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명 실태조사…대리운전기사는 22.5% 받아
오토바이 타면 근골격계·호흡기계 질환 취약
폭언 경험 대리기사 82.4%…고강도 감정노동
"정부에 전담부서 두고, 공제회로 예산 확보"
장진희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중앙연구원 연구위원은 23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비정규직위원회가 개최한 '프리랜서 노동권 보장 정책토론회'에서 플랫폼노동자 500명(음식배달노동자 250명·대리운전노동자 250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플랫폼 노동자들은 보통 야간에 장시간 노동을 하면서도 건강검진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이들의 주당평균 노동시간은 배달노동자가 58.5시간, 대리운전노동자가 49.6시간으로 임금노동자(40.7시간)보다 길게 나타났다.
배달노동자는 대개 점심 즈음에, 대리운전노동자는 저녁에 일을 시작해 심야나 새벽까지 일을 하지만, 산업안전보건법상 '야간작업자'로 분류되지 않아 '특수건강진단'을 받을 수 없는 실정이다. 이는 소음, 분진, 화학물질 취급 등 유해업무 종사자에 대해 일반 검진 외에 특수 항목을 구성해 노동자의 건강을 관리하게 하는 제도다.
특히 오토바이를 많이 이용하는 배달노동자의 경우, 근골격계나 호흡기계 질환에 취약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 오토바이는 전신진동이 일반 안전상한치의 5배를 넘는데다 몸을 앞으로 숙이는 자세에는 위험성이 더 크다. 도로 위 소음이나 매연, 고온과 추위도 건강에 악영향을 준다.
조사에 참여한 배달노동자의 19.6%, 대리운전노동자의 14.8%는 지난 1년간 근골격계, 호흡기계, 소화기계 통증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노동시간이 52시간을 초과한 응답자는 통증 유경험 응답비율이 25.7%로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건강 측면에서는 대리운전노동자가 더 심한 압박을 받고 있었다. 장시간 밀폐된 공간에서 고객을 응대하는 근로 특성상 고강도의 감정노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 최근 1년간 고객으로부터 폭언이나 욕설, 협박 등을 경험한 배달노동자는 39.2%였지만 대리운전노동자는 82.4%였다. 이런 상황에서 배달노동자의 91.8%, 대리운전노동자의 88.4%는 '그냥 참고 넘어간다'고 답변했다.
신체·정신 건강이 취약함에도 건강검진을 받은 배달노동자는 19.0%, 대리운전노동자는 22.5%에 그쳤다. '건강검진 필요성을 못 느껴서'라는 응답이 38.3%, '언제 어디서 건강검진을 받는지 몰라서'라는 응답이 20.7%로 조사됐다. 근로 특성에 맞춘 검진항목 확대와 정보 접근성 제고가 필요해 보인다.
장 연구위원은 고용노동부 산하기관인 안전보건공단에 플랫폼노동자 건강관리를 전담하는 부서를 신설하고, 플랫폼노동공제회·재단 등을 통해 관련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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