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버티고 있습니다"…명절이 야속한 실직 택배기사들

기사등록 2022/09/10 09:00:00

최종수정 2022/09/10 14:36:11

대리점연합·택배노조 계약해지 철회 합의…일부 이행 안돼

본사, 대리점에 계약 갱신 거절 의사 보냈지만 진전 없어

계약 해지 택배기사들 "두 아이 부양 어려워 일용직 전전"

"추석에 어르신 뵐 면목도 없고, 무엇보다 불안함이 크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지난 3월3일 오전 서울 시내 한 CJ대한통운 터미널에서 택배 분류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2022.03.03. xconfind@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지난 3월3일 오전 서울 시내 한 CJ대한통운 터미널에서 택배 분류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2022.03.0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전재훈 기자 = 택배기사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가 지켜지지 않는다며 지난해 12월 말부터 올해 3월 초까지 파업을 벌였던 택배기사들의 계약 해지를 철회하기로 노사가 합의했으나, 일부 대리점 소속 기사들의 경우 4개월째 업무에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택배사 측은 합의를 따르지 않는 대리점을 상대로 계약 갱신이 어렵다며 압박했지만 사태는 쉽사리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에 직장으로 돌아가지 못한 택배기사들은 일용직에 뛰어들거나 다른 택배 기사의 일을 대신 해주면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10일 CJ대한통운과 민주노총 전국택배노조(택배노조) 등에 따르면 파업 과정에서 계약 해지된 신울주범서대리점과 학성대리점 택배기사들은 여전히 일터에 복귀하지 못했다.

앞서 택배노조와 CJ대한통운 대리점연합회는 지난 3월 65일간의 파업 종료 이후 택배기사들의 계약 해지를 철회한다는 공동 합의문을 채택했다. 하지만 이후 택배노조는 재차 농성을 진행했는데, 일부 대리점이 계약 해지를 철회하기로 한 합의를 무시하고 조합원 계약 해지를 고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CJ대한통운 역시 합의 이행을 촉구하고 나섰으나 사태는 장기화하고 있다. 사측은 합의를 이행하지 않는 대리점에 서비스 정상화에 협조하지 않으면 해당 대리점 소장과 계약을 갱신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택배노조는 이러한 본사의 조치에 따라 계약 해지 철회가 이뤄질 것이라 예상했지만, 신울주범서대리점의 택배기사 6명과, 학성대리점의 택배기사 1명의 계약 해지는 철회되지 않았다.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전국택배노조가 지난8월2일 오후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울산 신범서 부당해고 철회, 노사합의 거부 소장 퇴출' 등을 촉구하는 단식농성 돌입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08.02. scchoo@newsis.com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전국택배노조가 지난8월2일 오후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울산 신범서 부당해고 철회, 노사합의 거부 소장 퇴출' 등을 촉구하는 단식농성 돌입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08.02. [email protected]

일부 택배기사들은 명절까지 실직 상태가 이어지자 물질적·심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4월 해고된 전성배(52)씨는 택배노조에서 나오는 지원금 월 250만원으로는 두 아이를 부양하기 어려워 일용직에 종사하고 있다. 그는 "모아둔 돈을 쓰고 있는데, 그마저 이번 달이면 바닥난다"며 "다음 달이면 택배노조 지원금도 끊기는데, 막막하고 불안하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지난 4월 해고된 강모(47)씨는 "다른 택배사에 가서 하루나 일주일씩 코로나에 걸렸거나 경조사가 있는 택배기사들의 택배 일을 대신 해주고 있다"며 "겨우 버티고 있다. 추석인데 어르신들 뵐 면목도 없고, 무엇보다 불안함이 크다'고 토로했다.

이들의 복직 문제가 언제 해결될지는 알 수 없다. CJ대한통운이 대리점 측에 보낸 내용증명에 따라 기존 대리점주와의 계약이 거절된다고 해도, 새 대리점주가 계약 해지를 철회할지는 모르는 일이라고 한다. CJ대한통운은 개인사업자인 대리점주와 택배기사들 간의 문제이기 때문에 더 이상 개입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선범 택배노조 정책국장은 "문제의 대리점주들과 협상이 진행되고는 있는데, 대리점 측에서 해고된 직원을 전부 복직시키는 것을 반대하면서 버티고 있다"며 "대리점주와 원청의 계약이 만료되는 10월15일이 지나면 새로운 대리점주 입찰 공고를 낼 텐데, 그렇게 되면 해고된 노동자들의 복직 문제가 다시 미궁 속에 빠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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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버티고 있습니다"…명절이 야속한 실직 택배기사들

기사등록 2022/09/10 09:00:00 최초수정 2022/09/10 14:3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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