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이진영 기자 = "결국엔 앱마켓 사업자의 정책을 따라야 한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지난 13일 경기 성남시 제2사옥 '1784'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구글 인앱결제 강제 정책에 대한 질문에 "선진적인 법 규정이 생겼음에도 실효성이 담보되는 과정에 있어 아쉬운 마음이 없다면 억지일 수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국내 최대 인터넷 기업인 네이버도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 꼼수책을 따르는 것 외에는 뾰족한 대응 수단이 없는 것이다. 하물며 그외 다른 앱 개발사의 부담과 고충은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것이다.
세계 앱마켓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는 구글과 애플이 자체 결제(인앱결제) 시스템 이용을 의무화하고 최대 30%의 결제 수수료 부과 정책을 예고하자 한국은 가장 빠르게 입법 대응에 나섰다. 그 결과 거래상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해 특정 결제방식을 강제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지난달 세계 최초로 시행했다.
이에 세계 주요 외신들은 "구글과 애플의 지배력에 손상을 줄 수 있는 세계 첫 법률"이라고 표현하는 등 국제적인 관심과 지지를 얻었다. 국내 앱 개발사들도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지만 글로벌 빅테크들은 만만치 않았다. 구글은 인앱결제 내에서만 제3자 결제를 허용하는 방식으로 법망을 피해갔다. 외부링크를 통해 웹페이지에서 이뤄지는 '진짜' 제3자 결제방식은 막은 것이다. 더군다나 제3자 결제 수수료율을 최대 26%로 정하면서 꼼수를 썼다는 비판이 나온다. 카드 사용료를 더하면 구글 결제(최대 수수료 30%)와 큰 차이가 없거나 더 비싸져 사실상 자신들의 결제 방식을 강요한 것과 다름 없기 때문이다.
한국과 미국 변호사 자격증을 모두 가진 최 대표가 법의 실효성을 아쉬워한 배경은 또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제재를 본격화하면 양측이 소송전으로 맞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1·2심을 거쳐 대법원까지 3심 확정 판결이 나오는 데는 수년이 걸릴 것이고 그간 구글갑질방지법이 공회전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뒤통수를 맞고서야 "위반 기준이 모호하다", "우회의 여지가 많은 법을 충분한 논의 없이 '세계 최초'에만 너무 매몰된 채 통과에만 치중했다"는 등의 후회와 자책이 나온다.
구글갑질방지법은 어설펐다. 그러나 세계 각국에서 글로벌 빅테크들의 횡포를 견제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입법 노력이 활발한 시기에 최소한 한국의 행보에 세계가 주목하게 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실제 한국 규제안들이 전세계 빅테크 규제의 표준이 될 가능성이 있기에 구글과 애플이 여간 신경을 쓰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러한 분위기와 모멘텀을 잘 활용해 정교한 입법·행정의 묘를 발휘하고 글로벌 여론전과 연대를 강화한다면 앱 생태계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법·제도 환경을 구축할 수 있지 않을까. 윤석열 차기 정부의 글로벌 빅테크 대응 정책에 더욱 기대가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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