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적률 완화로 고층화·이격거리 축소…피해 키워
대형 화재 원인 중 이격거리 협소 비중 매년 증가
용혜인 "건축 규제 완화 시 소방청 평가 반영해야"
[서울=뉴시스]하지현 기자 = 건물과 건물 사이의 협소한 이격거리 때문에 대형 화재가 발생하는 사례가 해마다 가파르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 공급 확대 위주 정책에 따른 용적률 규제 완화가 더 큰 화재 위험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4일 국가화재정보시스템 통계 정보를 분석한 결과, 전체 대형 화재 원인 중 인접 건물 간 협소한 이격거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13~2014년 2.8%에서 2021~2022년 6월 4.1%로 증가했다.
특히 아파트, 연립·다세대, 주상복합, 기숙사 등의 공동주택에서는 협소한 이격거리로 인한 연소 확대 피해 사례가 더 뚜렷하게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소방청이 제공한 공동주택의 연소 확대 원인을 분석한 결과, 건물과 건물 사이의 협소한 이격거리가 전체 사유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1.7%에서 5.5%로 3배 이상 증가했다.
구체적으로 2013~2014년과 2015~2016년에 9건이었던 사례는 2년 단위로 14건, 17건으로 증가했다. 특히 2021~2022년 6월까지의 기간에는 총 20건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연성 물질로 인한 급격한 연소, 화재인지 및 신고 지연과 같은 다른 사유에서는 해가 지나도 이같이 뚜렷한 증가세가 보이지 않았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2월4일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용적률과 고층 제한 등을 완화하는 '대도시권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역세권 준주거지역의 용적률(주거전용면적) 상한을 400%에서 700%로 늘린 것이 대표적이다.
국토부는 이에 대한 후속 대책으로 같은 해 11월 건축법 시행령을 개정, 공동주택 단지 내 허용되는 동 간 거리를 축소하기도 했다. 공동주택 단지 내 동 사이의 의무 이격거리를 기존 거리에서 절반 이하로 줄였다.
용 의원은 공동주택 연소 확대 사유에서 협소한 이격거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하는 추세와 관련 "정부가 화재 대형화의 위험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공급 확대 일변도 주택 정책 기조를 취하고 있어 특별히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용적률 완화처럼 화재 발생과 대형화 위험을 키우는 정책에 화재 위험도 평가가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며 "소방청의 평가나 권고를 정책 결정에 반영하는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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