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토니아 총리 "러 침공 땐 우리나라 지도에서 사라질 수 있다"

기사등록 2022/06/23 15:48:11

최종수정 2022/06/23 16:00:43

느슨한 나토 방어계획 정면 비판…조속한 새 계획 수립 촉구

"기존 계획, 침공 180일 후 나토 개입…180일이면 지워져"

"발트 3국 1000명씩 병력 주둔 부족…최소 2만명 배치해야"

[탈린(에스토니아)=AP/뉴시스]에스토니아 최대 정당인 중도우파 성향의 야당 개혁당의 카야 칼라스 대표(43)의 2019년 2월26일 자료사진. 에스토니아의 양대 정당이 24일(현지시간) 이달 초 부패 스캔들로 붕괴된 이전 내각 교체를 위해 에스토니아 역사상 최초로 여성 총리가 이끄는 새 정부 구성에 합의했다. 2021.1.25
[탈린(에스토니아)=AP/뉴시스]에스토니아 최대 정당인 중도우파 성향의 야당 개혁당의 카야 칼라스 대표(43)의 2019년 2월26일 자료사진. 에스토니아의 양대 정당이 24일(현지시간) 이달 초 부패 스캔들로 붕괴된 이전 내각 교체를 위해 에스토니아 역사상 최초로 여성 총리가 이끄는 새 정부 구성에 합의했다. 2021.1.25
[서울=뉴시스]김태규 기자 = 카야 칼라스 에스토니아 총리가 22일(현지시간) 발트3국(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에 대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현재 방어 계획으로는 러시아가 침공할 경우 막을 수 없는 데다, 에스토니아가 지도상에서 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발트3국이 다음 러시아의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깊어지면서 해당 국가들을 중심으로 나토 차원의 새로운 방어 계획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오는 28~29일 예정된 스페인 마드리드 나토 정상회의에서 새로운 전략개념(Strategic Concept)'을 채택할 때 이 같은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칼라스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발트 3국에 대한 나토의 기존 방어계획은 (침공) 180일 후에 탈환하도록 돼 있다"며 조속한 새로운 방어계획을 수립할 것을 촉구했다.

발트해 동쪽 끝에 자리한 에스토니아는 페이푸스 호수를 사이에 두고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1차 세계 대전 당시 소련으로부터 독립했다가 2차 세계 대전 때 강제 병합된 역사를 갖고 있다. 반(反) 러시아 정서가 강한 에스토니아는 2004년 3월29일 발트 3국과 함께 나토에 동시 가입했다.

칼라스 총리는 "우크라이나와 발트 3국간 크기를 비교했을 때 180일이라는 기간은 우리 나라와 문화를 완전하게 파괴하기에 충분하다"며 "이 모든 것들은 우리 나라를 지도에서 지워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발트 3국 총 면적은 17만5228㎢으로 우크라이나(60만3000㎢) 보다 작으며, 침공 180일 후 개입한다는 나토 방어 계획으로는 국가를 지킬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침공 100일 무렵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의 20%에 해당하는 12만5000㎢를 점령했으며 이는 벨기에·네덜란드·룩셈부르크 3개국을 합친 면적보다도 크다고 밝힌 바 있다.

칼라스 총리는 인계철선(tripwire·건드리면 자동으로 폭발하도록 유도하는 철선) 개념으로 발트 3국에 각각 1000명씩의 연합방위군을 배치한 나토의 방위 계획에 대한 비판적 견해도 밝혔다.

칼라스 총리는 "나토 회원국을 (모두) 잃은 후 나중에야 되찾겠다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또 러시아 군의 우크라이나 '부차 학살'이 침공 80일 만에 이뤄진 점을 언급하면서 "이제 모든 사람들은 나토의 트립와이어 개념이 정말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지켜봤다"고 지적했다.

발트 3국 간 국가별로 최소 2만~2만5000명씩 나토 방위군 배치가 필요하다는 게 칼라스 총리의 구상이라고 FT는 전했다. 영구적 주둔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아니라, 발트 3국 병력 수 천 명과 최대 5000명 규모의 연합방위군이 돌아가면서 3국에 순환 배치돼야 한다는 것이다.

칼라스 총리는 독일이 리투아니아에 제안한 1000명 규모의 강력한 전투여단 파병 모델과 관련해선 "(러시아의 침공) 첫날부터 우리 자신을 방어할 수만 있다면 특정 모델에 집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칼라스 총리는 또 터키가 나토 정식 가입 절차를 밟고 있는 스웨덴과 핀란드에 부정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에 관해선 "(터키의 저지 움직임은) 나토 정상회의까지 해결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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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토니아 총리 "러 침공 땐 우리나라 지도에서 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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