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출신 김세정·김지연 연기 호평
김세정 '사내맞선'서 한국의 엠마스톤
김지연 '25 21'서 섬세한 연기로 주목
두 배우 어려움 겪으며 성장 공통점도
![[서울=뉴시스] 김세정·김지연. 2022.04.07(사진=킹콩by스타쉽,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2/04/07/NISI20220407_0000969026_web.jpg?rnd=20220407082335)
[서울=뉴시스] 김세정·김지연. 2022.04.07(사진=킹콩by스타쉽,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박은해 기자 = 6년 전 나란히 데뷔한 두 걸그룹 멤버가 어엿한 배우로 거듭났다. 최근 종영한 SBS TV 월화드라마 '사내맞선'의 김세정(26), tvN 주말극 '스물다섯 스물하나' 김지연(27) 이야기다.
김세정은 로맨스 코미디계 샛별이 됐다. '한국의 엠마스톤'이라는 수식어도 얻었다. 회사 사장과 우연히 맞선을 보게 된 식품회사 직원 '신하리'로 분했다. 맞선 자리에서 퇴짜 맞기 위해 자신의 양쪽 가슴을 "사만다 앤 레이첼"이라고 부르는 '골 때리는' 인물이다. '사내맞선'은 김세정에게 새로운 도전이었다. 전작 '경이로운 소문'(2020~2021)과 완전히 다른 캐릭터였고 원작 웹툰의 매력도 살려야 했다.
그는 능청스러운 연기로 만화적인 캐릭터를 드라마에 옮겨왔다. 박선호 PD가 강조한 "텐션을 유지하되 선을 넘어 웃기려고 하지 말자"는 메시지에 충실했다. '강태무' 역 안효섭과 설레는 애정신은 물론 다소 민망한 코믹 장면까지 완벽하게 소화했다. 재벌 3세, 캔디형 여주인공, 계약 연애 클리셰 범벅이었지만 유치하거나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로맨스와 코미디를 오가며 놀랍도록 선을 잘 지켰기 때문이다.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대중이 김지연을 '우주소녀' 보나가 아닌 배우로 보게 했다. 실제 첫 방송 직후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에는 김지연을 신인 배우로 착각했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귀화를 선택한 펜싱 선수 '고유림' 역을 맡았다. 겉으로는 도도하고 냉정해 보이지만 애교 많고 상처도 쉽게 받는 캐릭터다. 경쟁자이면서 소중한 친구 '나희도'(김태리)와 워맨스도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저절로 몰입할 수 밖에 없는 섬세한 감정 표현과 처연한 눈물 연기가 압권이었다. 직접 펜싱 훈련, 경기 장면을 소화했다. 그룹 내 리드 댄서 포지션으로 뛰어난 춤 실력이 펜싱을 배울 때도 도움이 됐다. 고유림이자 김지연의 펜싱은 우아하고 빈틈없이 딱 맞아떨어진다는 평을 얻었다.
김세정과 김지연은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옷을 입었다. 연기력을 인정받은 것은 물론 작품 흥행도 성공했다. '사내맞선'은 10회에서 자체 최고 시청률 11.6%(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했다.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16회 시청률이 11.5%(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까지 오르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OTT콘텐츠 순위 집계사이트 플릭스패트롤(FlixPatrol)에 따르면, '사내맞선'과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넷플릭스 TV 프로그램 부문 전 세계 최고 순위는 각각 2위, 3위였다.
두 배우가 최근에 낸 성과 요행으로 얻은 게 아니었다. 김세정은 2016년 Mnet '프로듀스 101' 프로젝트 그룹 '아이오아이'(I.O.I)로 데뷔했다. 그룹 '구구단' 활동을 겸하다 아이오아이 해체 후 KBS 2TV '학교 2017'로 첫 연기에 도전했다. 웹드라마, 케이블 조연, 지상파 조연 등 신인이 으레 거치는 관문을 건너뛰고 바로 지상파 주연으로 발탁됐다. 예능과 걸그룹 활동을 통해 쌓은 인지도와 인기가 상당했기 때문이다.
"못 하는 걸 못 한다"는 말을 들을 만큼 노래, 춤, 예능감 어느 것 하나 빠지는 것이 없었지만, 배우의 길이 순탄하지는 않았다. '학교 2017'은 최고 시청률이 1회 5.9%에 그칠 정도로 그간 학교 시리즈의 명성에 못 미치는 저조한 성적을 보였다. 드라마 '너의 노래를 들려줘'(2019)도 흥행에 실패했다. 연기력 논란이 불거질 정도는 아니었으나 배우로서 시청자들에게 확실한 인상을 남기기에는 부족했다.
