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농심·오리온 등 주요 식품기업, 쌀과자에 대부분 외국산쌀 사용
"외국산쌀보다 국산쌀이 30% 가격 저렴" 제과업계 수익에 유리

[서울=뉴시스]김혜경 기자 = 식품업체들이 만드는 국내 대표 쌀과자 제품이 국산 쌀이 아닌 해외산 쌀을 사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가 식량 안보 및 쌀 과잉 공급을 해소하기 위해 가공용 쌀 공급을 늘릴 방침인 가운데, 국내 식품업계부터 국산 쌀 소비에 앞장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21일 롯데제과와 농심, 오리온, 크라운해태제과 등 국내 주요 식품업체들의 대표 쌀과자에서 쌀 원산지를 확인한 결과 대부분이 외국산 쌀을 사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쌀과자 원조격인 '쌀로별'도 국산 쌀이 아닌 외국산 쌀로 만들고 있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쌀로별은 정부미를 사용해 만든다"고 밝혔다.
정부미는 '나라미'의 옛 이름으로 정부가 저소득층을 위해 공급하는 복지용 쌀이다. 나라미에는 국내산 쌀과 수입산 쌀이 혼합돼 있다. 정부미 중 일부 물량은 업체에 가공 물량으로 공급돼 쌀가공 식품이나 떡의 주 재료로 쓰인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정부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를 통해 공급하는 정부미를 쌀로별의 주 원료로 사용한다"며 "이는 정부에서 운용하는 국가 정책에 적극 이바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민간 기업이 정부미를 꼭 사용해야 할 의무는 없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정부가 사기업에게 정부미 사용을 권고하거나 구입하라고 강제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민간 기업이 정부미를 사용하는 그만큼 원가 절감에 유리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정부미 가격은 일반쌀보다 50~90%까지 저렴하다.
![[서울=뉴시스]농심의 쌀새우깡 제품 정보. 미국산 쌀을 사용한다고 표기돼 있다. (사진출처: 농심 홈페이지 캡쳐)2022.06.21.](https://img1.newsis.com/2022/06/21/NISI20220621_0001024212_web.jpg?rnd=20220621135343)
[서울=뉴시스]농심의 쌀새우깡 제품 정보. 미국산 쌀을 사용한다고 표기돼 있다. (사진출처: 농심 홈페이지 캡쳐)2022.06.21.
농심은 '쌀새우깡'과 '새우깡 블랙'에 미국산 쌀을 사용한다. 이에 대해 농심 관계자는 "국산쌀을 사용할 경우 원가가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외국산쌀 대비 국산쌀 가격이 현저히 높아 쌀새우깡이나 새우깡 블랙을 국산쌀로 만든다면 원가 부담이 너무 커진다"며 "단 조청유과나 별따먹자, 우와한 콩칩 등에 쓰는 쌀은 국산쌀과 외국산쌀을 함께 사용한다"고 밝혔다.
오리온의 대표 쌀과자인 '오라이스'는 베트남쌀로 만든다. 오리온 관계자는 "해당 제품은 오리온 베트남 법인이 생산해 한국에 수입해 판매하고 있다"며 "베트남 현지에서 만들기 때문에 베트남산 쌀을 사용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크라운해태제과의 찹쌀설병은 대만쌀을 사용한다. 크라운해태제과 관계자는 "찹쌀설병 제품 자체가 대만 식품기업인 왕왕그룹의 쌀과자를 수입 판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과자 뿐 아니라 즉석밥도 외국산쌀 사용이 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달 컵반 일부 제품들을 국산 쌀에서 미국산 쌀로 교체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된 바 있다. CJ제일제당당은 이에 대해 "소스에 비벼 먹는 제품 특성에 맞는 쌀을 선택한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국산쌀이 아닌 외국산쌀을 쓰는 배경을 '원가 절감' 때문이라고 본다. 미국산쌀의 원가는 국산쌀보다 현저히 낮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미국산 칼로스쌀의 평균 낙찰가는 20㎏ 1포대당 3만6000원 정도다. 반면 국산쌀(중품)은 도매가 기준 20㎏에 4만6000원으로 1만원(27.7%) 정도 비싸다.
국산쌀 소비량은 해마다 줄고 있다. 한국 식생활이 서구식으로 바뀌면서 쌀 대신 밀 소비량이 큰 폭 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2000년 93.6㎏에서 2021년 56.9㎏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한국 쌀 생산량은 388만t으로, 27만t이 초과 생산돼, 정부가 나서서 20만t을 추가로 매입하기도 했다.
정부는 최근 밀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쌀 공급 과잉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분질미를 활용한 쌀 가공산업 활성화 대책도 발표했다. 정부는 이를 통해 2027년까지 20만톤의 분질미를 공급해 연간 밀가루 수요의 10%를 대체하고, 쌀 가공업 규모를 10조원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