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트롤타워 미작동·'월북' 왜곡…수사요청"
통일·국방·해경, 상황 파악, 초동대처 미흡
안보실, 사건 받고도 회의 안해…간부 퇴근
첩보·부정확 사실 근거로 '자진월북' 속단
'한자' 구명조끼에도 남한 조끼 단정지어
'부유물 소각' 北통지에도 시신소각 입장
범죄 전문가에 이씨 부정적 정보로 자문
서훈·박지원·서욱 등 20명 검찰 수사요청
[서울=뉴시스]최서진 기자 =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 당시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처리와 관련, 5개 기관에 소속된 총 20명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고 13일 밝혔다.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 등 문재인 정부 핵심 안보라인이 대거 수사 대상자에 포함됐다. 이들은 직무유기, 직권남용, 허위공문서 작성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감사원은 지난 6월 17일 감사착수계획 발표 이후 7월 19일부터 총 56일간 특별조사국 인력 등 18명을 투입해 관련기관의 초동대응과 사건 발표 등 업무처리를 정밀하게 점검했다. 감사결과에 대해선 빠른 시일 내 감사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관련 공무원에 대한 엄중문책 등 조치를 할 계획이다.
감사원은 서해 사건을 점검한 결과 당시 문재인 정부 국가위기관리 컨트롤타워가 작동하지 않았고, 공무원 이대준 씨가 월북했다고 결론을 정하고 발표하는 등 이른바 '월북 몰이'를 했다는 취지의 결론을 내놨다.
감사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국가안보실이 2020년 9월 22일 북한 해역에서 이 씨가 발견된 사실을 전달받고도 통일부는 제외하고 해경 등에만 상황을 전파했고, 대응을 위한 '최초 상황평가회의'도 미실시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이날 군사대비태세 강화나 인질 구출을 위한 군사작전 검토도 하지 않았고, "통일부가 주관해야 하는 상황이므로 군에서 대응할 것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합참 상황평가회의를 종료했다. 또 이씨의 월북 의사 표명 첩보를 보고받고 나서는 북한이 실종자를 구조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조치를 하지 않았다.
통일부 또한 이씨가 해상 부유물을 잡고 표류 중이라는 상황을 파악했음에도 송환에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다가 국정원으로부터 추가 상황파악이 어렵다는 연락을 받고 상황을 종료했다. 당시 담당국장은 통일부 장관의 저녁만찬 일정을 알고 관련 상황을 보고하지 않은 채 퇴근했다.
해경은 안보실이 '정보가 보안사항'이라고 하자 발견위치 등 수색에 필요한 추가정보를 확인하지 않고 수색구조세력 이동 등 해경 차원의 구조조치를 실시하지 않았다.
또 이날 안보실은 청와대 내부보고망을 통해 대통령에 상황 보고서를 서면 보고했다. 상황이 종료되지 않았는데도 안보실장 등 주요 간부들은 오후 7시30분에 퇴근하는 등 '국가위기관리 컨트롤타워'가 미작동했단 분석이다.
같은 달 23일 안보실은 확인된 추가 첩보를 대통령에게 보고하기로 하고 회의참석기관에 '보안을 유지하라'는 지침을 하달했고, 같은 날 대통령에 보고할 안보보고서에는 이씨의 피살·소각사실을 제외했다.
통일부는 24일 장관 주재 간부회의에서 '통일부가 이씨 사건을 최초 인지한 시점을 언제로 할 것인지' 논의하면서 국정원으로부터 최초 전달받은 22일 오후6시가 아닌 이씨 피살 이후이자 장관이 최초로 인지한 23일 오전1시로 하기로 했다. 이후 사실과 다른 인지시점으로 국회와 언론 대응자료를 제출했다.
감사원은 당시 정부가 월북을 단정할 수 없는 월북 의사 표명 첩보와 부정확한 사실을 근거로 이씨의 '자진 월북'을 속단했다고도 지적했다.
사건 초기 국방부와 국정원은 조류방향과 어선 조업시기 등을 이유로 이씨의 월북 가능성을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단 입장이었다. 하지만 22일 국방부 장관을 통해 이씨의 월북 의사 표명 첩보가 보고되자 안보실은 해경 수사결과 근거 없이 국방부에 '자진 월북' 내용을 기초로 종합분석 결과를 보고하도록 지시했다. 안보실은 위 결과를 국방부가 그대로 언론에 발표하도록 지시했다.
국방부는 ▲타 승선원과 달리 혼자 구명조끼 착용 ▲CCTV 사각지역에서 슬리퍼 발견 ▲발견된 당시 소형 부유물에 의지 ▲월북의사를 표명 등 4가지 월북 판단 근거를 들어 종합분석 보고서를 작성했다. 감사원은 이 중 하나도 명확히 확인된 것이 없단 입장이다.
'자진 월북' 결론과 맞지 않는 사실은 분석에서 의도적으로 제외한 정황도 드러났다.
국방부는 9월 25일 북측의 대남통지문과 국방부 발표 간 차이를 분석하라는 지시를 받고 정보를 재확인했는데, 이때에도 결론에 맞추기 위해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는 내용을 포함했다. 이씨의 구명조끼에 한자가 쓰여 있음을 알고도 추가 분석 없이 '남한' 구명조끼로 단정지었고, '월북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는 결과를 최종 작성했다.
이에 안보실은 사건 수사가 진행 중임에도 월북 판단 '주요쟁점·대응요지'를 작성해 관계기관에 4차례 전달했고, 이들 기관이 자진 월북으로 일관되게 (one-voice) 대응할 것을 제시했다.
또 '침입자가 탄 부유물을 소각했다'는 북한의 대남통지문이 접수됐음에도 국방부는 안보실 방침에 따라 내부적으로는 시신이 소각됐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외부로는 추가조사가 필요하다고 입장을 변경했다.
국정원 또한 25일 국정원장이 '부유물 소각인지 검토하라'고 지시하자 시신 소각의 새로운 증거가 없는데도 '부유물만 소각했을 소지'로 작성된 보고서를 제출했다.
감사원은 "해경은 이씨의 자진 월북 여부 등에 대한 수사를 실시하면서 3차례의 중간발표를 진행했는데, 그 과정에서 기존증거를 은폐하거나 실험 결과를 왜곡하는 등 사실과 다른 수사결과를 발표했다"고도 지적했다.
해경은 1차 중간수사결과 발표에서 배에 남겨진 슬리퍼를 이씨의 것으로 단정짓고, 3차 발표에서도 '꽃게구매 알선행위로 도박자금을 마련'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로 월북 동기를 발표했다. 해경 관계자에 따르면, 구명조끼에 한자가 기재됐다는 자료를 보고하는 과정에서 당시 청장이 "나는 안 본걸로 할게"라는 발언을 했다고 진술했다.
또 해경은 분석기관의 자연표류 가능성 제시에도 이를 제외하고, 이씨의 부정적 사생활을 월북의 근거로 활용하고자 범죄심리 전문가에 이씨에 대한 부정적 정보만을 제공해 전화로 자문을 요청했고 이를 국회 설명자료로 발표했다.
이에 감사원은 안보실, 국방부 등 5개 기관, 총 20명에 대해 직무유기, 직권남용, 허위공문서 작성 등의 혐의로 검찰에 수사 요청을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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