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나뭇가지 위에 고양이 한 마리, 새 두 마리, 사람 한 명. 그런데 새들의 존재감이 가장 크다. 고양이는 보초병 같고, 맨발의 사람은 포위된 듯하다. 화면 우측 아래에는 크고 둥근 형상이 여럿 보인다. 작가는 "부화하지 않은 커다란 알이 땅에 심긴 모습을 묘사한 것"이라고 했다. 알의 형상에 인간 존재를 투영했다.
"인간의 가능성이 온전하게 부화할 수 있는 상태로 부풀어오르기 위해서는 자연과의 공생이 필요하죠."
학고재가 발굴한 젊은 작가 김은정이 지난해에 이어 연장전 같은 개인전을 선보인다. 2021년 학고재 디자인 프로젝트 스페이스에서 선보인 '가장 희미한 해'에 이어진 작업으로 이번 전시 타이틀은 '매일매일 ( )'이다.
생태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은 작가는 매일의 날씨와 일상적 경험을 소재 삼아 작업한다. 삶 속 다양한 사건과 사람들의 정서를 날씨의 요소에 빗대어 보는 시도다.
이번 전시 제목 ‘매일매일 ( )’에 붙인 빈 괄호는 일상에 내재한 우연성을 상징한다. "자꾸만 어긋나는 기상예보처럼, 예측할 수 없는 매일의 의미를 비워 둔 공백으로 표현했다."
온난한 색채와 서정적인 이야기 구조를 지닌 화면이 특징이다. 편안하고 다가가기 쉬우면서도 특유의 독창성과 활기 어린 붓질이 돋보인다.
학고재는 "작가 김은정은 미술계가 주목하는 청년세대 작가다. 회화를 중심으로 판화, 도자, 시각디자인 분야를 넘나들며 장르에 구애 받지 않는 작품세계를 키워가고 있다"며 집중 조명하고 있다. 학고재 단체전 '살갗들'(2022)과 '아이콘'(2021)에서 존재감을 키운 바 있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작가가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제작한 회화 및 오브제 작품을 다채롭게 살펴볼 수 있다. 전시는 학고재 신관에서 12월10일까지 열린다.
화가 김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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