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보컬 겸 피아니스트 마리아 킴 "밸런스가 중요하죠"

기사등록 2022/05/04 11:18:43

최종수정 2022/05/04 18:38:56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재즈 보컬 음반상' 등 최근 호평

최근 '2022 서울 재즈 페스타' 공연

[서울=뉴시스] 마리아킴. 2022.05.03. (사진 = 소니뮤직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마리아킴. 2022.05.03. (사진 = 소니뮤직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재즈(Jazz)는 동사다. 최근 '세계 재즈의 날'(4월30일), '2022 서울 재즈 페스타' 등의 생동감 넘치는 무대를 확인한 청자들은 안다.

재즈 보컬 겸 피아니스트 마리아 킴(36·김희진)의 음악을 접한 이들도 같은 걸 깨닫는다. 우아하면서 어렵지 않고, 부드럽지만 마냥 말랑말랑하지는 않는 그녀의 보컬과 피아노 연주를 동시에 들으면 마음이 동할 수밖에 없으니까. 

재즈보컬 쿼텟(4인조)과 스트링 조합이 인상적인 앨범 '위드 스트링스 : 드림 오브 유(With Strings : Dream of You)'(2021)로 지난 3월 '제19회 한국대중음악상'(KMA·한대음)에서 신설된 '최우수 재즈 보컬 음반상'을 거머쥐며 평단의 인정도 받았다. 재즈 스탠더드 10곡을 담은 이 앨범은 편안한 동시에 기분 좋은 긴장감을 안긴다.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인 김광현 '재즈피플' 편집장은 "보컬 재즈의 전통적인 접근 방식인 스탠더드는 부르기에 쉬운 듯하지만, 레퍼런스가 많아 작업이 녹록지 않다"면서 "마리아킴은 음반을 거듭 발매하면서 스탠더드의 완벽한 해석을 꿈꿔왔다. 스트링 채임버 앙상블과 재즈 쿼텟 사운드 위에 보컬과 피아노 연주까지 더해 이상적인 재즈 보컬 음반을 만들어냈다"고 들었다.

만 15세에 재즈 무대에 서기 시작했고 2015년에 데뷔작 '도즈 센티멘털 싱스(Those Sentimental Things)'를 통해 눈도장을 받은 뒤 존재감을 꾸준히 쌓아온 그녀를 최근 서초동 소니뮤직 엔터테인먼트 코리아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세계 재즈의 날'에 '2022 서울 재즈 페스타'의 '디바스 콘서트 II : 보컬 서밋(VOCAL SUMMIT)' 무대에 오르셨습니다.

"팬데믹 기간에 (방역지침을 지키며) 대면·비대면 공연을 해왔는데, 야외 페스티벌은 오랜만이었어요. 저뿐만 아니라 참여하시는 분들이 모두 신나서 리허설도 많이 하고 만반의 준비를 했어요."

-최근 한대음뿐만 아니라 여러 방면으로 주목 받고 계십니다.

"저를 한꺼번에 보여드리기 보다는, 하나하나 꺼내서 보여드려 왔어요. 그러면서 배워온 것들이 있죠. 그런 부분을 이번 앨범에 응축하고자 했어요. 선곡, 뮤지션 선정, 합주, 레코딩, 믹싱, 마스터링 등 이제까지 작업을 하면서 배워온 모든 것들을 최대한 표현하려고 노력했죠. 앨범 작업에 참여하신 분들만 해도 서른분에 가까워요. 한대음뿐만 아니라 일본 잡지 '재즈 비평'이 선정하는 '재즈 오디오 디스크'에도 뽑혔어요. 이런 좋은 소식을 통해 많은 분들이 힘써 주신 이 앨범이 더 많은 분들에게 전달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기쁘고 뿌듯해요."

-배워오신 걸 응축했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들입니까?

