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보완수사' 반영?…"조사하다 살인 혐의 나와도 하지 말라는것"

기사등록 2022/04/23 09:00:00

최종수정 2022/04/23 12:04:43

4항 "'단일성'과 '동일성' 해치지 않는 범위"

檢 "보완수사 지금도…새로운 내용 아냐"

"재판 개념 가져온 것…수사엔 생소 개념"

"수사 중 추가 혐의 알아도 수사 못하게 돼"

[서울=뉴시스] 김재환 기자 = 국회가 검찰 수사권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중재안에 합의한 가운데,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중앙 현관에 셔터가 내려가있다. 2022.4.22 cheerleader@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재환 기자 = 국회가 검찰 수사권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중재안에 합의한 가운데,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중앙 현관에 셔터가 내려가있다. 2022.4.2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소희 김재환 기자 = 박병석 국회의장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과 관련해 내놓은 '의장 중재안'에 대해 검사들의 반발이 사그라들지 않는 모양새다. 특히 사건의 '단일성'과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속에서 수사할 수 있다고 규정한 4항에 대해 "보완수사에서 의미없는 내용"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박 의장이 22일 양당에 전달한 '의장 중재안'은 모두 8개항으로 돼있다. 이 가운데 4항은 송치사건에 대해 범죄의 단일성과 동일성을 벗어나는 수사는 금지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즉, 경찰이 송치한 사건에 대해선 별건 수사를 금지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4항은 검찰의 시정 조치 요구사건(형소법 197조의 3(시정조치요구등))과 고소인의 이의를 제기한 사건(형소법 245조의 7(고소인등의 이의신청)) 등에 대해서도 당해 사건의 단일성과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속에서 수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예세민 대검 기획조정부장은 22일 이날 대검 기자실을 찾아 중재안에 대해 설명하면서 4항에 대해선 "시정 조치가 요구된 사건이나 고소인이 이의제기한 사건들은 현재도 보완수사를 하고 있기에 새로운 게 아니다"라고 했다. 다만 "여기에 '단일성·동일성' 기준을 제시해서 현재 하는 보완수사에 적용될 것이어서 걱정"이라고 했다.

형사소송법 제197조와 제245조는 2020년 2월 신설된 조항으로, 검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사법경찰관에게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먼저 197조는 검사가 ▲송치사건의 공소제기 여부 결정 또는 공소의 유지에 관하여 필요한 경우 ▲사법경찰관이 신청한 영장의 청구 여부 결정에 관하여 필요한 경우 등 요구할 수 있다고 명시한다.

특히 197조의3은 검사가 사법경찰관리의 수사과정에서 법령위반, 인권침해 또는 현저한 수사권 남용이 의심되는 사실의 신고가 있거나 그러한 사실을 인식하게 된 경우 사법경찰관에게 사건기록 등본의 송부를 요구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송부 요구를 받은 사법경찰관은 지체 없이 검사에게 사건기록 등본을 송부해야 하고, 검사는 필요에 따라 사법경찰관에게 시정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

245조는 피의자·피해자 등 통지를 받은 사람은 해당 사법경찰관의 소속 관서의 장에게 이의를 신청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197조와 마찬가지로, 사법경찰관은 신청을 받으면 지체 없이 검사에게 사건을 송치하고 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송부해야 한다.

이같은 현재 형사소송법 197조와 245조에 '단일성'과 '동일성'이라는 단서가 붙게 되면, 보완수사에서 필수적인 것으로 인식되는 '여죄수사'에 제약이 생긴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지방의 한 부장검사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단일성과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면 (여죄수사는) 아예 하지 말라는 것인가"라며 "별건수사와 여죄수사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N번방 사건'만 봐도 피의자인 조주빈은 여러 혐의로 계속 추가 기소되지 않았나"라고 지적했다.

예 부장 역시 "보완수사의 기준은 단일성과 동일성 등이 아니다"라며 "지금 저희가 보완수사를 하려면 송치사건에 대해 진범 공범 여죄 수사를 할 수 있어야 하고, 무고 위증 혐의도 수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단일성과 동일성이라는 기준은 재판과정에서 공소사실의 동일성, 공소장 변경에서 논의되는 개념이고, 수사과정에서는 완전히 생소한 개념이라는 설명도 있었다.

예 부장은 "이런 개념은 지금까지 수사단계에서 도입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익명의 부장검사 역시 "재판의 실무 개념"이라며 "수사에서 재판 실무의 개념을 가져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 앞으로 우리는 재판 실무에서 축적된 기준으로 수사할지 말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일선의 검사부터 고위 간부들도 4항이 공개되자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배성훈 대검찰청 형사1과장은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검찰이 증거인멸 사건을 경찰로부터 송치받아 수사하던 과정에서 살인 혐의를 알게 돼도 범죄의 동일성이 없기 때문에 보완수사를 하지 못하고 경찰에 보완수사 요구를 하라는 것"이라고 했다.

배 과장은 "보완수사 요구시 경찰의 수사가 치밀하고도 신속하게 이루어지지 않으면 어떠한 경찰수사 통제방안이 있느냐"며 "국민에게 많은 불편을 끼치고 각종 범죄 보호에 취약하여 범죄를 방치할지, 그 사례를 찾으려고만 한다면 수도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김병문 기자 =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과 관련해 박병석 국회의장이 제시한 중재안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수용한 22일 오후 김오수 검찰총장이 사직서 제출한 뒤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를 나서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4.22.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김병문 기자 =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과 관련해 박병석 국회의장이 제시한 중재안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수용한 22일 오후 김오수 검찰총장이 사직서 제출한 뒤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를 나서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4.22. [email protected]

배 과장은 1997년 4월 '이태원 살인사건'과 2019년 1월에 있었던 18억5283만원 규모의 보이스피싱 피해 사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배 과장은 "중재안에 따르면 검찰이 보이스피싱 사건을 경찰로부터 송치받아 수사하던 과정에서 보이스피싱 범죄단체 혐의를 알게 되어도, 범죄의 동일성이 없기 때문에 보완수사를 하지 못하고 경찰에 보완수사 요구를 하라는 것"이라며 "수사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검사가 수사할 가능성 자체를 원천 봉쇄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인가"라고 지적했다.

박영진 의정부지방검찰청 형사제1부장은 "현재보다 송치사건 보완수사 범위를 대폭 축소하고 추가 여죄 수사를 아예 금지하는 것으로, 이렇게 되면 실체적 진실 발견과 범죄자 처벌을 위한 수사가 아예 봉쇄되는 것"이라고 했다.

노정환 검사장 등 대전지검 간부들도 간부회의를 열고 박 의장 중재안에 우려를 표했다. 대전지검은 경찰의 송치사건 보완수사에 대해 "(중재안을 보면) 보완수사 중 진범·공범이 발견되거나 다른 추가 동종 범죄를 찾더라도 수사를 진행할 수 없다"며, "검찰에서 확보한 증거로 찾은 혐의라도 경찰의 수사 진행을 기다려야 한다. 피의자나 피해자는 불안정한 지위가 길어지고 재판이 지연되는 등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고 했다.

김후곤 대구지검장 역시 "형사부 검사들의 보람은 단순 1명짜리 사기 사건을 조사하다 보니, 피해자가 수만명에 이르는 조직적 사기 또는 보이스피싱 범죄임을 밝혀내는 것"이라며 "범죄의 단일성, 동일성을 따지다가 증거 인멸되고 범인은 중국으로, 태국으로 도망가도 우리 국민들은 법을 잘 만들었다고 좋아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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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보완수사' 반영?…"조사하다 살인 혐의 나와도 하지 말라는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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