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보이콧 선언한 野 복귀했지만 곳곳에서 충돌
최대 화약고 법사위, 여당 단독 개의에도 파행
농해수위도 여파 못 벗어나, 여야 공방에 20분간 정회
정무위, 윤한홍-박성준 충돌로 고성·소란
[서울=뉴시스]정당팀 = 국회는 20일 법제사법위원회·정무위원회 등 8개 상임위원회별로 국정감사를 이어갔다. 검찰의 당사 압수수색 시도에 반발하며 국정감사 중단을 선언했던 야당은 하루 만에 방침을 철회하고 복귀했다.
그러나 검찰의 압수수색 여파로 이날 국정감사는 파행을 반복했다. 시종일관 쏟아지는 고성에 일부 피감기관장들은 질의응답은커녕 증인선서도 제대로 하지 못했고 야당은 탄압을 중단하라며 정부를 향해 날을 세웠다. 검찰의 칼날이 거대 야당 대표를 직접 향하면서 일각에선 향후 정국은 급속도로 냉랭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아수라장 된 법사위 오전·오후 내내 파행
대검찰청을 대상으로 열린 법사위 국정감사는 시작부터 파행을 겪었다. 전날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체포하고, 민주연구원이 있는 당사 압수수색에 나선 것을 두고 여야는 시작부터 격돌했다.
민주당의 불참으로 오전 내내 중단된 법사위 국감은 오후 3시 5분 국민의힘과 시대전환만 참석한 가운데 여당 단독으로 개의됐다. 그러나 국감장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던 민주당 의원들이 들어와 격렬하게 항의했고 회의장은 순간 아수라장이 됐다.
민주당 의원들은 '야당탄압 규탄한다'고 적힌 손피켓을 들고 "보복수사 중단하라", "김건희도 수사하라"고 외쳤고, 야당 간사인 기동민 의원은 이원석 검찰총장의 증인 선서를 막기도 했다.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조용히 하고 법원으로 가라", "이재명이 체포될거다"라고 응수했다.
야당의 항의에 김 위원장은 "민주당이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요구 조건을 내밀며 국감 책무를 져버리고 있다"며 다른 상임위는 다 하는데 왜 법사위만 이런가. 그러면 죄를 짓지 말든지"라고 말했다. 이에 기 의원이 "누가 죄를 지었나"고 따졌고, 김 위원장은 "영장이 나왔잖아요"라고 맞받았다.
양측의 출구없는 충돌이 계속되자 김 위원장은 "질의 답변을 할 수 없다"며 개의 30분만에 중지를 선언했다. 오후 국감 마저 파행되자 민주당 의원들은 법사위 국감장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연달아 항의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의 국감 강행을 규탄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 성토장 된 농해수위
같은날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도 검찰 압수수색 여파를 피해가지 못해 개의 20분 만에 정회됐다. 민주당은 이날 검찰의 압수수색 시도에 대한 항의 표시로 '야당 탄압 규탄한다'고 적힌 피켓을 국감장에 내걸었다.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은 "국감은 피감기관에 근무하는 임직원 뿐만 아니라 우리 농민과 국민들이 다 지켜보는 자리인 만큼 정책기능에 충실해야 한다"며 야당 간사인 김승남 민주당 의원에게 "피켓 제거 후 국감을 시작할 것을 요청드린다"고 했다.
이에 김 의원은 "국감이 한창 진행 중인데 이렇게 정당을 침탈하고 압색하 경우는 없었다"며 "오늘 우리의 항의는 야당으로서 국민들께 보여드리는 항의"라고 응수했다. 그러자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은 검찰에 가서 항의를 해야지, 국감장에서 이렇게 붙이는 건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양측의 공방에 소병훈 위원장은 여야 간사간 협의를 위해 10분간 감사를 중단했다. 협의에 따라 민주당 의원들은 피켓을 뗐지만 여야는 이번에 쌀 초과 생산량 시장격리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두고 또다시 설전을 벌였다.
특히 안병길 의원의 '양곡 공산화법' 발언에 대해선 야당 의원들의 질타가 집중됐다. 윤재갑 민주당 의원은 "대단한 모욕감을 받았다"며 "농민의 피폐한 삶의 현장을 보며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는데 이를 양곡공산화법이라고 하면 제가 공산주의자란 말이냐"고 따져 물었다.
한편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미래에 도움이 안된다"며 "아무리 선의라고 하더라도 농업에 미치는 악영향이 너무나 클 것"이라고 재차 반대 의사를 밝혔다.
"선 넘지마" vs "어디서 반말이야" 정무위도 공방
박 의원은 강석훈 산업은행장에게 "대통령실 이전이 처음에 496억원 든다고 했다가 지금 보면 1조원 넘계 예산되고 있다"며 "윤 대통령이 부울경 메가시티 공약도 파기했는데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만 이뤄지면 지역균형발전이 되는 것이냐"고 물었다.
강 행장이 "국가정책이 하나도 변하지 않는 상태에서 산업은행 하나만 달랑 간다고 해서 부울 경제가 갑자기 좋아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답하자 박 의원은 "윤석열 정부가 전체 그림도 없이 일을 추진하다보니 그렇다. 다른 거로 수사 털지 말고 일로 승부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에 여당 간사인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박 의원의 질의 중 팩트가 아닌 부분이 있다"며 반박에 나섰다. 그러자 야당 간사인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다양한 주장과 사실관계 확인은 주어진 시간 내에서 해야지 왜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하느냐"고 항의했다.
민주당의 반박에 윤 의원은 "그럼 내가 이재명 대표가 돈 많이 받아먹었다고 하면 가만히 있겠냐"고 목소리를 높였고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의 한 의원이 "선 넘지마"라고 소리쳤고 윤 의원은 "어디서 반말하는 것이냐"며 격하게 반발했다. 파행 끝에 백혜련 위원장은 감사를 중지한 뒤 오후 2시에 속개했다.
산자위도 압수수색 여파 "야당 겁주려는 쇼"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한국석유공사 등에 대한 국정감사가 시작되기 전 릴레이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야당 당사 압수수색은 국회 업무를 방해하는 것", "정부의 국회 무시가 도를 지나친다"고 주장했다.
송기헌 의원은 "야당 당사 압수수색은 검찰이 야당을 겁주려고 쇼하는 것"이라며 "이 정부가 아무리 협치 의사가 없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국회를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건 처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회재 의원은 "정말 심각한 문제"라며 "직접 목격한 바 있고 엊그제 중앙지검 국감도 무슨 검사가 피의자 심문하듯 했다. 공개적으로 국회를 무시하고 짓밟겠다는 것으로 밖에 읽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야당 간사민 김한정 의원은 윤 대통령을 정면 겨냥했다. 김 의원은 "대통령이 태도를 바꿔야한다. 어떻게 제1야당, 국정 파트너인 야당을 두고 무슨 세력이라 얘기하고 협치 안하겠다고 하고. 이런 말씀한 대통령이 어디있나. 이명박 전 대통령도 이런 식으로는 안 한다"고 날을 세웠다.
반면 국민의힘 의원들은 회의와 상관없는 발언이라며 맞섰다. 한무경 의원은 "빨리 국감을 진행했으면 좋겠고 저 많은 증인들이 아침 일찍부터 기다리는데 게속 정쟁 애기하면 시간만 낭비"라며 "국감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는 걸 위원장에 부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