연기 활동으로 유의미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동안 그룹도 설 자리를 잃었다. 단체 활동이 뜸하던 구구단은 2020년 12월31일 공식 해체를 발표했다. 아이돌과 배우 양쪽에서 슬럼프를 겪었지만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OCN 역대 최고 시청률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을 만났다. 사이코메트리 능력을 지닌 '도하나'로 분했다. 도하나는 그가 기존에 소화한 밝고 인간적인 캐릭터와는 거리가 먼 인물이다. 정의롭지만 상처가 많아 냉소적이다. 수준급 액션 연기도 소화해야 했다. 다행히 감정 연기와 액션 모두 좋은 반응을 얻었다. 액션 스쿨을 다닐 때 아이돌 경력이 도움이 됐다. 액션 합을 안무 외우듯 익혔다. 덕분에 힘 있고 자연스럽다는 평을 받았다.
김지연은 2016년 12인조 걸그룹 우주소녀로 가요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멤버 합류, 활동 중단으로 그룹은 13인조, 10인조 개편됐다. 유닛 '우주소녀 더 블랙'으로도 활동 중이다. 대부분 아이돌 그룹 비주얼 멤버는 연기로 활동 영역을 넓힌다. 센터였던 그도 자연스럽게 드라마 '최고의 한방'(2017) 조연으로 배우 데뷔했다. 1970년대 배경 드라마 '란제리 소녀시대'(2017)에서 천방지축 사춘기 소녀를 매력적으로 표현했다. 고향 대구 사투리를 자연스럽게 구사해 극에 생동감을 더했다. 덕분에 주목받는 신인으로 거듭났지만 차기작 반응은 아쉬웠다. 드라마 '당신의 하우스헬퍼'(2018)에서 하석진과 로맨스 연기를 선보였으나 줄곧 2~3%대 시청률을 보이며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했다.
차기작 '오! 삼광빌라'(2020~2021)는 줄곧 20% 후반~30% 초반 시청률을 유지했다. 고정 시청층이 확보된 KBS 주말극 기준으로는 흥행작이 아니었다. 그러나 '오! 삼광빌라'는 여러모로 의미 있는 작품이다. 약 6개월간 방송된 50부작 드라마를 통해 긴 호흡으로 연기하는 법을 익혔다. 전인화·정보석·황신혜·진경·김선영·인교진·정재순·엄효섭 등 베테랑 선배들이 있는 현장에서 연기를 배웠다. 성장을 증명하듯 2020년 KBS 연기대상 여자 신인상을 받았다. 시대극, 주말극을 거치며 쌓은 연기 내공은 '스물다섯 스물하나'에서 빛을 발했다. 아이돌 활동 병행 중에도 성실하게 다양한 작품에 도전한 결과다.
이제 두 사람은 연기할 때만큼은 '걸그룹' 꼬리표를 충분히 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솔로 가수, 뮤지컬 배우로도 활동 중인 김세정과 음악을 완전히 분리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드라마 속 그가, 밝고 사랑스러운 신하리가 구구단 세정과 쉽게 겹쳐 보이지는 않는다. 김지연은 Mnet '퀸덤2'로 본업 복귀하며 그룹 활동에 집중할 예정이지만 배우로서 존재감을 확실히 증명했다. '스물다섯 스물하나'로 그를 처음 알게 된 이들에게는 우주소녀 보나가 아닌 배우 김지연이다.
연기돌 육성에 힘쓰고 있는 한 매니지먼트사 관계자는 "김세정과 김지연은 앞서 여러 작품에 출연했고 연기력이 어느 정도 검증됐다. 무엇보다 자신에게 어울리는 캐릭터와 작품을 잘 선택했다"고 했다. 이어 "요즘 드라마가 반응을 얻기 위해서는 '밈'(Meme·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재미있는 사진, 영상, 그림 등 콘텐츠를 통칭하는 말)이 중요하다. '사내맞선'과 '스물다섯 스물하나'에서도 인상적인 장면이나 클립 영상이 밈으로 사랑받았다. 무대에 오르는 아이돌은 그런 '밈' 생성에 익숙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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