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구 한창인데...구룡마을 주민들 "태풍에 집 날아갈까 걱정"

기사등록 2022/09/05 15:36:20

폭우 피해복구 중 태풍 '힌남노' 상륙 예정

서울 호우특보 발효…100~300㎜ 강수 집중

이른 아침부터 태풍 피해대비 작업 이어져

지난 침수 당시 이재민 180가구·360여 명

주민들 "태풍이 조용히 지나가길 바랄 뿐"

[서울=뉴시스]임하은 기자, 박광온 수습기자 = …
[서울=뉴시스] 박광온 수습기자 =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우리나라에 상륙하기 전날인 5일 오전 서울 강남 구룡마을 주민들이 태풍을 맞기 전 대비를 하고 있다. 2022.09.05 lighton@newsis.com
[서울=뉴시스] 박광온 수습기자 =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우리나라에 상륙하기 전날인 5일 오전 서울 강남 구룡마을 주민들이 태풍을 맞기 전 대비를 하고 있다. 2022.09.05 [email protected]

"어제 저녁에 한숨도 못 잤어요. 한번 수해를 당해보니 마음이 너무 불안해서 제발 태풍이 한반도를 피해 넘어가길 기도했어요. 이젠 물만 봐도 무서워요"

제11호 태풍 '힌남노'(HINNAMNOR)가 한반도를 향해 북상 중인 5일 서울 강남의 마지막 판자촌, 구룡마을은 주민들의 한숨이 가득했다.

지난달 초 중부지방을 강타한 기록적 폭우로 인한 침수 피해를 입고 복구 작업이 한창인 상황에서 또다시 태풍에 따른 추가적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8시께 만난 주민들은 우비를 입고 지붕 위에 자동차 타이어, 벽돌 등을 쌓느라 분주했다. 지난 침수 때 미처 치우지 못한 쓰레기와 가재도구 사이로 빗물이 들어찼고 거리에는 퀴퀴한 냄새가 여전했다.

주민들은 평소처럼 추석을 쇠는 건 욕심이고, 태풍만이라도 조용히 지나가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구룡초등학교 학생 김모(12)군은 "태풍으로 갑자기 피해를 입지 않을까 불안하다. 우리 마을로 태풍이 안 왔으면 좋겠다"며 "지난번에 집으로 물이 많이 들어왔다. 옷도 다 젖고. 가족들도 지금 걱정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밤새 잠을 뒤로한 채 태풍 피해 대비를 한 주민도 있었다.

70대 최모씨는 "어젯밤에도 잠 안 자고 태풍 피해를 대비했다"며 "침수 피해 복구가 거의 다 돼서 일단 입주했는데, 태풍으로 집이 또 날아갈까 봐 걱정된다"며 하소연했다.

연로해 거동이 어려운 어르신들은 대비를 하는 것마저 힘든 상황이다. 구룡마을에 산 지 40년이 된 90대 이모 할머니는 "밤새 물이 차는 걸 지켜보기만 할 뿐 사실 많이 준비하지는 못했다. 그저 창문에 신문지를 붙이고 기도만 할 뿐이다"고 중얼거렸다.
[서울=뉴시스] 박광온 수습기자 =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우리나라에 상륙하기 전날인 5일 오전 서울 강남 구룡마을 주민들이 태풍을 맞기 전 지붕에 자동차 타이어 등을 얹어 놓은 모습. 2022.09.05 lighton@newsis.com
[서울=뉴시스] 박광온 수습기자 =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우리나라에 상륙하기 전날인 5일 오전 서울 강남 구룡마을 주민들이 태풍을 맞기 전 지붕에 자동차 타이어 등을 얹어 놓은 모습. 2022.09.05 [email protected]

구룡마을은 지난 침수 피해로 180가구(36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초기에는 모두가 구룡중학교 임시거주시설로 대피했고, 복구작업 후에도 피해가 심각해 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 30가구는 인근 호텔에 머물렀다. 하지만 이마저도 최대연장 기간이 지나 모두 마을로 돌아왔다. 두 가구는 피치 못할 사정으로 복구 마무리가 안 돼 집으로 돌아오고 있지 못한 상황이라고 한다.

이영만 구룡마을 자치회장은 "복구 작업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당장 숙소 비우라고 하니까 집에 장판 정도만 깔고 들어온 상태"라며 "도로를 포장하고 좀 치우긴 했는데 비 때문에 축대공사를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자치회장은 "태풍이 조용히 지나기만을 바라고 있다. 무허가 주거시설이라는 이유로 보조 지원도 한 푼도 못 받고 있다. 주민들이 사비를 들여 안전망을 만들기도 곤란한 상황이라 그냥 기다릴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날 낮 12시 기준 시속 17㎞로 북상하고 있는 힌남노는 오는 6일 오전 7시를 전후로 경남 남해안에 상륙할 것으로 관측된다.

기상청은 이번 태풍이 남해안에 상륙할 때 중심기압이 950hPa(헥토파스칼) 전후로, 2016년 큰 피해를 남긴 차바(975hPa)와 비교할 수 없을만큼 강한 세력을 가질 것으로 보고 있다.

중부지방은 호우특보가 발효됐으며, 이날 오후부터 6일 새벽까지 100~300㎜의 비가 집중될 전망이다. 이미 서울을 포함한 전국은 전날부터 태풍의 간접 영향으로 비가 계속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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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구 한창인데...구룡마을 주민들 "태풍에 집 날아갈까 걱정"

기사등록 2022/09/05 15:36:20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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