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사설, '암호화폐 폭락이 주는 경고' 사설로 지적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현지시간) 사설에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너무 오래도록 저금리를 유지하면서 금융시장이 방만하게 운영되도록 방치한 것이 암호화폐 폭락의 일부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파티가 열리는 동안은 즐거웠다. 그러나 자금 사정이 악화할 땐 언제나 그렇듯 매도세가 물밀듯한다. 이번주 암호화폐 폭락은 처음 나타난 현상이다. 손실이 금융시스템과 경제 전반에 확산되지 않기를 빈다.
하루동안 약 2000억달러(약 258조1000억원)어치의 암호 자산이 사라졌다. 소위 스테이블코인이라는 테라USD 붕괴가 주도했다. 규모가 크지 않고 비트코인 열광자들이 주 참여자였던 암호화폐 세상이 저금리 시대에 높은 수익을 낼 것으로 기대한 투자자들로 부풀려졌다.
수백 가지 암호화폐들이 투기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너도나도 가상화폐를 만들어 투자자들에 팔았고 돈을 마음껏 써댔다. 달러는 정부가 보증하는 신용화폐지만 암호화폐는 개발자의 신념 말고는 근거가 없다. 잘못될 일은 없다고만 했다.
이번주에야 투자자들이 깨닫게 됐다. 스테이블코인은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투자하도록 고정화폐에 가치를 고정시킨 것이다. 정부 보증 화폐에 고정된 것도 있지만 일부는 제작자들이 무엇에 고정돼 있는지를 밝히지 않은 것도 있다. 테라USD처럼 다른 암호화폐(이 경우 루나)에 고정된 것도 있다.
테라 개발자들은 투자자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최대 예치금의 20%에 달하는 금리를 제공하는 "분산 대출" 플랫폼을 만들어냈다. 테라는 1달러의 가치를 갖도록 돼 있었다. 2008년 금융공황 이전에 프라임 금융펀드가 설정액 이하로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장담이 있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안전보장 알고리즘이 있다고 했지만 테라는 시장의 신뢰 말고 근거가 없었다. 우리는 투자자들이 공황에 빠질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 지를 또한번 목격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암호화폐를 팔아치우자 테라의 알고리즘이 망가졌고 12일 가치가 36센트로 떨어졌다.
테라의 붕괴로 투자자들이 다른 가상화폐에 대한 믿음을 잃으면서 시장 전체가 위험해질 수 있다. 암호화폐가 거래의 담보물로 이용되는 경우가 많은 탓에 다른 암호화폐들도 이번 주 폭락하고 있다. 액수가 공개되지 않은 경화보유고를 근거로 한 스테이블코인 테더도 이번주 흔들리고 있다.
엄청난 시장 유동성과 방만한 투자 덕분에 크게 올랐던 코인베이스 주가도 폭락했다. 코인베이스는 "절대 파산 위험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이틀전 파산한다면 고객들 자금을 상환을 보증할 수 없다고 밝혔다. 2560억달러(약 330조1120억원)에 달하는 암호화폐와 경화자산이 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암호화폐 혼란이 금융시스템에 피해를 줄 위험이 있다. 암호화폐 지지자들은 가상화폐를 이용하면 송금해주는 은행이나 중개자가 필요없다면서 금융기관이 "필요없게 된다"고 주장한다. 어느정도 맞는 말이다. 그러나 암호화폐를 사는데 필요한 자금은 어딘가에서든 나와야 한다. 그걸 누가 보증하는가? 아무도 알지 못한다.
암호 시장은 2020년 11월 5000억달러(약 644조8000억원)에서 2조9000억달러(약 3789조8400억원)으로 부풀려졌다. 정부의 재난 구호금을 털어넣은 밀레니얼 세대의 도박만이 작용한 게 아니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제로로 떨어트린 것도 투기를 불렀다.
위험이 맹렬히 현실화하면 항상 예기치 못한 피해자가 생긴다. 연준이 긴축함에 따라 경제가 침체하면 부채 상환을 못할 수도 있는 회사의 고위험 채권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최근 금리변동에 큰 영향을 받는 레버리지 론의 손실발생에 대비해 자본을 추가로 비축하도록 은행들에 경고했다. 금리가 오르면 일부 은행들이 파산할 수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 발행된 레버리지 론이 지난 2019년보다 60% 증가한 약 8000억달러(약 1031조400억원)에 달한다. 감독당국은 시장이 흔들리기 전까지는 레버리지 론을 과도하게 발행한 은행이 어느 곳인지 알 수 없다.
대출약관과 시장의 질서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부터 취약해졌다. 경제가 침체함에 따라 연준이 금융시장을 보호한 것은 잘 한 일이다. 그러나 연준은 필요 이상으로 시장을 보호했다. 물가가 급등하자 연준은 투자자들에게 "과도기적 현상"이라고 안심시키며 금융정책으로 시장을 보호할 것이라고 안심시켰다.
물가 상승이 지속돼 8%를 넘으면서 여준은 돈줄을 조이는 수밖에 없었다. 과도한 레버리지 론을 한 금융기관들이 파산한다면 너무 오래도록 방임하다가 갑자기 멈춘 연준 때문이다.
암호화폐는 열광적인 지지자들이 있다. 최우량 암호화폐는 금융시장에 뿌리내릴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폭락으로 많은 것들이 사라질 것이다. 2008년에 경험했듯이 월가에 문제가 발생하면 미 중산층이 영향을 받는다. 금융당국이 금융시스템을 보호해야하는 과제는 암호화폐에 그치지 않는다.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미리 대처할 필요가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