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사업종료' 푸르밀의 한 직원, 직장인 익명앱서 감사글 올려
네티즌들 "그동안 고생했다" "응원하겠다" 격려 글 이어져
[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푸르밀은 나의 첫 직장이다. 그리고 이곳은 곧 추억 속으로 사라진다."
유제품 전문기업 푸르밀이 전 임직원에 정리 해고를 통보한 가운데, 푸르밀 직원이 소비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해 주목을 받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푸르밀은 전날 신동환 대표이사의 명의로 '사업 종료 및 정리 해고 공고'를 올렸다. 4년 이상 매출 감소와 적자가 누적돼 다음달 30일 자로 사업을 종료하고 정리 해고를 단행한다고 밝혔다.
17일 오후 10시 쯤 직장인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지금까지 푸르밀 제품을 사랑해주셨던 분들 감사합니다'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의 직장은 푸르밀, 이름은 '가나초코최애'로 표기돼 있다. 가나초코는 푸르밀의 대표 유가공 제품이다.
그는 자신의 첫 직장인 푸르밀이 곧 추억 속으로 사라진다며 관련된 추억을 설명했다. 그에게 '검은콩 우유'는 어릴 때 꾸준히 마셨던 음료였고, '비피더스'는 어머니가 마트에 다녀오실 때마다 사오셨던 유제품이었다. '가나초코'는 기분이 울적한 날마다 위로를 건냈던 우유였다.
이어 그는 추억과 애정이 담긴 제품을 다룬다는 설렘과 기대감을 안고 입사했지만, 현실과 이상은 달랐다고 적었다.
그는 "내가 상상하던 회사 모습이 아니었다"며 "잘나가던 제품도 몇 년 째 매출이 빠지기 시작하더니 윗사람들이 하나 둘 사라졌고, 직원들의 사기와 의욕도 점차 낮아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우리 회사가 사라진다는 소문이 언제 퍼졌는지 아쉬워하는 사람들, 대량 구매하는 사람들을 여기서 볼 수 있었다"며 "관리자로서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때로는 날카로운 지적을 듣고, 때로는 달콤한 칭찬을 들으며 희로애락을 느끼면서 일할 수 있었던 건 그대들(소비자) 덕분"이라고 전했다.
또 그는 "가장 아쉽고 속상한 건 우리 직원들이겠지만 그에 못지 않게 '추억이었다'고 말해주는 소비자들, 지금까지 푸르밀 제품을 사랑해줘서 참 고맙다"며 "제품들은 곧 세상에서 사라지지만 우리 제품에 담긴 개개인의 추억은 오래 기억해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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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 이용자들은 "그동안 고생했다. 응원하겠다", "검은콩 우유 오늘도 사먹었는데 너무 아쉽다", "이 글을 보고 울컥했다", "이렇게 추억이 하나 더 사라진다" 등의 댓글을 남겼다.
이후 이 글이 인기를 얻자 글쓴이는 "이렇게 많은 위로를 받을 줄 몰랐는데 공감해준 분들 모두 감사하다"며 "우리 제품을 이제는 못 즐기게 되어 아쉽다는 분들께는 죄송스러운 마음이 크지만 생산 중인 물량까지는 판매 예정이니 마지막을 함께 추억해달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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