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급등에 中·인도 대량 구매 탓
[서울=뉴시스] 김지은 기자 = 서방의 에너지 금수 조치 확대에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보다 더 많은 에너지 수출 수익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유가 급등으로 에너지 금수 조치의 효과가 상쇄된 데다, 중국과 인도가 대량 구매에 나서고 있어서다.
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이코노믹타임스 등에 따르면 아모스 호치스타인 미국 국무부 에너지안보 특사는 이날 상원의 유럽 및 지역 안보협력 소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러시아가 원유와 가스 판매로 전쟁 전보다 더 많은 돈을 버느냐"는 질문을 받자 "부인할 수 없다"고 답했다.
그는 "중국과 인도에 대한 러시아의 판매는 다른 국가의 공급에 비해 할인된 수준이지만 글로벌 시장 가격 급등은 러시아의 수익이 더 높을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러시아로부터의 구매를 금지할 수 있는 2차 제재를 갖고 있지 않다"고 부연했다.
앞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지난 4일 보스니아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유가가 치솟아, 러시아는 (제재로 인한) 아무런 손실을 입지 않았다"면서 "올해 러시아의 에너지원 수출 실적이 향상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어 "석유는 수요가 있고 대체할 시장도 있다. 이미 판매량이 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원유 수입 금지 등 제재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조치는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이어졌다. 영국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80달러 아래에서 올해를 시작했지만 이날 123달러까지 50% 넘게 치솟았다.
인도와 중국 등 에너지 큰손들이 러시아 원유를 계속 구입하는 것도 러시아가 전보다 더 많은 이익을 보는 이유다. 러시아는 이들 국가에 기존보다 20~30% 싼 가격에 석유를 판매하고 있다.
원자재 정보업체 케이플러(Kpler)에 따르면 세계 3위 원유 수입국인 인도는 지난달 러시아산 석유를 하루 평균 84만 배럴씩 사들였다. 전달 수입량의 두배가 넘는다. 이번달 하루 평균 수입량은 100만 배럴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달 러시아의 석유 수입이 연초보다 50% 증가한 월 200억 달러(약 25조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호치스타인 특사는 최근 인도 당국에 러시아산 석유를 너무 많이 구입하지 말라고 촉구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과 유럽이 기록적인 유가를 지불하느라 고통을 겪을 때, 인도가 러시아 석유를 헐값에 사들이는 방식으로 이익을 취하려 하지 말라고 요청했다"며 "러시아산 석유 구매량에 대한 상한선이 있다고 믿는다"고 전했다.
다만 "미국이 러시아산 원유에 2차 제재를 가한 건 아니기 때문에 자국의 수입을 금지할 순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러시아의 에너지 판매 수익을 줄이는 동시에 미국과 동맹에서 치솟는 연료 가격의 영향을 완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호크스테인 특사는 "러시아산 원유를 싣고 가는 유조선에 대한 보험을 겨냥한(보험 제공 금지) EU의 새 제재가 좋은 예"라며 "미국과 유럽을 넘어 전체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제재를 생각볼 수 있다. 누구도 부당한 이득을 취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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