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보도 앞 일시멈춤 첫날 "안전 먼저" vs "기준 모호"

기사등록 2022/07/12 16:59:09

최종수정 2022/07/12 17:41:40

'보행자 보호 의무' 강화된 도로교통법 첫 시행

횡단보도 앞 줄줄이 멈춰선 우회전 차량 '눈길'

제 갈 길 가는 운전자도…1시간 새 범칙금 2건

"교통 안전 문화 정착돼야" "운전자 분별 한계"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광주 북부경찰서 교통안전계 직원들이 12일 오후 광주 북구 문흥동 한 교차로에서 한 승용차가 우회전 직후 보행자가 통행 중인 횡단보도에 진입하고 있다. 이날부터 보행자 보호의무가 강화된 개정 도로교통법이 시행됐다. 2022.07.12. wisdom21@newsis.com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광주 북부경찰서 교통안전계 직원들이 12일 오후 광주 북구 문흥동 한 교차로에서 한 승용차가 우회전 직후 보행자가 통행 중인 횡단보도에 진입하고 있다. 이날부터 보행자 보호의무가 강화된 개정 도로교통법이 시행됐다. 2022.07.12. [email protected]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횡단보도에서도 툭하면 쌩 달리잖아요." "법규 위반 기준 헷갈려요."

'보행자 보호 의무'가 강화된 개정 도로교통법 시행 첫날인 12일 오후 광주 북구 문흥동 한 교차로.

광주 북부경찰서 교통안전계 직원들은 교차로 내 횡단보도 진입 차량을 대상으로 계도 활동 중심의 단속을 벌였다.

대부분 차량은 우회전을 하던 중, 횡단보도 보행자 신호가 녹색불로 바뀌자 멈춰섰다. 한 차량은 속도를 급격히 줄여 우회전을 하다 보행자 신호가 빨간 불로 바뀔 때까지 꼼짝하지 않았다.

교차로를 둘러싼 횡단보도 4곳의 우회전 차선은 보행자 신호가 차례로 바뀔 때마다 3~4대 차량이 줄지어 서 있었다.

한 차량 운전자는 우회전 도중 차량을 세운 채 열린 차창 사이로 도로 맞은편 인도를 한참 살피기도 했다.

횡단보도 보행자 신호가 끝날 때까지 우회전 차로에서 엉거주춤 서 있던 일부 차량들은 그 사이 바뀐 신호에 직진하는 차량들을 조심스럽게 피하며 도로에 진입하기도 했다.

보행자가 미처 길을 건너지 않아도 무작정 제 갈 길 가는 차량들도 종종 눈에 띄었다.

1t 화물차는 우회전 도중 잠시 멈춰 섰다가 보행자가 앞을 지나치자마자 횡단보도를 지나쳐 갔다. 또 다른 승용차는 우회전 직후 횡단보도 위에서 주춤 주춤하다, 손을 든 초등학생이 길을 건너자마자 속도를 높여 달렸다. 교통 경찰관이 곧바로 승용차를 멈춰 세웠다.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광주 북부경찰서 교통안전계 직원들이 12일 오후 광주 북구 문흥동 한 교차로에서 한 이륜차가 우회전 직후 보행자가 통행 중인 횡단보도를 빠르게 지나치고 있다. 이날부터 보행자 보호의무가 강화된 개정 도로교통법이 시행됐다. 2022.07.12. wisdom21@newsis.com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광주 북부경찰서 교통안전계 직원들이 12일 오후 광주 북구 문흥동 한 교차로에서 한 이륜차가 우회전 직후 보행자가 통행 중인 횡단보도를 빠르게 지나치고 있다. 이날부터 보행자 보호의무가 강화된 개정 도로교통법이 시행됐다. 2022.07.12. [email protected]


어느 배달 대행업체용 이륜차는 횡단보도 신호조차 무시하고 보행자 사이로 쌩 지나갔다. 순식간에 직선 도로 50여m를 질주, 경찰관이 간신히 멈춰 세웠다.

경찰은 1시간 가량 계도·단속 활동을 벌여 법규 위반 2건에 대해 범칙금·벌점 부과 조치를 했다.

적발된 운전자 2명 모두 우회전 직후 만난 횡단보도 위에 보행자가 있는데도 차량을 주행하다 적발됐다. 개정 전 도로교통법도 금지한 우회전 차량 통행 규칙을 어긴 것이다.

바뀐 도로교통법 시행에 대한 시민 반응은 엇갈렸다.

횡단보도 앞에서 만난 김재영(51)씨는 "나도 대형 차량을 30년 넘게 몰았지만, 보행자 안전을 존중하는 교통 문화는 아직 자리 잡지 못했다. 꾸준한 단속과 계도 활동으로 보행자가 더 안전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장윤석(61)씨는 "당장 운전자들이 불편하더라도 문화와 정책 모두 보행자 위주로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반면 '모호한 위반 기준'을 우려하는 의견도 있었다.

이윤호(63)씨는 "바뀐 법규가 명료하지 않은 것 같다. 보행자가 빨간 불에 건너고 있을 때도 무작정 정차해야 하는 것이냐"며 "대다수 운전자들은 '보행자가 길을 건너려 할 때'를 분별하기 어려울 것이다"고 말했다.

운전자 김연희(36·여)씨는 "운전자가 아무리 주의를 기울인다 해도, 순간적으로 횡단보도를 건너고자 뛰는 보행자를 미리 예측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단속이 실효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했다.

하정주 광주 북부경찰서 교통안전팀장은 "개정 도로교통법에는 '사람이 먼저'라는 인식 전환이 담겼다고 생각한다. 운전자는 주행 중 횡단보도를 만나면 '일시 멈춤'부터 하고 보행자가 있는지 주변을 살펴야 한다"며 "법 시행에 따른 교통 체증, 편도 1차선 도로에서의 혼선 등 우려도 있지만 보행자의 생명을 지키는 일인 만큼, 개정 법 준수에 협조해달라"고 밝혔다.

이날부터 시행되는 개정 도로교통법에 따라, 운전자의 횡단보도 앞 일시 정지 의무는 '보행자가 통행하는 때' 뿐만 아니라 '통행하려고 하는 때'까지 확대된다. 어린이보호구역 내 신호기가 없는 횡단보도에서도 일시 정지해야 한다.

이 같은 내용들을 어기면 운전자에게 승용차 기준 범칙금 6만 원과 벌점 10점이 부과된다.

이 밖에도 개정 법령에는 ▲'보행자 우선도로' 도입 ▲회전교차로 통행 방법 준수 의무 ▲아파트 통행로·주차장·대학 내 도로 등지서 보행자 보호 의무화 등이 담겼다.

한편, 최근 5년 간 광주 보행자 교통사고 발생 건수와 사망자 수는 ▲2017년 1598건·68명 ▲2018년 1500건·46명 ▲2019년 1512건·34명 ▲2020년 1171건·20명 ▲2021년 1151건·21명 등이다.

같은 기간 전남은 ▲2017년 1848명·131명 ▲2018년 1702건·103명 ▲2019년 1784건·90명 ▲2020년 1476건·83명 ▲2021년 1335건·80명 등으로 집계됐다.
 
올해 상반기(1~6월)만 해도 광주에서는 보행자 교통사고 595건이 발생, 11명이 숨졌다. 전남의 경우 보행자 교통사고 644건으로 26명이 사망했다.
[광주=뉴시스] 12일부터 시행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 시행 내용. (사진=광주경찰청 제공) 2022.07.1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광주=뉴시스] 12일부터 시행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 시행 내용. (사진=광주경찰청 제공) 2022.07.1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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