[서울=뉴시스] 마리아킴. 2022.05.03. (사진 = 소니뮤직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마리아킴. 2022.05.03. (사진 = 소니뮤직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전 원래 클래식음악 피아노를 했던 사람이에요. 거기에 재즈를 해왔던 모습을 합치려고 했죠. 예컨대 수록곡 '에스 원더풀(S Wonderful)'은 조지 거슈윈(1898∼1937)의 작품인데, 이번 앨범의 상징적인 곡이에요. 거슈윈은 후기 클래식 작곡가이자 전기 재즈 작곡가죠. 클래식 음악과 재즈의 만남을 상징하는 셈이죠. 또 클래식음악 스트링 연주자들과 재즈 앙상블의 조화도 이번 앨범에서 보여드리려고 했어요. 그 모습이 저다운 모습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이번 앨범에선 보컬도 좋은 평가를 받았죠. 보컬적인 측면에서는 어떤 부분에 신경을 쓰셨나요?

"현악기, 피아노, 기타 보컬 모두 멜로디를 표현해요. 자칫 잘못하면 음악의 3요소 중 멜로디가 과하게 들어갔다고 청자 분들이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보컬이든 피아노든 서로 서로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을 열어두기 위해, 단순하게 접근하려고 했습니다. 또 현악기는 숨을 안 쉬어도 되는 악기 잖아요. 그래서 프레이징(분절법)이 자연스레 길어질 수밖에 없어요. 보컬 호흡이 짧게 끊어지면, 현악기랑 앙상블이 안 맞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른 프로젝트 때보다 보컬의 호흡을 길게 가지고 가려고 노력했어요. 한 프레이징 한 프레이징을 좀 더 길게 표현하려고 했죠."

-보컬과 피아노를 같이 하시면 분명 시너지가 크죠?

"재즈엔 즉흥적인 요소가 많이 있기 때문에 악기들이 즉흥 연주를 하는 구간이 생길 수밖에 없어요. 근데 그런 부분엔 보컬이 빠져 있죠. 그래서 앙상블을 조정하는 입장에선 피아노를 하게 되면 훨씬 더 악기 간의 소통을 중재하는데 수월해요. 전체적인 사운드가 보컬의 음색만으로 결정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분명 강점이 됩니다. 또 반대로 이야기하면 피아노는 재즈에서 물론 멜로디를 표현할 수 있지만 리듬 섹션 악기라 불리기 때문에, 제가 직접적인 가사로 보컬을 표현했을 때 훨씬 더 청자에게 직관적으로 (이야기와 감정을) 전달하는 장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이 두 가지를 함께 보여드릴 수 있다는 측면에서, 보컬과 피아노를 함께 하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말씀이 논리정연해요.

"재즈의 정리돼 있는 면을 굉장히 좋아해요. 어릴 때 음악을 시작하면서 제일 좋아했던 것이 악보 그리기였어요. 연주자들이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악보를 깔끔하게 그리는 걸 좋아했죠. 작곡가별로, 연도별로 분류해서 그리는 걸 좋아했습니다. 하하. 그리고 화성악적인 부분도 중요하게 여겼어요. 50년대 이후로 재즈는 색다른 이론을 접목하고 들려주는 것이 중요했는데, 그런 부분도 음악으로 보여드리려고 했어요. 감성적인 부분은 듣는 분들이 판단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걸 강요하지는 않아요."

-음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건가요?

"세 살 때부터 클래식 피아노를 연주했어요. 그러다보니 즉흥적인 연주에 갈증을 느끼게 됐죠. 아무래도 클래식 피아노는 같은 걸 반복해서 작곡가 의도를 파악하고, 그 의도대로 완벽하게 표현하는 게 중요하거든요. 그렇게 완벽하게 표현하는 것에 카타르시스가 있었지만, '내가 하고 싶은대로 하면 안 되는 걸까'라는 생각이 든 거예요. 그래서 곡들을 제 마음대로 바꿔 치기 시작했죠. 그렇게 하다 보니까 이런 걸 정식으로 할 수 있는 음악 장르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고 재즈에 자연스럽게 다가갔죠. 국내외 레코딩을 듣게 됐고 재즈 피아니스트 민경인 선생님께 피아노를, 재즈 보컬 웅산 선생님에게 보컬을 배웠죠. 그렇게 개인 레슨을 받다가 가고 유학(미국 버클리음대·뉴잉글랜드음악원)을 가게 됐어요.

[서울=뉴시스] 마리아킴. 2022.05.03. (사진 = 소니뮤직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마리아킴. 2022.05.03. (사진 = 소니뮤직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한국 재즈의 산실이 된 클럽 '야누스'를 만든 '한국 재즈계 대모' 박성연(1943~2020) 선생님과도 인연이 있다고요.

