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명 절차 시작…독일·불가리아 등 9개국 선택 가능
프랑스 보수 진영 갈등…마크롱 이민 정책 비판
[서울=뉴시스] 이승주 기자 = 이탈리아의 입항 거부로 지중해를 표류하던 난민 구조선 '오션 바이킹호(號)'가 11일(현지시간) 프랑스 남부 항구도시 툴롱에 입항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오션 바이킹호는 이탈리아 정부의 입항 거부로 남부 시칠리아섬 인근 해역에 2주 가까이 표류하다 프랑스 정부가 구조선 입항을 결정하며 방향을 선회했다.
이를 임대 운용 중인 프랑스 해상구호단체 SOS 메디테라네가 자국 정부에 도움을 요청하면서 이뤄졌다.
SOS 메디테라네에 따르면 230여명의 탑승객 가운데에는 이집트·시리아·방글라데시·파키스탄 등 국적이 다양했다. 어린이 57명이 포함됐으며, 일부는 3주 전 지중해에서 구조됐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에반스 리처드 지역 담당관은 "오션 바이킹호가 툴롱 항구에 입항해 탑승객들이 하선했다"며 "탑승객들은 건강체크와 보안 검사 뒤 망명 절차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망명 신청자들은 다른 유럽 국가로 옮겨질 수 있으며 그 중 독일과 룩셈부르크, 불가리아, 포르투갈을 포함 9개국이 탑승객 3분의 2를 수용할 수 있다는 제안했다고 가디언은 보도했다.
앞서 이탈리아와 프랑스 사이 오션 바이킹호를 두고 외교 갈등이 빚어졌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오션 바이킹호의 이탈리아 정박을 거부한 가운데, 프랑스 정부가 이를 수용하면서다.
올리비에르 베랑 프랑스 정부 대변인은 프랑스인포와 인터뷰에서 "230여 명의 망명 신청자를 태운 구조선을 이탈리아 정부가 입항을 거부한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한 바 있다.
그는 "난민 구조선이 이탈리아 영해에 있으면 이탈리아가 우선 수용해야 한다는 것은 유럽 규정상 매우 명확한 원칙이다. 이탈리아는 자신들에게 주어진 역할을 다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멜로니 총리는 "선박 탑승객들은 구조가 필요한 난민이 아니라 불법 이주민들이었다"면서 "배에 탑승한 의사들의 판단에 따라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의 하선은 부분적으로 허용했다"고 반박했다.
이번 오션 바이킹호의 입항은 프랑스 내에서도 논쟁이 됐다. 극우 정치인들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정부의 개방적인 이민 정책을 비판했다.
극우성향의 유럽의회 의원인 요르단 바르델라는 마크롱 정부가 인도적 차원에서 난민을 환영한 것이 '통제 불능'의 이민 정책을 대변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프랑스로 이민을 오는 것이 무조건적인 권리가 아니다"라며 "프랑스 국민들은 이민에 더 강경한 입장"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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