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사표낸 뒤 출근 않는 중 퇴임식 요청
검수완박 국면서 역할·책임론 잇따라 제기돼
검찰 내부선 "초상집인데 무슨 퇴임식" 비판
[서울=뉴시스] 김재환 이기상 기자 =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히 박탈) 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해 검찰 내부가 혼란에 빠진 상황에서 김오수 검찰총장이 자신의 퇴임식을 열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검수완박으로 조직 전체가 위기에 빠졌는데, 김 총장이 수장으로서 이렇다 할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퇴임행사를 열어야 하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총장은 오는 6일에 자신의 퇴임식을 열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총장은 지난달 22일 두 번째 사의를 표명한 뒤 26일부터 연가를 쓰고 계속해서 출근하지 않는 중이다. 검수완박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돼 표결을 거치고 국무회의를 통과하는 과정 모두 박성진 대검찰청 차장검사가 관여했다.
사표를 내기 전에는 김 총장이 검수완박 국면에서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문제 제기가 이뤄졌다.
더불어민주당이 처음 검수완박 추진을 가시화하자 이복현 서울북부지검 형사2부장검사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껍질에 목을 넣는 거북이 마냥, 모래 구덩이에 머리를 박는 타조 마냥 사라져 버린 분들을 조직을 이끄는 선배로 모시고 있다는 게 부끄럽다"고 강도높은 비판을 하기도 했다.
이러한 여론을 의식한 듯 김 총장은 국회를 상대로 직접 설득에 나서기도 했으나 민주당의 법안 발의를 막지 못해 첫 사직서를 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를 지키며 최선을 다하라'고 사표를 반려했고, 김 총장은 계속해서 국회를 찾아갔으나 여야는 검찰의 의견을 듣지 않은 채 검수완박에 관한 중재안에 합의했다.
이 과정에서 김 총장이 국회 내부 논의 상황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는 책임론에 시달리기도 했다. 김 총장은 검수완박에 대한 국회 중재안이 나오기 직전 "여론이나 국회가 원치 않는 권력수사를 하지 않을 필요도 있다"는 취지로 말했는데, 공직자·선거 수사를 제한하는 내용이 중재안에 담겨 의혹이 일기도 했다.
이를 두고 박영진 의정부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검사는 김 총장을 향해 "국회의 상황을 알았습니까. 몰랐습니까. 답변해 주십시오"라고 공개 요구를 하기도 했다.
이에 김 총장은 "국회의장과의 면담 과정에서 중재안 내용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지만, 검찰 내부에선 "국회 논의 사항을 알지 못했던 것도 책임"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후 김 총장은 국회 중재안에 반발해 지난달 22일 다시 사표를 낸 뒤 출근을 하지 않았고, 결국 검수완박 법안이 국무회의까지 통과한 상황에서 자신의 퇴임식을 열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대검 간부 중 일부는 김 총장에게 퇴임식 개최를 만류했다고 한다. 아직 구체적인 시간과 장소는 확정되지 않았으며 대검 내부에서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의 한 부장검사는 "검수완박 때문에 조직을 잘 추스려야 할 때인데 그런 책임을 다하지 않고 나가는 입장에서 퇴임식이 말이 된다고 생각하느냐"며 "검찰은 초상집이다. 퇴임식을 열 분위기가 아니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검사장은 "상황 파악을 제대로 못 하는 것 같다"면서 "검찰 조직 전체를 생각하면 그래선 안 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의 한 간부는 "이 판국에 염치가 있나. 진짜 화가 난다. X인지 된장인지 구분을 못 하는가"라고 했다.
다만 다른 검사는 "김 총장이 재임하는 기간 동안 검수완박이 일정 부분 이뤄져, 그런 상태로 퇴임하는 것이라 안타까운 마음"이라는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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