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밤. 서울월드컵경기장에 관중들의 응원과 함성이 울려 펴졌다. 전반 35분 대한민국 캡틴 손흥민의 헤더 득점으로 경기장 열기는 더욱 뜨거워졌다. 수많은 관중들 사이에, 정확히는 선수들과 관중들 중간에 박세현(35) 씨가 목이 터져라 응원을 이끌어내고 있다. “경기가 끝나면 목이 쉬어서 목소리가 잘 안 나오지만, 늘 재밌고 즐거운 마음으로 임하고 있어요.”
박 씨는 2006년 독일 월드컵을 계기로 붉은악마가 되었다. “교복 입고 길거리 응원을 나갔는데, 좌중을 하나로 뭉치는 에너지를 뿜어내던 형, 누나들이 너무 멋있어 보였어요. 같이 즐기면서 마음껏 응원했는데, 함께 있던 모두가 하나가 된 느낌이 벅차고 감동적이었어요. 언젠가 나도 저 자리에서 응원을 유도하고 끌어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어요.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선배들한테 계속 지도 받으면서 더 멋지게 응원하고 싶어요.”
“붉은악마가 아닌 일반 팬들도 많이 찾아오세요. 꼭 붉은악마 서포터즈에 가입하지 않더라도 같은 자리에서 하나가 되어 응원할 때 모두가 붉은악마가 된다고 믿습니다. 선수들에게 힘이 되고 멋있게 응원하는 방법을 우리가 알고 있으니, 알려드리면서 같이 응원하면 모두 붉은악마가 되는 셈이죠.”
2005년에 우연히 축구 경기 보러 갔다가 붉은악마가 멋있어서 활동을 시작한 백 씨는 최근 가장 인상 깊었던 경기를 지난 3월 월드컵 최종 예선 이란전으로 뽑았다. “오랜만에 이란을 이긴 것도 좋았지만, 코로나19 이후 첫 만원 관중으로 꽉 찬 경기장을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제가 국내에서 하는 월드컵 예선 경기를 모두 다 챙겨서 갔는데, 그날은 정말 특별했어요. 정말 너무 오랜만에 보는 만원 관중이었고, 그들 앞에서 응원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마음이 벅차고 감동적이었어요. 비록 육성 응원이 금지된 상태라 제한되는 것이 많았지만, 당시의 설렘은 아직까지도 기억날 정도로 인상적이었어요.”
모든 사람이 자기만의 방식으로 대한민국 A팀 경기를 즐긴다. 방구석 1열에서 중계를 시청하거나, 호프집에서 치맥과 함께 즐기거나, 경기장을 찾아 직접 관람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A매치에 관심을 갖는다. 관심의 정도나 적극성의 차이일 뿐 옳고 그름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