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 동원 집행 절차 지연시키려는 모습"
"의견서 제출, 피해자 권리 행사 제약 행위"
"정부안 확정되면 동의 여부 절차는 협조"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일본제철·미쓰비시중공업·후지코시 등 일본 기업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외교부가 신뢰를 깼다며 현재 운영 중인 민관 협의회에서 빠지겠다고 선언했다.
일본제철·미쓰비시중공업·후지코시 상대 강제동원 소송 피해자 지원단은 3일 '강제동원 관련 민관 협의회 피해자 측 입장문'에서 "피해자 지원단과 대리인단은 외교부가 7월26일 대법원에 미쓰비시 중공업의 국내 자산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는 매각 명령 결정 재항고 사건 2건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한 행위에 대해 심각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재판 거래 또는 사법 농단이라는 범죄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민사소송규칙을, 그 범죄의 공범이었던 외교부가 과거에 대한 아무런 반성 없이 그 규칙을 다시 활용해 강제 동원 집행 절차를 지연시키려는 모습은 재판 거래의 피해자들인 강제동원 소송 원고들에게는 매우 충격적인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지원단은 "외교부 의견서 제출 행위는 절차적으로 피해자 측의 신뢰 관계를 완전히 저버리는 행위였다"며 "민관 협의회라는 공개적인 절차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그 절차에서 전혀 논의되지 않음은 물론 피해자 측에 사전에 어떤 논의나 통지도 없이 의견서가 제출됐다. 외교부는 이미 제출된 의견서조차 피해자 측에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외교부를 비난했다.
이들은 또 "외교부 의견서 제출 행위는 실질적으로도 피해자 측의 권리 행사를 제약하는 중대한 행위"라며 "피해자 측은 사실상 대한민국 정부가 대법원에 '판단을 유보하라'는 취지로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판단한다. 이는 헌법이 보장한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원단은 그러면서 "피해자 지원단과 대리인단은 민관 협의회에 피해자 측 입장을 충분히 전달했으며 민관 협의회에서 이후 실효적인 의견도 나오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외교부 의견서 제출로 인해 신뢰가 훼손됐기에 민관 협의회 불참을 통보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들은 "피해자 측은 이후 정부 안이 확정되면 이에 대한 동의 여부 절차에는 협조할 것"이라고 여지를 뒀다.
외교부는 지난달 4일부터 강제 징용 문제 관련 민관 협의회를 열어왔다. 이 협의회는 강제 징용 판결 문제 관련 해법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피해자는 물론 학계, 언론계, 경제계 등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꾸려졌다.
이 와중에 외교부는 지난달 26일 피해자 측과 사전 논의 없이 대법원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피해자 측이 언급한 '재판 거래'란 박근혜 정부와 당시 대법원이 특정한 대가를 조건으로 재판 결과를 거래했다는 의혹이 일었던 사건이다. 이 과정에서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이 의도적으로 지연됐다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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