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전국 기준 리터당 휘발유 2110원·경유 2119원
"기름 눈금 움직이는 것 야속…주유소 가기 두려워"
정부, 지난 17일 유류세 인하했지만 소폭 하락 그쳐
지난주 국제 유가 상승…당분간 국내 유가 상승 전망
[서울=뉴시스]전재훈 기자 = "비싸지만 내일은 더 비싸질 게 뻔하니까 그냥 빨리 넣는 게 이득인 것 같아요."
20일 낮 12시께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알뜰주유소는 주유를 하러 온 차들로 북적였다. 이 주요소는 리터(ℓ)당 휘발유 2064원, 경유 2078원으로 인근 주유소보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인기였다.
물류업에 종사하는 김모(46)씨는 "지난달만 해도 이 가격을 싸다고 할 줄은 몰랐다"면서 "그래도 일을 하려면 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름값이 올랐다고 돈을 더 받지는 못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주유를 하기 위해 기다리던 박모(32)씨도 "지나가는 길이 아닌데도 이곳이 싸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왔다"면서 "당분간 이렇게 싼 곳만 찾아다닐 예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기름값은 날이 갈수록 신고가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을 보면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가격은 이날 낮 1시 기준 2110.46원, 경유는 2119.92원이다.
휘발윳값은 지난달 26일 2002원으로 2000원 선을 넘어선데 이어 이달 18일 2105원, 19일 2108원으로 연일 최고가를 경신 중이다. 경윳값도 지난 17일 리터당 2104.20원으로 이미 2100원 선을 넘어선데 이어 18일 2112.50원, 19일 2115.96원을 기록했다.
필수재인 기름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서민들이 직격탄을 맞은 모양새다. 알뜰주유소, 셀프주유소 등 기름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주유소는 1원이라도 싼 가격에 주유하러 온 손님들로 북적이고 있다.
서울 양천구의 한 셀프주유소 리터당 휘발유 2081원, 경유는 2074원에 판매하고 있다. 트럭에 주유하던 A씨는 "정부가 유류세 인하 같은 조치를 취하는데도 기름값이 꿈쩍도 안 하고 오히려 오르는 걸 보면 오름세가 계속될 거 같다"면서 "기름 눈금이 팍팍 움직이는 걸 보면 야속하고, 주유소 가기는 두렵다"고 했다.
주유소 직원은 "이렇게 가파르게 기름값이 오르는 건 처음 본다"면서 "워낙 상승세가 강해서 유류세 인하로 기름값을 잡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토요일인 지난 18일 휘발유와 경유를 모두 리터당 2075원에 판매하고 있는 경기 고양시의 한 셀프주유소에도 30대 이상의 차량이 주유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나들이 가기 전 주유소를 찾았다는 김모(36)씨는 "자고 일어나면 기름값이 올라있다. 본격적으로 캠핑을 자주 다니려고 올해 초 차를 바꿨는데, 연비가 너무 안 좋아서 요즘 같은 때에 부담이 크다"면서 "지금도 경유 가격이 무섭게 오르고 있는데, 더 오르면 캠핑용 차를 당분간 주차장에만 세워둬야할 것 같다"고 했다.
정부는 지난달부터 유류세 인하폭을 20%에서 30%로 확대했지만, 기름값은 첫 주에만 소폭 하락하고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다. 이에 정부는 지난 19일 비상경제장관회의를 개최하고 유류세 인하폭을 기존 30%에서 37%로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정유 업계에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지난주 국제 유가가 상승한 만큼, 국내 휘발유 및 경유 가격이 당분간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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