"최근 선생님 관련 다큐멘터리 촬영 때도 인터뷰를 했어요. 제가 재즈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연락을 주셨어요. 그 때 이미 건강이 좋지 않으셔서 보컬 톤이 많이 낮아졌고 갖고 계신 악보의 키를 바꿔 그려야 하는 상황이었죠. 제가 악보를 예쁘게 그린다는 소문을 들으셔서 악보를 그려달라는 부탁을 하셨어요. 처음엔 악보 세 개를 받아 그려 야누스에 가서 전해드렸어요. 그러면 주스 한잔을 주시면서 '공연 보고 가'라고 하셨죠. 공연이 너무 재밌어 악보를 주시면 바로 그 다음날 가져다 드렸어요. 이후에 악보를 다섯 개, 열 개 씩 주셨고 그런 식으로 공연을 많이 접했습니다. 어린 나이에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도 주셨어요. 덕분에 제게는 좋은 발판이 됐죠. 박성연 선생님이 야누스 무대에 세워주시면 재즈 신에는 믿을 만한 뮤지션이 되거든요. 원스인어블루문, 올댓재즈, 천년동안도, 문글로우 등에서 노래할 수 있었던 이유죠. 선생님은 정말 제게 힘을 많이 주셨습니다."

-처음 야누스 무대에 서신 게 만 15세 때라고요.

"아무 것도 몰랐던 때인데 많은 분들이 엄마·아빠처럼 따듯하게 응원을 해주셔서 좋은 분위기 속에서 즐겁고 행복했어요. 당시 불렀던 곡은 스윙 시대의 노래인 '러브 미 오어 리브 미(Love Me Or Leave Me)'였어요. 재즈 보컬 레전드 분들이 많이 부른 곡이에요. 특히 전 애니타 오데이(Anita O'Day)가 부른 버전을 좋아해요. 오데이가 재즈 피아니스트 오스카 피터슨과 작업한 앨범 중에 '애니타 싱스 더 모스트(Anita Sings the Most)에 수록돼 있는 걸 특히 좋아하죠. 지금도 너무 좋아하는 곡입니다."

-재즈음악을 해오시면서 힘든 지점은 무엇이었습니까?

"관객들을 찾아나가는 것이 힘들죠. 그렇다고 대중성만 찾아가다 보면 재즈 뮤지션으로서 정체성이 흔들릴 수 있고, 또 정체성만 너무 생각하면 너무 어려울 수 있죠. 그래서 밸런스를 잘 맞추려고 노력 중이에요. 다른 분들도 충분히 이 음악을 좋아하실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믿기 때문에, 더 잘 꾸미고 더 잘 포장해서 전달해드리고 싶습니다. 저 역시 정말 재즈 팬이기도 해요. 연주를 하지 않을 때는 직접 가서 많이 들어요. 최근 경의선 숲길 인근에 새로운 클럽이 생겼는데, 좋아하는 재즈 뮤지션들이 출연해 다녀왔어요. 공연을 많이 보면서 재즈로 설렜던 기분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제 사회적 거리두기도 해제됐어요. 점점 공연도 더 늘어나겠죠?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에요. 저랑 베이스, 드럼, 기타 쿼텟 구성에 관악기 세명(트럼펫·앨토 색소폰·트롬본)까지 함께 하는 프로젝트입니다. 혼 섹션이 함께 해서 더 큰 무대에서 신나는 구성이지 않을까 해요. 궁극적으로는 스트링 프로젝트랑 관악기를 모아 미니 오케스트라처럼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어요. 7월엔 인천 학산소극장에서 공연하고, 앞서 6월23일 강남시어터에선 제가 진행 중인 보사노바 프로젝트를 펼쳐요. 여름엔 부산 쪽에서 공연도 예정하고 있습니다. 혼 작업, 보사노바 작업 등을 여기저기서 많이 들려드리고 싶어요. 하반기엔 앨범 작업도 시작할 겁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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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보컬 겸 피아니스트 마리아 킴 "밸런스가 중요하죠"

기사등록 2022/05/04 11:18:43 최초수정 2022/05/04 18:3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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