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이, 서울대서 '필즈상 수상 기념 수학강연회'
"존경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근거 없는 자신감"
"근거 있는 자신감, 언제든 무너질 수 있어 위험"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역경 돌파…큰 힘이 된다"
[서울=뉴시스]전재훈 기자 = 한국계 최초로 수학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필즈상을 수상한 허준이 프린스턴대 교수가 근거 없는 자신감이 자신의 원동력이었다고 밝혔다.
허 교수는 27일 오후 4시께 서울 관악구 서울대 상산수리과학관에서 열린 '허준이 교수 필즈상 수상 기념 수학강연회'에 참석했다.
이날 허 교수는 대수기하학적 기법을 이용한 조합론 난제 풀이 방법 등을 설명하고 질의응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강단에 오른 허 교수는 "주변에 내가 좋아하고 존경하는 친구들을 보면 의외의 공통점이 있더라.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 긍정적인 자신감이 있다는 것인데 그 자신감도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며 "근거 있는 자신감과 근거 없는 자신감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결국 끝까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을 보면 근거 없는 자신감을 가졌을 때가 많더라. 근거가 있는 자신감의 경우 학교에서 시험을 항상 잘 보다가 못 보는 경우, 대학이나 대학원에서 논문을 쓰기 힘들다거나 다른 불운한 일들이 겹쳐 새로운 힘든 과정을 만났을 경우 자신감의 근거를 잃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근거가 있는 자신감은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무엇을 하든 나는 어느 정도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주 근거 없는 자신감을 갖고 있는 친구들은 살면서 어쩔 수 없이 맞닥뜨리게 되는 힘든 과정에 놓여 있을 때 근거 없는 자신감이 유연하게 자신의 목표를 변경하게 도와주기도 하고, 기존의 목표를 향해 더 나아갈 수 있게 해주면서 인생을 끝까지 잘 살아낼 수 있게 하는 큰 힘이 되더라"며 "근거 없는 자신감을 굉장히 추천드린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전공을 바꾸면서 새로운 학문에 도전했을 당시의 심정에 대해서는 "'이거면 잘 할 수 있겠다'는 마음에서 선택한 것보다는 이것저것 해봤는데 잘 안되고, 조금 지쳐있을 때 이걸 해볼까 했는데 마음이 편했다"며 "그러다 보니 조금 더 하게 되고, 또 조금 더 하게 되면서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다. 의식적으로 결정을 내렸던 결단의 순간은 내 기억엔 있었던 것 같지 않다"고 전했다.
또 "오늘이 특별하게 느껴진다. 오늘 이 자리에 같이 해주고 계시는 여러분에게 기억에 남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며 "앞으로 똑똑한 사람들 몇 명이 앉아서 10년 동안 생각해 보면 비슷한 종류의 발전이 미래에 여러 번 반복해서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허 교수는 지난 5일 '리드 추측' 등 대수기하학을 이용해 조합론 분야에서 다수의 난제를 해결하고 대수기하학의 새 지평을 연 공로를 인정받아 필즈상을 수상했다.
필즈상은 국제수학연맹(IMU)이 4년마다 세계수학자대회(ICM)를 열어 새로운 수학 분야를 개척한 '만 40세 이하'의 젊은 학자 최대 4명에게 수여하는 수학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이다. '노벨 수학상'이 없어 수학계의 노벨상으로도 불린다.
126년의 세계수학자대회 역사 속 한국계 수학자로서는 최초로 필즈상 수상의 영광을 안은 허준이 교수는 올해 만 39세로 미국에서 출생한 후 한국으로 건너와 초등학교부터 대학원 석사과정까지 모두 한국에서 교육을 받았다.
서울대학교 수리과학부 및 물리천문학부 복수전공을 하고, 같은 대학에서 수학 석사를 마쳤다. 이어 미국 미시간대학교에서 수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 현재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교수와 한국 고등과학원 석학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그의 연구 업적들은 정보통신, 반도체 설계, 교통, 물류, 기계학습, 통계물리 등 여러 응용 분야의 발달에 기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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