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 수사 반발에 "내로남불" 역공
'北 피살 공무원' 진상조사 TF 띄우며 대통령기록물 열람 압박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 재조사까지 연일 야권 정조준
[서울=뉴시스] 이지율 기자 = 여당이 문재인 정부 '신적폐 청산'에 총공세를 펴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탈북어민 북송 사건 등 문재인 정권 핵심 인사들이 연루된 의혹을 정조준하면서다. '정치보복'이라는 야당의 반발 속에서 국민의힘은 '진실 규명'을 앞세워 연일 민주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압박하고 있다.
새 정부가 '정상적 사법 시스템에 의한 절차'라는 명분 아래 검경은 물론 감사원까지 앞세워 사실상 '신적폐 청산' 작업에 속도를 내면서 '신구 권력 갈등'이 본격화된 모양새다. 검찰은 새 정부 출범 한 달 만에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산하 기관장 사퇴를 종용했다는 이른바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수사를 시작했다.
백 전 장관에 이어 청와대 인사수석실 행정관 출신 박상혁 의원에 대한 수사가 이어지자 야당은 "문재인 정권에 대한 보복"이라고 반발했고 여당은 "내로남불"이라고 맞받았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16일 "문재인 정부가 수사하면 적폐청산이고 윤석열 정부가 수사하면 정치보복이라고 호들갑을 떤다"며 "이쯤되면 내로남불, 이중잣대, 안면몰수가 실질적인 민주당의 강령이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정치보복 타령은 하루이틀이 아니다"라며 "혁신하겠다는 약속은 단 하나도 못 지키면서 구태의연한 모습을 반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미경 최고위원도 "블랙리스트 사건 수사는 문재인 정권에서 시작했던 게 핵심임에도 정치보복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며 "이게 신호탄이다. 이재명 의원이 대표가 돼 이재명의 민주당이 완성되면 수사가 시작할 때마다 이재명의 민주당은 스크럼을 짜고 정치보복이라고 노래 부르기 시작할 것"이라고 역공을 폈다.
국민의힘은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의 수사 결과가 2년 만에 뒤집힌 걸 고리로 야권을 향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윤석열 정부가 2020년 9월 서해상에서 북한에 피격당해 사망한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에 대해 "자진 월북을 인정할 근거가 없다"며 사건의 경위를 뒤집고 감사에 착수하면서다.
당시 해양경찰청과 국방부는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후 불에 태워진 공무원 이대준씨가 도박빚 등으로 인해 자진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여당은 이를 '월북 공작' 사건으로 규정하고 사망 공무원을 월북으로 단정한 배경에 '문재인 청와대'가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까지 띄웠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1일 국회에서 열린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조사 TF' 1차 회의에서 "해수부 공무원은 두 번 죽임을 당했다"며 "한 번은 북한 총격에 의해, 다른 한 번은 문재인 정부에 의한 인격 살인"이라고 공세를 폈다.
권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는 UN에 보낸 공식사안에도 국가보안법을 들어 국가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월북은 처벌할 수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며 "처음부터 답은 월북으로 정해졌다. 이 죽음이 누구에 의해 어떤 경위를 거쳐 월북으로 둔갑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했다.
TF 위원장을 맡은 하태경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공무원을 살릴 수 있었는데도 북한의 살인에 방조했다고 본다"며 "그 이후 문 정부는 월북 몰이를 포함해 2차로 명예살인을 한다. 인권 침해 전 과정 배경을 샅샅이 조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월북이라고 판단한 유일한 근거는 감청자료밖에 없다"며 "해경이 월북이라 주장하며 발표한 나머지 증거는 모조리 조작되고 과장됐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야당을 향해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된 당시 북한군 내부 교신 내용을 공개하라는 압박도 이어가고 있다. 대통령지정기록물을 열람하려면 국회 재적 인원 3분의 2 이상이 동의하거나 관할 고등법원장이 발부한 압수수색영장이 있어야 한다.
김형동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사건에 대한 당시 처리 과정과 결과 발표에 한 점 의혹도 없다면 문재인 정부에서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된 사건 자료 열람에 협조하면 될 것"이라며 "국민의 생명과 안보는 정략과 정쟁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TF는 전날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를 방문한 데 이어 22일 인천 해양경찰청을 방문해 당시 수사 담당자를 만나 진상을 확인할 예정이다. 오는 23일엔 국방부 방부·합참 청사를 방문하면서 진상규명에 속도를 낸단 방침이다.
윤석열 정부가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에 대한 월북 판단을 뒤집으면서 국민의힘은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도 띄웠다. 윤석열 대통령이 진상 규명을 시사하면서 해당 사건에 대한 재조사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은 지난 2019년 11월 북한 선원 2명이 동료 16명을 살해하고 한국으로 넘어와 귀순 의사를 밝혔으나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강제 추방된 사건이다. 한국 정부 수립 후 북한 주민이 강제 송환된 최초 사례였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당시 탈북 어민들이 귀순 의사를 밝혔음에도 우리 정부는 어민들을 포승줄로 묶고 안대를 씌워 강제 북송한 반헌법적 행태"라며 "정부가 극비리 강제 북송을 추진하려다 뒤늦게 사건 전모가 드러난 점 등이 상식적이지 않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다음날 대통령실 출근길에 취재진과 만나 "일단 우리나라에 들어왔으면 우리 헌법에 따라 대한민국 국민으로 간주되는데 북송시킨 것에 대해서는 많은 국민들이 의아해하고 좀 문제제기를 많이 했는데 한 번 들여다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21일에도 "위장 귀순이라는 주장에 근거도 없는데 살인 범죄를 저질렀다는 증거도 역시 없다"며 "정부는 제대로 된 절차와 조사를 거치지 않은 채 포승줄로 이들을 결박했다"고 강조했다.
정부여당발 사정정국이 본격화되면서 야당은 '민생우선실천단'을 가동하며 맞불을 놨다. 경제 위기 상황에 따른 정부여당의 무능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전날 "끝을 알 수 없는 경제 위기에도 절박한 민생은 안중에도 없이 정치보복과 내부 다툼에만 여념이 없는 정부여당의 행태에 국민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며 "초당적 협력으로 민생을 안정시키고 국민고통을 덜어드리는 일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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