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서 사람들이 죽고 있었다…눈에 아른거려"
"잠 못자고, 사람들 얼굴 계속 생각나" 오열도
전문가들 "초기 심리 치료 중요…주변 지원 필요"
[서울=뉴시스] 이준호 박광온 기자 = "그 자리에서 사람이 죽는 걸 본 뒤 눈에 아른거려서 잠을 못 자겠어요."
1일 서울광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찾은 대학생 김모(24)씨는 이태원 참사 당시 현장에서 서서히 의식을 잃어가던 사람들을 눈앞에서 목격했다. 사고가 발생하고 사흘이 지났지만 여전히 잠을 설치며 힘겨워하고 있다고 한다.
김씨처럼 이태원 참사를 눈 앞에서 목격하거나, 극적으로 살아난 이들은 아픔에 시달리고 있다.
김씨는 "당시 운이 좋아 식당 안으로 들어왔는데, 그 뒤에 바로 사고가 났다. 저는 창문 안쪽에 있었는데, 밖에서 사람들이 갑자기 죽고 있었다"며 "나가서 CPR(심폐소생술)이라도 하고 싶었는데, 그럴 상황이 아니라 죽는 걸 보고만 있었다"고 힙겹게 말했다.
그는 "그렇게 눈앞에서 돌아가신 분들 얼굴이 눈에 아른거려서 잠을 못자고 있다. 돌아가신 분들과 CPR 도와주는 시민분들, 아무렇지 않게 영상과 사진을 찍는 사람들 얼굴이 계속 생각난다"며 결국 오열했다.
이태원 참사 현장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A씨도 전날 취재진과 만나 사고 이후 연일 눈물을 쏟고 있다고 털어놨다.
A씨는 "손님들이 심폐소생술(CPR)을 도와주러 많이 나갔다. 거의 일반인들이 하고 있었다"면서도 사고 상황에 대해 언급하기를 꺼려했다.
당시 구조 현장에 투입됐던 서울 지역 경찰관인 B씨 역시 취재진과 만나 "사고 상황을 다 보면서 일했기 때문에 트라우마와 잔상이 좀 남았다"고 털어놨다.
앞서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는 "이태원 현장출동했던 경찰관"이라며 "아비규환 현장상황과 사망자들 시신이 아직도 머리에서 떠나질 않는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처럼 사고를 경험하거나 자연재해 혹은 잔인한 사건을 눈앞에서 본 사람 중 일부에서 나타날 수 있는 질환이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다. 당시의 공포감이 사건 이후에도 계속 잔상으로 남아 고통을 느끼게 된다. 환자는 해리 현상이나 공황발작이 날 수 있고, 우울증, 환청 등의 지각 이상도 경험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조기에 심리적 치료를 통해서 장기적인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이어지지 않게끔 조치를 취하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전덕인 한림대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더 이상 사건에 대한 노출은 피해야 될 것 같다"며 "오래 가면 갈수록 문제가 만성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조기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가에서 환자에 대한 치료와 상담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생존자나 목격자는 초동 심리 지원이 대단히 중요하다"며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이 심리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일종의 과각성 상태거나 완전히 회피하고 싶어하는 특성을 갖게 되면 가족들의 정서적 지원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며 "전문가 상담을 통해 고통에 대한 충분한 공감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사고 목격자와 간접적으로 영상을 접한 국민들도 위기상담전화(1577-0199)를 통해 심리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이날부터는 이태원 참사 서울시 합동분향소가 설치된 서울광장과 녹사평역 광장에 마음안심버스가 운영된다. 사고 유가족과 부상자 외에도 트라우마 회복 지원을 위한 정신건강 검진과 상담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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