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금융지주, 연말까지 95조 푼다…'돈맥경화' 해소(종합2보)

[서울=뉴시스] 정옥주 이주혜 기자 = 5대 금융지주가 레고랜드 사태로 발생한 '돈맥경화'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올해 말까지 총 95조원 규모의 시장 유동성·계열사 자금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5대 지주 회장들은 1일 오전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연 '5대 금융지주 시장안정화 간담회'에서 이와 같이 밝혔다. 이날 회의에는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손병환 농협금융 회장 등 5대 금융지주 회장단과 김광수 은행연합회장 등이 참석해 현재 금융시장 상황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금융지주사의 역할에 대해 논의했다.

금융지주 회장들은 시장 유동성 공급 확대에 73조원, 채권시장안정·증권시장안정펀드 참여에 12조원, 지주그룹내 계열사 자금공급에 10조원 등 총 95조원을 투입키로 했다.

은행채 발행을 자제하고, 한국전력 등 공기업과 소상공인·중소기업·대기업에 대한 자금을 공급한다. 또 특은채·여전채·회사채·기업어음(CP) 및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사들인다.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머니마켓펀드(MMF) 운용규모와 제2금융권 크레딧라인도 유지해 등 단기자금시장 안정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김주현 위원장은 구체적인 지원 내용에 대해 "세부 내용은 추후 설명하겠다"며 "기존에 있었던 내용도 있고, 새로 시행되는 것들도 있어 하나하나 확인을 한 후 따로 설명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금융지주의 결정은 금융당국의 금융시장에 안정적인 유동성 공급자 역할을 해달라는 정부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금융지주 회장들에게 "정부대책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원활한 자금순환을 위한 시장참가자들의 노력과 협조가 필요하다"며 "특히 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건전성과 유동성이 양호한 지주 및 은행 등 계열금융사들의 역할과 책임이 크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주그룹 내부적으로는, 그룹내 계열사간 유동성과 건전성 지원을 보강해 지주 계열사에 대한 시장신뢰를 강화하고, 더 나아가 금융시장 차원에서도 금융지주그룹이 안정적인 유동성 공급자 역할과 시장안정화 기능을 다 해줄 것"을 당부했다.

또 "실물경제로의 자금흐름이 막히지 않도록, 중소기업 등 자금수요가 높은 실물부문 자금공급을 위해 지속적으로 신용을 제공해 달라"며 "최근의 급격한 금리상승으로 원리금상환에 애로를 겪거나, 신규 자금조달에 어려움이 있거나 제도권 금융에서 탈락한 '취약차주 지원'을 위해 은행 및 금융지주가 적극 나서달라"고 주문했다.

한편 김 위원장은 "정부가 50조원+α 규모의 시장안정조치를 발표·신속추진하고, 한국은행과 은행권의 노력들이 속도감을 내고 있어 시장상황이 더 이상 악화되지 않고 점차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최근 지주와 은행의 일시적 이익은 코로나19 위기극복 과정에서의 확장적 재정·통화정책에 따른 대출규모 확대, 글로벌긴축 등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며 "금융권이 시장안정, 실물경제 및 취약차주 지원 등 시장원칙에 기초한 자금중개 기능을 통해 자금시장의 원활한 순환에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금융지주 회장들은 소상공인·중소기업·대기업 등에 대한 자금공급을 적극적으로 확대하는 한편, 취약차주에 대한 지원방안도 함께 모색해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전세계적 긴축과정에서 위험에 대한 인식이 불가피하게 커지고 있지만, 최근 우리시장의 반응은 과도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며 "정부대책 등을 통해 시장심리가 점차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는 한편, 금융지주도 시장안정을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인플레이션과 경기둔화 등 복합 위기 국면에서 레고랜드 사태에 공기업 채권발행까지 여러 위기가 있었다"며 "인플레이션과 경기 둔화가 아직 초입 단계에 있는 만큼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시장 혼란이 계속된다면 결국 금융기관의 건전성에 문제가 되기 때문에 금융 일원으로서 최대한 노력하겠다"면서 "자금시장이 경색되면 원화와 외환 시장에 영향을 주는 만큼 변동성 확대를 막기 위해 최대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현재 금융시장 상황이 매우 엄중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금융시장의 중추적 역할을 맡고 있는 지주의 책임도 막중하다"며 "일시적 유동성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을 최대한 지원하고 민생 안정 지원에도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ABCP 매입 등 여러 방안을 강구해서 단기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자금시장 안정에 기여하도록 하겠다"며 "금융당국의 정책에 적절히 협조하고 취약차주를 지원하는 여러 다양한 방법을 강구해 경제가 빨리 안정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언급했다.

손병환 농협금융 회장은 "시장 불안정이 이어지면 작은 외부 변수에도 시장 변화가 많을 것 같은데 이런 때일수록 당국과 금융사의 소통이 필요하다"며 "금융시장 안정에 당국과 보조를 맞춰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김광수 은행연합회장은 "유동성과 관련해 그동안 은행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과 예대율 규제 등이 완화됐는데, 여러 가지 필요한 추가 조치도 당국에 말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고금리 상황과 위험회피 성향에 따라 은행권으로 집중되고 있는 자금이 대출과 자금공급 등을 통해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에 다시 순환되도록 하는 은행 본연의 역할을 강화하겠다"며 "동시에 최근 시장상황으로 애로를 겪는 취약계층 지원 등 사회적으로 은행권에 기대하는 역할도 충실히 수행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위원장과 지주회장, 은행연합회장은 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금융위원장-5대 지주회장 간담회'를 공식 정례화, 격주로 시장상황을 점검하며 서로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키로 했다. 통상 금융위원장과 지주회장 간담회는 위원장 재임기간 중 1~3차례 개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 시장상황을 긴밀히 모니터링하기 위해 실무진 간 상시 회의채널도 구축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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