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국무회의에서 올해 2차 추경안 의결
"온전한 손실보상 당연…지급 시점 아쉬워"
"물가 상승에 어려움 겪는 계층 지원 필요"
53조 초과세수 우려도…"지출 타이밍 놓쳐"
[세종=뉴시스] 이승재 옥성구 기자 = 윤석열 정부가 12일 역대 가장 많은 59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겠다고 밝히면서 지금도 높은 수준인 물가를 더 끌어올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공약을 의식해 무리한 돈 풀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존재한다.
국채를 발행하지 않고 추경 재원을 마련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다소 낙관적인 국세수입(세수) 전망을 기반으로 했기 때문에 하반기에 들어서는 문제가 발생할 여지도 남아있다. 반복되는 정부의 세수 추계 오차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이날 국무회의를 열고 올해 2차 추경안을 의결했다. 오는 13일에는 국회에 이를 제출할 예정이다.
이번 추경에는 소상공인의 온전한 손실보상을 위한 손실보전금 지급과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방역 보강, 민생 물가 안정 방안 등이 담겼다.
핵심인 손실보전금은 피해 규모와 상관없이 모든 소상공인·자영업자와 매출액 30억원 이하 중기업까지 370만 명에게 최소한 600만원을 지급하게 된다. 여기에 업종별 사정에 따라 지원금을 더 얹어주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피해를 입은 계층에 대한 보상은 당연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대규모 자금이 시장에 풀리면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가중될 수 있다는 점은 경계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방역 성공 요인 가운데 가장 큰 이유가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이고, 이에 따른 가장 큰 피해자가 소상공인이었기 때문에 반드시 보상을 했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만 작년과 재작년에 걸쳐 몇 차례 추경을 하면서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최악의 타이밍에 보상이 이뤄지게 됐다"며 "이전지출 형태이기 때문에 이를 직접적으로 받게 되는 소상공인들은 소비를 할 것이고 이러면 물가에 자극을 줄 것"이라고 부연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그간 손실이 누적되면서 빚이 쌓인 분들에게 돈이 갈 것이고, 빚을 갚는 데 돈을 사용하게 되면 부채 후유증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소비로 이어지면 과열을 일으키는 수준은 아니겠지만 물가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규모 추경에 따른 정부의 물가 안정책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이어졌다.
안 교수는 "예를 들어 600만원을 받는다면 300만원씩 2번으로 나눠 지급하고, 당장 돈이 필요한 소상공인의 경우 2차에 지급받는 금액을 담보로 은행에서 소정의 이자만 내고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물가 자극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유가 등 원자재 가격과 곡물 가격 인상이 전반적인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차단해야 한다"며 "물가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과 정책 금융 확대 등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추경의 재원으로 활용되는 53조3000억원 규모의 초과세수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제기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우리 정부가 50조원이 넘는 세금이 더 들어올 것을 모르고 있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채를 발행하지 않는다는 것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규모가 부담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부동산 관련 세금과 물가 상승에 따른 부가가치세 증가 등 사실상 증세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봐야 하고 이는 국민들에게 상당히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 교수는 "2년 연속 추계 오차가 크다는 것은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것"이라며 "보수적인 세수 추계 때문에 재정 지출 타이밍을 놓쳤고 지출 규모도 왜곡됐다"고 짚었다.
올해 하반기로 가면서 예상보다 세수가 덜 걷힐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안 교수는 "우리나라 세수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법인세는 결국 기업들이 세전이익을 얼마만큼 창출하느냐를 봐야 하는데 올해 성장률을 감안하면 그 정도로 걷힐지에는 의문부호가 붙는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