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달러=150엔' 엔저 계속 되면…"日가계 부담 80만원 이상 증가"

기사등록 2022/10/21 15:19:31

최종수정 2022/10/21 15:36:46

식비 약 40만원, 에너지요금 33만여원 등 늘어

정부 고물가 대책 반영 안 하면 약 105만원 증가

저소득층일수록 엔화 약세로 인한 타격 더 커

엔저로 백화점 등 울상…유니클로 회장 "메리트 없다"

[도쿄=AP/뉴시스] 일본 도쿄 쇼핑가 긴자 거리에서 21일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이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2022.04.22
[도쿄=AP/뉴시스] 일본 도쿄 쇼핑가 긴자 거리에서 21일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이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2022.04.22
[서울=뉴시스] 박준호 기자 =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50엔을 넘어선 32년 만의 엔저(円低)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엔화 약세 진행으로 에너지와 식량의 해외 의존도가 높은 일본은 가계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요미우리 신문과 아사히신문 등이 21일 보도했다.

엔화 약세가 멈추지 않고 지난 20일 1달러당 150엔대까지 떨어졌다. 엔화 가치는 올 들어 30%가량 떨어진 셈이다. 엔화 약세 수준이 계속되면 2022년도 가계부담 증가는 전년도에 비해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경제 컨설팅기관 미즈호리서치앤드테크놀로지스의 사카이 사이스케 수석이코노미스트는 4~9월은 지금까지의 실제 환율 수준, 10월 이후는 1달러당 150엔이 계속 되었다는 가정하고 정부의 고물가 대책인 수입 밀 가격 억제와 기름값 완화 조치 등도 반영해 엔화 약세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추산했다.

이에 따르면 올해 10월 이후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50엔으로 지속될 경우 정부의 고물가 대책을 포함해도 2022년도 가구(2인 이상)의 부담액은 전년 보다 평균 8만6462엔(약 83만원) 늘어난다.

항목별로 보면 지출액 증가가 가장 큰 것은 식비로 약 4만2000엔(약 40만원), 전기세·가스요금 등 에너지비 약 3만5000엔(약 33만원), 가구·가전 등 가사용품도 약 9000엔(약 9만원) 늘어난다고 한다. 정부의 물가대책이 없을 경우 가구마다 부담이 2만엔 안팎 늘어난다고 요미우리 신문이 지적했다.

문제는 엔저 심화로 인한 가계의 부담이 저소득층일수록 더 무겁다는 것이다.

세대 연수입별로 보면, 900만엔~1000만엔(약 8600만원~약 9570만원)인 세대의 가계 지출 증가분은 약 10만2000엔(약 98만원)으로, 연수입의 1.1%다. 300만엔~400만엔(약 2870만원~약 3830만원)의 세대의 경우 약 7만6000엔(약 73만원)으로, 연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2%로 고소득 가구보다 배가 된다.

아사히신문은 "다양한 식품과 일용품에 가격 인상이 확산되면서 지출에서 생필품의 비중이 높은 저소득층에 고물가의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나고 있는 셈"이라고 보도했다. 

만약 정부의 고물가 대책을 반영하지 않는다면 2인 이상 가구의 부담은 2만2000엔(약 22만원) 가량 더 늘어 평균 10만8757엔(약 105만원)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사카이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분배와 성장을 내건 기시다 정권에 있어서도 큰 역풍이 되는 고물가"라고 지적했다.
[도쿄=AP/뉴시스]지난 17일 일본 도쿄 아사쿠사에 있는 유명 사찰 센소지 인근 기념품 가게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쇼핑하는 모습. 2022.10.21.
[도쿄=AP/뉴시스]지난 17일 일본 도쿄 아사쿠사에 있는 유명 사찰 센소지 인근 기념품 가게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쇼핑하는 모습. 2022.10.21.

요미우리신문은 엔화 약세로 인한 "가구수입별 증가액은 소비액이 큰 고수입 가구일수록 크지만 수입에서 생활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저소득 가구일수록 타격은 크다"고 보도했다.

일본은 에너지의 90%, 식량의 60%를 수입에 의존한다. 수입거래의 70% 이상이 달러로 거래되고 있기 때문에 엔화 약세가 진행될수록 물가가 오르기 쉽다.

엔·달러 환율이 비슷한 수준이었던 32년 전인 1990년 8월은 '거품경제' 후반기로 자산가격도 여전히 상승하고 임금도 늘어나는 추세였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은 임금 인상 움직임은 있지만 물가상승세는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결국 가계 부담이 늘어나면 소비가 위축될 우려도 있다고 요미우리가 보도했다.

한편, 엔저 현상은 가계 뿐만 아니라 일부 기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지통신은 21일 "수출기업의 수익 끌어올리기 효과가 있다는 엔화 약세지만, 이번에는 수입원가 상승을 통해 식품 등의 잇단 가격 인상 요인이 돼 개인소비를 가중시키고 있다"며 "엔화 약세로 기업과 가계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인바운드(일본 방문 관광객) 소비'로 엔화 약세의 훈풍을 받기 시작한 백화점 업계조차 마냥 기뻐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보도했다.

캐주얼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를 제조·판매하는 일본 기업 퍼스트리테일링의 야나이 타다시 회장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엔화 약세로 메리트를 느끼는 사람은 제조업에서도 거의 없다. 오히려 단점이다"라며 수출기업을 포함해 일본 경제에 미치는 엔화 하락의 악영향을 강하게 지적했다.

코로나19 방역대책이 대폭 완화되면서 부활 조짐이 보이고 있는 '인바운드 소비'에 이번 엔화 약세는 또 다른 훈풍이다. 시바타 고지 ANA홀딩스 사장은 "외국인에게 현재의 엔화 약세는 큰 매력으로 일본 방문이 촉진된다"고 기대했다.

반면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인바운드는 매상의 중심이 아니다"라고 지적해고 "앞으로도 엔화 약세가 진행되어 의류나 잡화 등의 가격 상승으로 파급되면, 많은 중산층에 영향이 간다"며 불안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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