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실질 GDP, 수출 호조 덕에 0.7%↑
中 봉쇄, 우크라 사태에 수출 부진 우려
원자재값 상승에 고물가·성장 둔화 조짐
공급망 교란 일으킬 대외 변수도 곳곳에
'스태그플레이션 위기 극복' 새 정부 과제
[서울=뉴시스] 고은결 기자 = 올해 1분기 우리나라 경제가 수출 호조에 힘입어 전기 대비 0.7%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위기 이후 빠른 회복 흐름을 보여, 매 분기 평균 0.6~0.7% 속도로 성장을 이어가면 연간 성장률 3%를 달성할 수 있다는 기대도 조심스레 감지된다.
다만 원자재 가격 상승, 환율 불안, 고물가 등 악재 속에서 오직 수출로만 일군 '불안한 성장'에 그쳐,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우리 경제가 '퍼펙트 스톰'(악재가 동시에 터지는 것) 위기에 처했다는 우려도 상당하다.
27일 한국은행이 전날 발표한 '2022년 1분기 및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분기 실질 GDP는 전기 대비 0.7% 성장했다. 건설투자와 설비투자의 성장률 기여도는 각 –0.4%p(포인트), 정부투자는 -0.6%p였던 반면 순수출(수출-수입)의 기여도는 1.4%p였다. 투자와 소비의 부진에도 수출이 선방한 덕에 성장세를 기록한 것이다.
다만 이런 성장세는 코로나19로 인한 중국의 봉쇄 조치,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수출이 둔화하면 부진할 수 있어 안심하기 이르다. 같은 날 홍남기 경제부총리 기획재정부 장관은 "1분기는 예상을 뛰어넘는 성장세를 이뤄냈지만, 우리 경제가 직면한 상황은 매우 엄중하다"고 짚었다.
최근 우리나라를 둘러싼 복합적인 경제 불안은 빠르게 심화하고 있다. 우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 곡물 등 원자재 가격이 뛰며 고물가 장기화가 우려되고 있다.
연초 국제유가 급등이 물가 상승을 견인한 데 이어 식품 물가까지 불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에는 원유·천연가스 등 에너지는 물론 철·알루미늄·구리·니켈 등 철강·비철금속 가격이 2018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하며 공급망 혼란이 커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의 원자재 수입 비중은 코로나19로 수입이 감소했던 2020년을 제외하면 전체 수입의 50% 내외를 유지해왔다. 특히 전체 원자재 수입 중 연료, 광물, 철강·비철금속이 약 70%로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지난해 기준 전체 원자재 분야별 수입 비중은 에너지(원유·가스·석탄) 45%, 철강·비철금속 13.4%, 광물 11% 등 순이다. 주요 원자재 중 철광석, 철강재, 비철금속은 상위 5개국의 수입 비중이 과반으로 상대적으로 높아, 공급망 차질 시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같은 원자재 가격 상승은 수입단가지수를 계속 높여, 우리나라 총 수입단가지수의 상승도 견인하고 있다. 이는 대기업보다 다각적인 대응이 어려운 중견·중소기업의 생산 비용 상승으로 직결된다. 매출 규모가 작은 소기업일수록 원자재 가격에 민감해 영업이익이 큰 타격을 받는다.
전반적인 원자재 가격 상승은 고물가에도 부채질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4.1% 상승했다. 4% 상승률은 2011년 12월(4.2%) 이후 10년 3개월 만이다.
물가가 치솟으며 성장 둔화가 고착화될 수도 있다. 저성장·고물가 그림자가 짙어지며 '스태그플레이션'(경기 불황 속 물가 상승) 위험에 직면한 것이다.
공급망 위기는 비단 고물가뿐만 아니라 환율 불안과 금리 오름세로 이어져 기업의 체감 경기도 나빠지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최근 보고서에서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국내 경제의 물가 상승, 경상수지 악화, 경제성장률 하락 등 거시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파급효과를 초래한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우크라이나 사태뿐만 아니라 코로나19 팬데믹, 미국과 중국 간 갈등, 탄소중립 대응 등 쏟아지는 대외 변수도 공급망 교란을 일으킬 수 있다. 특정 지역의 위기가 공급망이 연결된 다른 지역·국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예단하기 어려운 '나비효과' 여파가 산업 곳곳에 잠재된 뇌관인 셈이다.
이 밖에 반도체·배터리 등 주력 산업에서 해외 경쟁사의 거센 투자 추격으로 경쟁력이 약해질 수 있어 한국 경제에 전례 없는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산업계의 우려도 상당하다.
출범까지 2주가량 남은 차기 정부도 경제 위기 극복을 최우선 과제로 보고 있다. 일단 물가 불안을 최소화하며 '민생 최우선' 대책에 집중할 전망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새 정부 출범 시 곧장 강도 높은 민생 대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인수위는 이르면 28일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손실보상안을 확정해 발표할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대규모 유동성 공급에 따른 물가 불안 등 우려가 상당해, 곧바로 긴축 재정에 돌입할 것이란 예상이 많다.
인수위는 경제주체들이 제대로 뛰어놀 환경 조성, 경쟁력 확보도 적극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네거티브 규제(법률·정책에서 금지한 행위가 아니면 모두 허용하는 규제 방식) 전환, 민·관 주도 성장 방식을 추진한다.
이 밖에 시스템 반도체, 미래차, 바이오헬스 등 빅3(BIG3) 산업에만 집중했던 현 정부와 달리 빅3 뿐만 아니라 에너지·디스플레이·항공우주·문화 콘텐츠 등 4개 분야에서도 새로운 초격차 기술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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