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대심도 빗물터널 설치땐 수해 확실히 준다"

[서울=뉴시스] 조현아 기자 = 서울시가 추진하는 '대심도 빗물배수시설(빗물터널)'이 침수 취약지역에 설치되면 수해가 확실히 줄어들 것이라는 전문가 진단이 나왔다.

14일 서울시청 3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수해예방 시민 대토론회'에서 지정토론에 나선 이동섭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연구위원은 "대심도 빗물터널이 구축되면 서울시 수해가 완전히 없어진다고 하긴 어렵겠지만 줄어드는 건 명확할 것"이라며 "지하에 대규모 저류 공간이 조성되기 때문에 치수능력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일각에서는 대심도 터널이 예산대비 효율성이 많이 떨어지고, 활용기간이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있다"며 "이에 도로터널로 설계한 뒤 평상시에는 도로터널로 활용하고, 홍수가 발생하면 단기간에 배수터널로 활용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도로터널을 배수터널로 활용하는 방안을 부정적으로 보는 경우도 있는데 관련 연구 결과 실질적으로 도로터널로 충분히 배수능력을 확보할 수 있다"며 "침수에도 기계 성능을 지킬 수 있는 제품이나 기술을 도입한다면 도로터널을 배수터널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0년 전 서울시 수방대책을 담당했던 전 서울시 하천관리과장 고태규 장맥엔지니어링 고문은 "당시 10년 간 5조원을 투입해 고질적인 침수지역 7곳에 대심도 터널을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며 "하지만 사업 추진 과정에서 '고가의 비용이 들어가는데 왜 추진하려고 하느냐'는 의견이 나왔고, 그때부터 추진이 힘들어졌다. 일주일에 한두차례 자문단과 논의를 했지만 그 때마다 고성이 오갔다"고 말했다.

고 고문은 "이후 신월 대심도 터널은 추진됐지만 다른 지역은 다른 방법으로 추진됐다"며 "그러나 직접적인 침수 해결 방안이 아니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강남 일대 침수가 일어나는 상황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집중호우에 따른 서울 지역의 침수를 막기 위해서는 방재성능목표를 상향하고, 지역 특수성을 반영한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권현한 세종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는 '서울시 방재성능목표 기준 재평가'를 주제로 발표에 나서 "현재 시간당 95㎜의 방재성능목표를 보다 높여야 한다"며 "시간당 최소 100㎜, 중점관리지역은 시간당 110㎜로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시의 방재성능목표는 30년에 한 번 오는 비에 대비할 수 있는 시간당 95㎜다. 시는 오는 2027년까지 강남역과 광화문, 도림천 등 3곳에 우선적으로 대심도 빗물배수시설을 설치하고, 방재성능목표를 시간당 최대 110㎜로 상향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권 교수는 "호우발생 빈도와 과거 침수피해, 재산피해액, 유동인구 등 사회경제적 특수성을 고려해 지역 맞춤별로 적용해야 한다"며 "목표 강우량 처리를 위해서는 대심도 터널 설치에 빗물펌프장, 저류조 등 시설이 확충돼야 목표로 하는 방재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주 헥코리아 이사도 "서울시가 방재성능목표를 시간당 100㎜로 잡더라도 강남역과 대치역 등 침수 취약지역에 대해서는 공격적으로 수방 능력을 키우는 쪽으로 가야 한다"며 "최소한의 방재성능목표를 정하고 중점 관리지역에 대해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지역 맞춤형 방재성능목표를 설정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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