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리버티스틸과 매각 협의 완료…12월 본계약 체결 전망
당초 설비 이전 검토하다 국내 재가동으로 결정한 듯
공급과잉으로 인한 철강 생태계 위협, 통상문제 유발 우려
산업부 등 정부 관련 부처 책임감있는 대응 목소리 커져
![[서울=뉴시스] KG동부제철 전기로. (사진=회사 제공)](https://img1.newsis.com/2019/12/03/NISI20191203_0000440083_web.jpg?rnd=20191203100432)
[서울=뉴시스] KG동부제철 전기로. (사진=회사 제공)
[서울=뉴시스] 옥승욱 기자 = KG스틸(舊 동부제철)이 당진공장 전기로를 영국 리버티스틸(Liberty Steel)에 매각하기로 하면서, 국내 철강업계가 향후 심각한 파장을 우려한다. 리버티스틸이 당초 이 설비를 해외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최근 국내에서 재가동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당진공장 전기로는 열연강판을 생산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설비인 만큼, 리버티스틸이 본격 생산에 들어가면 국내 철강시장에 공급 과잉이 벌어질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KG스틸은 영국 리버티스틸과 전기로 매각 협의를 끝내고 연내 본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매각 대금은 600억원 수준으로, 전기로 외에 부지 장기 임대료 200억원도 예정돼 있다. 매입 금액이 총 800억원 규모로 철강업 초기 투자금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KG스틸의 전기로는 동부제철 시절 열연강판을 직접 생산해 냉연제품의 소재로 사용하기 위해 2009년 1조2000억원을 들여 가동했다. 하지만 업황 부진으로 판매량이 줄면서 지난 2014년 가동을 중단했다.
이후 동부제철은 이란 카베스틸 등 글로벌 철강사를 대상으로 매각을 진행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 2019년 9월 KG그룹에 인수됐고 KG스틸로 사명이 바뀐 뒤 다시 인수를 추진했다.
전기로 매각이 가시화하기 시작한 것은 올 3월 영국 리버티스틸 산지브 굽타(Sanjeev Gupta) 회장이 방한해 KG스틸 곽재선 회장과 협의를 진행하면서다.
양사는 당시 전기로 매각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후 KG스틸은 리버티스틸을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하고 지난 9월까지 매각조건에 협의를 이어왔다.
리버티스틸은 당초 전기로 설비를 매입한 이후 루마니아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유틸리티 보완, 송전망 확보 등 인프라 개선 후 국내에서 재가동하는 것을 전제로 계약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8년간 멈춰졌던 전기로 설비가 국내에서 재가동돼 제품으로 판매된다면 그 파장은 클 것으로 우려된다. KG스틸 전기로 열연생산 능력은 연간 300만t에 달한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국내 열연강판 총 수요는 2017년 1300만t으로 정점을 찍은 뒤 매년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올해는 999만t에 그칠 전망이다. 수입 규제가 없는 국내 철강시장 특성 상 일본, 중국 등 수입산을 포함한다면 이미 공급과잉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연간 300만t에 달하는 물량이 국내 시장에 쏟아져 나온다면 이는 곧 국내 철강사들의 출혈 경쟁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리버티스틸이 국내에 판매하지 않고 수출을 한고 해도 문제는 사라지지 않는다. 유럽연합(EU)와 미국 등은 수출량을 제한하는 쿼터제를 운영 중인데, 신규 철강사가 수출에 나설 경우 국가 수출 할당량을 초과하는 통상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불황에는 국내 철강사간 가격경쟁 심화에 따른 저가 수출로 반덤핑(AD) 이슈가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철강업계의 탄소중립 추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들린다. 포스코, 현대제철 등 국내 대표 철강사들은 탄소중립을 위해 수소환원제철 등 미래형 제철 기술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와중에 십여년전 만들어진 설비를 다시 돌리는 것은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에 역행하는 결정이라는 지적이다.
이밖에 철스크랩(고철)을 원료로 하는 전기로를 재가동하며 고철 수요 급증을 촉발하고 이는 곧 철강사들간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업계에서는 KG스틸 지분을 일부 보유한 산업은행의 역할을 강조한다. 법정관리 회사의 채권회수도 중요하지만 KG스틸의 전기로 매각이 산업 전체에 미칠 파장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KG스틸 입장에서는 전기로 매각이 급하겠지만 더 길게 보고 매각을 진행해야 한다"며 "설비를 굳이 매각한다면 해외로 이전,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산업부도 철강 공급과잉을 방지하고 국가 산업 전체의 경쟁력 유지를 위해 이번 기회를 철강산업 구조조정의 기회로 인식하고 합리적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