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킹닷컴, 한국인 1000여명 등 32개국 2만4000명 설문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자연으로 돌아가는 여행, 새로움을 찾아 나서는 모험, 아날로그로 똘똘 뭉친 레트로 여행, 명상을 통한 내면의 평화, 그리고 합리적인 예산….
위드코로나 시대를 맞아 불확실했던 여행 시장이 변화에 적응해나가며 활로를 찾아가고 있는 가운데 부킹닷컴이 내년 달라질 여행의 모습을 예측한 7가지 트렌드를 8일 발표했다. 한국인 1000여 명을 포함해 전 세계 32개국 2만4000명 이상의 여행객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와 26년간 축적된 자체 인사이트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다.
부킹닷컴이 선정한 트렌드는 ▲오프그리드 여행의 부상 ▲가상현실로의 확장 ▲새로움을 찾아 나서는 모험 ▲레트로 여행으로 회귀 ▲심신의 건강 중시 ▲출장에서 다지는 팀워크 ▲합리적 여행을 위한 절약이다.
아르얀 다이크 부킹닷컴 부사장 및 CMO는 "올해 실시된 여행 트렌드 예측 설문조사는 여행객들이 보이는 다각적인 여행 패턴이 여행업계에 동력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여행을 갈망하는 것은 사람들이 우울한 현실에서 벗어나 잠시나마 숨통을 트고 행복함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이라는 점도 여실히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속세를 떠나 자연으로…오프그리드 여행
설문조사에 참여한 한국인 응답자의 44%는 최소한의 필수품만 가지고 생활하는 '무소유'의 삶을 여행에서 경험하길 원했다. 또 절반 이상(53%)은 문명의 혜택을 거부하는 '오프그리드(off-grid)' 스타일의 휴가를 떠나고 싶다고 밝혔다.
오프그리드는 전기, 수도, 가스 등 외부의 에너지 공급을 차단한 채 자급자족하는 방식을 말한다. 실제로 응답자의 52%는 여행을 통해 깨끗한 물을 구하는 법, 불을 피우는 법 등 생존 기술을 배우고 싶다고 했다.
다만, 한국인 응답자 10명 중 6명 이상(63%)은 오프그리드 여행에서 필수 불가결의 조건으로 '여행지에서 핸드폰과 인터넷이 연결될 것'을 꼽았다.
메타버스 영향 가시화…가상현실로의 확장
한국인 여행객 절반 이상(54%)이 내년 여행지로 가상현실을 선택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특히 VR 여행을 며칠간 체험해 볼 의향이 있다고 답한 한국인의 비율(51%)은 글로벌 평균(35%)을 훨씬 웃돌았다. 한국의 높은 IT 수준으로 인해 VR이나 메타버스의 개념에 상대적으로 익숙한 만큼 디지털 기술 수용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메타버스는 물리적 제약 없이 다양한 여행 체험을 가능케 하는 플랫폼으로서 많은 이들이 새로운 여행에 도전하고 과감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울 전망이다.
편도티켓 끊고 발길 닫는대로…새로움 찾아 나서는 모험
한국인 여행객도 절반 가까이(49%)가 문화 충격을 경험하고 싶다고 밝혔다. 또 10명 중 8명(80%)은 익숙하고 편안한 공간을 벗어나 자신의 한계를 체험하는 여행을 경험하고 싶다고 답했다.
사람들은 독특한 여행 경험을 위해 가장 매운 고추, 가장 비싼 트러플 등의 별미 시식(59%), UFO 또는 외계인 관찰 투어(40%) 등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인 10명 중 4명가량(36%)이 편도 티켓을 끊고 발길이 이끄는 대로 여행하고 싶다고 답했다.
아날로그가 좋아…레트로 여행으로 회귀
한국인 여행객 대다수(92%)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여행지에서 단순해서 좋았던 아날로그 감성을 느껴보고 싶다고 했다. 이런 욕구는 모든 세대에 걸쳐 드러나지만 젊은 세대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Z세대(90%)가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였고, 뒤를 이어 밀레니얼 세대(91%), X세대(87%), 베이비붐 세대(81%)순이었다.
추억을 회상할 수 있는 여행의 모습으로는 테마파크, 방 탈출, 보물찾기 등 어린 시절 즐겼던 놀이들을 다시 찾는 것(59%), 유명한 레트로 영화에 등장하는 랜드마크를 찾아가거나 수학여행처럼 버스 여행을 떠나는 것(25%) 등이 꼽혔다.
일 내려놓고 잠시 쉼표…심신의 건강 중시
한국인 응답자 절반 정도(49%)는 명상이나 정신 건강을 위한 여행을 떠나겠다고 답했다. 10명 중 4명 가량(43%)은 조용한 휴양지에서 내면의 평화를 찾고 싶다고 했다. 세대별로는 Z세대(45%)와 밀레니얼 세대(48%)가 X세대(35%), 베이비붐 세대(19%)에 비해 조용한 휴양지를 더 많이 찾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건강 회복에 집중하거나, 갱년기 또는 임신과 같은 인생의 전환점을 맞아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도록 잠시 하던 일을 내려놓고 휴식의 시간을 갖고 싶다고 대답한 이들도 10명 중 6명에 이르렀다.
눈여겨볼 점은 이같이 답한 이들의 비율이 높은 국가가 베트남(73%), 태국(65%), 중국(63%), 인도(59%), 홍콩(58%), 한국(57%) 순으로, 모두 아시아 국가였다는 것이다. 평소 일의 비중이 높아 정신 건강을 돌볼 시간이 부족하다는 면에서 이같은 욕구가 상대적으로 강하게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직장 내 소통이 고프다…팀워크 여행 수요 ↑
펜데믹 이전 비즈니스 여행이 주로 일을 위해서였다면 이제는 업무보다 관계 강화와 기업 레크리에이션에 중점을 둔 형태가 증가할 전망이다.
한국인 응답자 절반 이상(53%)이 회사에서 떠나는 야유회나 여행에 참여할 의사가 있다고 답한 가운데, 47%가 단합 차원에서 고용주가 업무를 벗어나 사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비즈니스 여행을 계획하길 바랐다. 54%는 회사가 원격 혹은 하이브리드 근무 형태로 전환하며 절약한 비용을 회사 출장이나 휴가에 사용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사무실에서 벗어나 친목을 쌓을 기회가 없었던 만큼 동료 간의 팀워크를 다지는 시간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비춰진다.
휴가 투자 최우선이지만 가성비는 중요
한국인 응답자의 절반 가까이(48%)가 휴가에 투자하는 것이 최우선 순위라고 생각한다면서도 63%가 가성비를 중시하면서 예산을 합리적으로 소비해야 한다고 답했다.
내년에는 할인 혜택이나 특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물론 여행 시기를 조정해 여행에 나서는 한국인 여행객들이(54%)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할인 및 로열티 프로그램을 통해 혜택을 받고(59%), 비수기인 여행지나 장거리 노선으로 여행 비용을 절약하며(53%), 특가를 위해 한층 더 이른 시점에 예약을 진행하는(61%) 등 다양한 방법들을 고려해 합리적인 여행을 계획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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