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주재 '2022년 국가재정전략회의' 열어
지난 5년 국가채무비율 14%p↑·나랏빚 1100조 육박
임기 중 5~6% 수준 관리…2027년까지 55~56% 유지
재정준칙 법제화하고 교육교부금 개편…지출효율화
민간이 투자 주도…향후 30년 재정 개혁과제도 발굴
[세종=뉴시스] 오종택 기자 = 윤석열 정부가 지난 5년간 확장적 재정 정책으로 1100조원에 육박하는 등 가파르게 상승한 국가채무 증가 속도에 제동을 건다.
엄격한 기준의 재정준칙을 법제화하고, 강력한 지출효율화로 재정건전성을 확보해 임기 내 국가채무비율을 55~56% 수준으로 관리하기로 했다.
문재인 정부의 확장재정 기조에서 벗어나 재정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긴축재정으로 재정운용 전략을 수정하면서도 국정과제 이행에 필요한 209조원의 재정 실탄은 차질 없이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7일 충북 청주시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2022년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국가재정운용방향을 논의했다.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가의 재정 현안을 논의하는 정부 최고위급 연례 회의체다. 이날 회의에는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국무위원과 여당 주요인사, 민간전문가 등이 참석, 새 정부 5년간 국정운영 틀과 이를 뒷받침하는 재정전략의 큰 그림을 그렸다.
국가채무 1100조 육박, 재정전건성 우려…임기 중 국가채무비율 55~56% 관리
문재인 정부 5년간 경제위기 극복과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확장적 재정운용으로 국가채무가 416조원 증가했다.
문 정부 임기 첫 해 660조2000억원이던 국가채무는 올해 1차 추가경정예산(추경) 기준 1075억7000억원까지 급증하는 등 1100조원에 육박한다. 같은 기간 36.0% 수준이던 국가채무비율은 50%(50.1%)를 돌파했다.
매년 100조원 안팎의 재정적자가 고착화되면서 국제기구와 해외 신용평가기관의 평가에 있어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한국의 급격한 국가채무 증가세로 재정건전성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정부는 재정건전성 확보 차원에서 올해 국내총생산(GDP)대비 -5.2% 수준인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코로나19 이전(-2.8%) 수준인 -3.0% 이내로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2차 추경 기준 49.7% 수준인 국가채무비율도 역대 정부 평균 증가폭인 5~6%포인트(p) 정도로 관리해 2027년에는 50% 중반대를 목표로 안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최상대 기재부 2차관은 지난 6일 사전브리핑에서 "지난 5년간 국가채무비율 증가폭은 14%p였기 때문에 그것의 3분의 1 수준으로 관리하려는 것"이라며 "2021~2025년 중기계획상 2025년 58.6%인 국가채무비율을 2년 후인 2027년까지도 더 낮춘 50% 중반대로 관리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재정준칙 법제화·교육교부금 개편·공무원 보수 관리 등 과감한 지출효율화
지난 정부에서 제시했던 재정준칙의 문제점을 개선해 복잡한 곱셈식이 아닌 국제사회에서 보편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수지·채무준칙 기준을 설정하기로 했다.
통합재정수지보다 엄격하고 재정건전화 관리지표로 일관되게 활용해온 통합재정수지에서 사회보자성기금 수지를 뺀 관리재정수지를 활용하기로 했다.
최상대 차관은 "준칙 한도를 시행령이 아닌 법률에 명시해 높은 구속력을 확보할 예정"이라며 "공청회 등을 통해 9월초 구체적인 재정준칙안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학령인구 감소에도 세수 증가로 계속해서 늘고 있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도 손보기로 했다. 2000년대 이후 학령인구는 34% 줄었지만 교육교부금은 14조9000억원에서도 올해 65조1000억원으로 4배가량 늘었다.
현재 유·초등·중등에 한정된 교육교부금 사용처를 대학(고등교육)까지 확대하기 위해 가칭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를 신설하고, 미래 인재육성에도 투자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공공기관이 보유한 컨벤션 시설이나 호화 청사, 유휴부지 등 불요불급한 자산은 매각해 공공기관 신규 투자나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재원으로 활용한다.
공직사회 고통분담 차원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할 때 공무원 보수 인상을 최소화하고, 정원도 엄격하게 관리하기로 했다.
코로나19 위기 대응과정에서 한시적으로 늘어난 지출도 정상화하고, 관행적으로 유지해 온 민간 보조사업도 폐지 또는 감축하는 등 역대 최고 수준의 강력한 지출구조조정도 실시할 방침이다.
최상대 차관은 "통상적으로 재량지출의 10%를 구조조정하면 10조~12조원 정도인데 긴축 또는 건전재정 기조로 전환하는 차원에서 엄격한 통제가 필요하다"며 "통상적인 지출구조조정 수준보다 상당 폭 높은 수준으로, 의무 지출이나 경직성 지출에 대해서도 들여다본다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정책금융 대신 민간이 투자 주도…중장기 '재정비전 2050' 수립
하지만 앞으로 민간 역량을 더 우선적으로 끌어낸다는 차원에서 민간 금융을 활용하는 이차보전(정부가 이자손실 보전) 사업으로 전환한다.
직접 융자사업을 민간 금융을 활용하는 이차보전 사업으로 전환해 정부 지출규모는 줄이고 수혜 대상은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올해 2차 추경 때도 이차보전 전환을 통해서 1조원 넘는 재원을 마련한 바 있다.
연구개발(R&D) 투자에 있어서도 정부가 주도하거나 의존하는 R&D 투자에서 민간의 선투자를 이끌어내는 등 다양한 방식을 도입한다.
선(先) 민간투자, 후(後) 정부지원 방식의 'TIPS 프로그램'을 확대해 민간 참여를 촉진한다는 계획이다. TIPS는 민간 벤처 등이 유망 창업기업을 발굴해 투자하면 정부가 기술개발과 사업화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와 함께 기존 5년 단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확대해 '재정비전 2050'을 수립, 30년에 걸친 중장기적인 시계에서 과감한 개혁과제를 발굴해 추진하기로 했다. 재정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재정운용의 틀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 구조변화와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 등 사회보험 운용 방향을 찾아 미래 세대의 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이다. 10년 내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될 과제를 발굴해 경제·사회구조의 대전환을 뒷받침한다.
이를 위해 50~60명의 전문가들이 참여해 민간의 시각을 접목한 개혁 과제를 마련하고, 공청회 등을 거쳐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등 올해 말까지 계획을 수립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