 협상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며 양측이 무역에서 탄소배출 규제를 강화하는데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캐서린 타이 USTR 대표는 지난 5일 이번 주 철강 및 알루미늄 컨소시엄이 “미국과 EU가 가장 중시하는 내용”이라며 내년까지 협상을 끝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발디스 돔브로브스키스 유럽 무역위원장은 컨소시엄 구성방안이 철강 및 알루미늄 이외의 제품에도 확대 적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미 기업 경영진과 노동조합 지도자들은 컨소시엄 구성 방안이 미 산업에 미칠 영향이 어느 정도일지 아직 알기 어렵다고 말한다.
미 철강산업은 이미 전 세계에서 가장 탄소 배출이 적은 수준이다. 컨소시엄 구성방안은 막대한 보조금 지원을 받는 중국 등의 철강 및 알루미늄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유리하도록 만들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미국 기업들은 외국의 철강 및 알루미늄 수요가 매우 큰 상태여서 컨소시엄 구성에 따른 비용 증가를 이유로 반대할 수 있다.
미국과 EU가 컨소시엄 구성 방안을 진전시키게 되면 관세 부과 대상 선정 및 배출 기준을 둘러싼 분쟁이 커질 전망이다.
미국과 EU는 배출 기준을 충족하는 나라 모두에 가입을 허용할 의사를 밝히고 있으나 단기적으로 일본과 한국 등 미 동맹국들이 반발할 수 있다. 또 중국이 보복조치에 나서거나 세계무역기구(WTO)에 의해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
미국이 제안한 방안은 특정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 생산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 수준에 맞춰 관세를 단계적으로 올리는 방식이며 시간을 두고 배출 기준을 강화하도록 돼 있다. 또 컨소시엄 비가입국 제품에는 추가로 관세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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