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전승일 연설에서 전쟁합리화.."우크라이나"는 언급도 안해

기사등록 2022/05/10 07:35:17

최종수정 2022/05/10 07:42:56

2차대전시 나치 독일에 "승리"강조..마리우폴 대공세도 안밝혀

우크라침공과 민간인 학살도 "나치와의 전쟁"으로 포장

행사중에도 러군 오데사 ·마리우폴 공격 계속

[모스크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의 붉은 광장에서 열린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제77주년(전승절) 기념 열병식에 참석해 퍼레이드를 지켜보고 있다. 2022.05.09.
[모스크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의 붉은 광장에서 열린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제77주년(전승절) 기념 열병식에 참석해 퍼레이드를 지켜보고 있다. 2022.05.09.
[자포리자( 우크라이나)=AP/뉴시스] 차미례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9일 러시아 최대의 애국적 기념일인 2차대전 전승기념일을 맞이한 기념 행사 중 연설에서 개전 11주째를 맞는 우크라이나의 국명을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이는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에서 이렇다할 새로 내세울만한 성공 사례가 없는데다가, 전세가 장기전으로 접어들면서 러시아 군의 공세가 현재로선 더 진전이 없거나 교착상태에 빠졌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러시아군대가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서 1945년 나치독일에 승리했던  전승일의 열병식을 하는 동안 푸틴은 군대와 무기들의 행진을 바라보면서 서방국가들이 그 동안 예상했던 우크라이나전쟁 승전 선언이나 총공세의 발표를 하지 않았다.

그 대신에 이번 침공을 적대적인 우크라이나에 대해 필요했던 전투로 정당화하면서도 '우크라이나'란 이름조차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우리의 위험은 나날이 커져가고 있었다.  러시아는 침략에 대항하는 예비적 조치를 취했다.  이것은 어쩔 수 없는, 유일하게 올바르고 시의 적절한 대응이었다"고만 말했다.

푸틴은 전쟁터의 특정한 상황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언급을 피했다.  이에 따라 남부의 중요 항구 마리우폴에 대한 집중적인 공격과 공습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고,  심지어 "우크라이나"란 나라 이름조차도 입에 올리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에도 우크라이나 동부의 중요 흑해항구 오데사에는 미사일 공격이 집중되었다.  이 날 러시아 군대는 마리우폴의 마지막 항전의 거점인 아조우스탈 제철소의 우크라이나군을 소탕하기 위한 공세도 계속했다.

푸틴은 오래전부터 나토가 옛 소련 소속이었던 동유럽 국가들을 잠식해 들어오고 있다며 불평을 했다.  우크라이나와 서방 동맹국들은 러시아에 대한 위협은 없다며 그런 사실을 부인했다.
 
하지만 푸틴은 이번 전쟁을 나치즘에 대한 전투라고 억지 주장을 펴면서 우크라 전투를 러시아인들이 가장 좋았던 시절, 즉 히틀러에 대한 전쟁 승리와 연결 짓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가 최대의 애국전쟁이라고 부르는 당시 전쟁에서 소련은 무려 2700만명의 인명 손실을 겪었다.

푸틴은 키이우와 우크라이나를 전격 점령할 공산이었지만 예상치 못했던 우크라이나의 완강한 저항으로 최근에는 동부 공업지대의 분리주의 세력을 등에 업고 돈바스 지역을 점령하는데에 집중해왔다.

하지만 그 곳의 전투도 승리는 여의치 않다.  진격과 후퇴를 반복하면서 마을과 도시 하나 하나 마다 어려운 전투를 벌이고 있는 실정이다.
 
[모스크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제77주년(전승절) 기념 열병식 참석 후 무명용사 묘역을 방문해 헌화하고 있다. 2022.05.09.
[모스크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제77주년(전승절) 기념 열병식 참석 후 무명용사 묘역을 방문해 헌화하고 있다. 2022.05.09.
따라서 많은 분석가들은 푸틴이 러시아군의 사상자 증가와 서방의 제재 강화로 불만에 차 있는 국민을 향해서  승전선언이나 전투 강화의 연설을 할 것으로 예상했다.

아니면 그 동안 "특수 군사작전"으로 명명했던 우크라이나 전쟁을 공식 전면전으로 선포해서 전국적인 군사동원령과 예비군 동원, 자원의 총동원으로 전세를 확장할 것으로 추측했다.
 
하지만 푸틴은 이 전쟁을 언제 어떻게 끝낼 것인지,  전쟁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에 대해 아무런 신호를 내놓지 못했다.  특히 전쟁을 계속하기 위해 군사동원을 확대할 것인지,  한다면 어떻게 그것을 수행 할지에 대해서도 아무 대답이 없다.

영국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류스 대학의 군사작전 전문가인 필립스 오브라이언교수는  "러시아는 구체적인 군사력 증강계획 없이 장기전을 수행할 수 없다.  게다가 우크라이나 지상작전에서 육군의 패배는 초읽기에 들어갔다"고 분석한다. 
  
전 벨라루스 대사를 지낸 영국의 외교관 니젤 굴드 데이비스는 "러시아는 이번 전쟁에서 이기지 못했다.  오히려 패전이 시작되었다"고 말했다.  특별한 반전이 없는 한 이번 전쟁의 득실은 꾸준히 우크라이나에게 이로운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서방측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엄청난 무기 지원이 계속되고 있고 전승일 행사 당일에도 러시아에서 푸틴의 침공에 반대하는 수십명의 시위대가 체포되고 있는 것은 현재의 상황을 말해준다고 그는 설명했다.
 
바르샤바에서는 2차대전 전몰 러시아군 묘지에 참배하러 간  폴란드주재 러시아 대사의 차량에 반전시위대가 붉은 페인트를 퍼붓는 사건도 일어날 정도로 유럽의 민심 역시 푸틴에게 강한 반감을 보여주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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